용혜인 사태 와중에 뜬금없이 '폭풍의 핵'으로 등장한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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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용혜인 뒷배 김현지” vs 민주 “망상에 기댄 음모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이 한 방송에서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 발단이다. 국민의힘 '비선 실세'의 인사 개입 정황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부정선거 망상과 판박이인 음모론"이라고 맞받았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 뉴스1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 뉴스1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4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 본방송이 시작되기 전 준비 과정에서 나왔다.

"인사라인이 있어?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

서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2기 개각 인선 논란을 거론하며 "정무라인 좀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채윤경 기자가 "저는 인사라인이…"라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서 소장은 "인사라인이 있어?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했다. 마이크와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 사실을 출연진이 모른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헉, 헉, 지금 나가고 있어"라며 상황을 알렸다. 서 소장이 "나가고 있어?"라고 되묻자 채 기자는 "정신 좀 차리라 빨리. 미치겠네"라고 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도 "이 방송 없어진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채 기자가 "안 하겠다"고 하고 서 소장이 직접 발언을 수습하려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논란이 확산하자 서 소장은 페이스북에 "가볍게 농담으로 한 말이 뜻과 다르게 전달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제 의도와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담과 진담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전달됐다면 그 부분은 제 표현의 부족"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주장하려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고 했다. 서 소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특정 인사를 누가 했다고 정색하고 말한 것이 아니라 항간에 돌고 있는 풍문을 웃으면서 지나가는 농담으로 던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

김현지 실장은 공식 인사 담당자가 아니다. JTBC '장르만 여의도' 측도 방송 직후 사전 토크 과정에서 청와대에 인사수석이 없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정정했다. 그럼에도 여권 인사의 입에서 김 실장이 인사라인으로 지목됐다는 사실 자체가 파장을 키웠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인사 개입의 방증으로 삼아 화력을 집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이 뜬금없이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부터 의아했다"며 "그냥 나온 용혜인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장 대표는 이번 인사를 "김현지 실장의 '좌파 카르텔' 빌드업"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이 뜬금없이 용혜인 지명했을 때부터 의아"

장 대표는 용 후보자를 향해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노동당 '언더조직'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단체 활동 시절 '노 워크 예스 머니(No Work Yes Money)'를 주장하고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했다"며 "국가에서 받은 '여성정치발전비'를 퀴어퍼레이드 지원에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비동의강간죄'를 주장하고 '임신중지약물' 도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왼쪽 챙기겠다'고는 했지만 너무 왼쪽으로 간 것 아닌가"라며 "아무리 지지율이 급해도 이 정도면 왼쪽 끝 아닌가"라고 했다.

장 대표는 서 소장의 발언을 "자백"으로 규정했다. 그는 "김현지 실장은 만사형통의 장본인이자 청와대의 비선 실세"라며 "출신 학교는 물론 고향까지 베일에 싸여있다. 경기동부연합과의 연루설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사퇴 거부를 청와대가 몰랐겠나. 김현지 실장은 알았을 것"이라며 "'조직' 챙기는 일이니 눈감아 주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용혜인 후보자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든든한 실세가 뒤를 받치고 있으니 끝까지 버틸 기세"라며 "분통이 터지지만 한편으론 '땡큐'다. 결국 한꺼번에 무너질 테니"라고 적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번 2기 개각 전반을 "레임덕 개각"으로 규정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은 가히 역대 최악"이라며 "범죄 혐의자, 국민 세금을 사유화한 탐욕의 아이콘, 내로남불의 끝판왕들을 끌어모아 국가를 운영하겠다니 국민들은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인사 실패를 넘어 인사 참사이고 인사 농단"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자신을 '오빠'라 부르는 유흥주점 브로커의 청탁에 '승인되는 순간 수천억 버는 것 아니냐'며 이권 관계를 뻔히 인지하고도 식약처에 임상시험 조속 승인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결과 수많은 투자자가 주가 폭락으로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했다.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 시대 탐욕과 특권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 '기생'해 두 번이나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배우자를 당직자로 채용해 월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당직자들을 돌아가며 보좌진으로 채워 정당을 사당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에게 정책 연구용역을 맡겨 건당 최대 1400만원의 지원금을 몰아줬다"며 "이 모든 돈이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라고 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박 수석대변인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는 대출을 옥죄고 세금 폭탄을 던지며 부동산 시장을 지옥으로 만든 주범 중 하나"라며 "정작 본인은 서울 구로구 아파트를 '영끌' 매수해 1년 만에 4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 대출도 모자라 처가 장모에게 1억7000만원을 빌려 빚으로 집을 사들였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개각에는 국정 철학도, 인재 검증도, 최소한의 국민 눈높이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부적격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 추천부터 검증, 최종 낙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인사라인은 도대체 누구냐"

5선 윤상현 의원은 '김현지 정권'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실세 의혹을 제기했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인사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대통령실을 둘러싼 '김현지 실세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해 사례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불과 9개월 전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며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김 비서관은 결국 사직했다"고 했다.

윤 의원은 "당시에는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였다. 이번에는 '인사라인이 김현지'"라며 "도대체 왜 인사와 관련된 논란에서 공식 인사라인이 아닌 김현지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김 실장은 공식 인사 담당자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여권 인사의 입에서 '인사라인이 김현지'라는 말까지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식 인사라인 밖의 사적 개입이 있다면 즉각 끊어내라"며 "없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진짜 인사라인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미디어위원회는 논평에서 서 소장의 발언을 "심각한 국정농단 정황"으로 규정했다. 김승원·용혜인 두 후보자 추천 과정에 김현지 실장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김 실장이 인사 비선 실세로 꼽혀 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정감사 출석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을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김남국 당시 청와대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이 인사 청탁을 요구한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야권은 "김 실장이 청와대 상왕임을 입증했다"며 즉각적인 특검과 수사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인사와 관련 있는 자리가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 실장 본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아주 유탄을 맞았다"며 "우리는 누나 동생 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용혜인에 대한 망상에 기댄 음모론"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유튜브 방송에서 나온 발언은 당사자가 농담이라고 해명했고, 방송사 측도 대통령실 인사는 인사수석이 담당한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부인된 농담 한마디를 '자백'으로 둔갑시키고 '비선 실세' '경기동부연합' '좌파 카르텔'이라는 색깔론을 덧칠해 거대한 음모를 완성하는 수법은 부정선거 망상과 판박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장 대표를 겨냥해 "지난 제헌절 경축식마저 거부한 채 올림픽공원 집회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쳤다"고 했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이나 선거 관리상의 문제를 조직적인 선거부정으로 확대해석하는 음모론은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키울 뿐"이라고 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용 후보자에 대한 망상에 기댄 음모론이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제1야당 대표의 인식 수준이 참담하다. 장동혁 대표는 음모론 정치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