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성인은 역대 최저인데… 유독 20대만 손에서 놓지 않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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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율 역대 최저인데 20대만 책 열풍, 왜?
서점 증가·소설 판매량 19% 상승, 텍스트힙의 정체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책과 문구를 둘러싼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정작 성인 전체의 독서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서점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책과 관련된 제품을 사고, 서점을 찾아다니고, 독서 취향을 SNS에 공유하는 이른바 '텍스트힙' 문화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독서율 38.5%로 역대 최저…20대는 오히려 75.3%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전체 성인 평균의 약 2배에 달했다. 세대 전체의 독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유독 20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서점 숫자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서점 수는 1만 203개로 전년 동월 9932개보다 2.7% 증가했다. 전월(1만 193개)과 비교해도 10개 늘었다. 대형 서점뿐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전국 서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베스트셀러 판매량에서도 20대발 소설 열풍이 확인된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6 상반기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보면, 올 상반기 소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3% 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소설이 8종이나 이름을 올렸고, 전체 단행본 판매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 달했다. 상반기 판매된 국내도서 10권 중 1권이 소설이었던 셈이다. 순위권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헤르만 헤세의 고전 '싯다르타'다. 신간이 아닌 세계문학전집에 속한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출판계 팬덤 마케팅과 이른바 '힙불교' 열풍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수 겸 작가 한로로의 '자몽살구클럽'은 오프라인 매장 판매 1위를 기록했는데, 20대 팬덤이 온라인보다 서점을 직접 찾아 책을 구매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교보문고의 설명이다.
이런 흐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감지된다. Z세대는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함께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클럽과 팝업스토어는 물론 독립서점이나 북 바(bar)까지 독서 관련 공간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고, 지난해 영국의 종이책 판매량이 6억 6900만 권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비슷한 흐름이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단순히 책을 읽는 취미를 넘어, 읽은 뒤 리뷰를 남기고 독서노트를 쓰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등 '읽은 경험'을 확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특히 1020세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과 맞물려, 젊은 세대 스스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숏폼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긴 글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오히려 20대를 중심으로 책을 통해 문해력을 되찾으려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최진영과 황정은, 편혜영, 은희경, 배수아 등 국내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잇따라 출간될 예정이다. 특히 황정은 작가는 12년 만의 장편소설을, 은희경 작가는 7년 만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독자들의 기대감이 높다. 해외 작가 중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위화,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의 신작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2030세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 열린 도서전 방문객 15만 명 가운데 70%가 2030세대였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올해는 방문객 자체가 16만 명으로 더 늘었다. 도서전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유통 행사를 넘어, 좋아하는 작가와 출판사를 직접 만나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축제형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음사빵 49만 개…구매자 절반이 2030 여성
책 관련 소비도 함께 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출판사 민음사와 협업해 내놓은 '민음사빵'이 대표적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그대로 패키지 디자인에 입힌 빵으로, 세계문학전집과 시집 작품을 활용한 책갈피 20종이 랜덤으로 하나씩 담긴다. 출시 이후 흥행을 이어가며 지난 3일까지 누적 판매량 49만 개를 기록했다. 구매 고객 가운데 2030 여성 비중이 50%를 웃돌았는데, 세부적으로는 20대 여성이 26%, 30대 여성이 25%를 차지했다.
북 액세서리 거래액 30%·80%↑…문구 시장도 들썩
책 관련 소비는 문구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 29CM가 문구 브랜드 로프트(LOFT)와 함께 연 '페이지 투 페이지스' 팝업스토어에는 참가한 국내 문구 브랜드 대다수가 북커버와 책갈피 등 이른바 '독서템'을 선보였다. 매출도 뒤따랐다. 올해 1~8월 29CM의 책갈피·북커버 등 북 액세서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30% 늘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에서도 최근 3개월(6월 1일~8월 23일) 도서·북커버·북클립 등 책 관련 상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0% 증가했다.
제품뿐 아니라 관련 행사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6만 명이 다녀갔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만 명 늘어난 규모다. 민음사도 팝업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운영한 팝업에는 하루 평균 1000명 넘는 방문객이 몰렸고, 이달 30일까지는 부산 서면에서 행사가 이어진다.
이처럼 텍스트힙 열풍이 다양한 독서 관련 제품과 협업 상품,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관련 협업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