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먹는 낙태약'이 한국에서도... 오늘 전해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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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임신중지약 풀린다…정부, 이르면 연내 도입 가닥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허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에서 쓸 수 있을 전망이라고 중앙일보가 8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정부는 미프진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기 위한 막바지 검토를 벌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미프진 안전사용 기준 등을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임신 9주 이하의 초기 임신 단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르면 연내 국내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프진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막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을 수축시키는 미소프로스톨을 차례로 복용하는 방식의 약이다. 임신 조직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초기 임신중지에 쓰도록 권고하는 약품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약 100개국에서 허가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심사하고 있다. 이 제품은 미페프리스톤 1정과 미소프로스톨 4정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도입이 미뤄진 배경에는 입법 공백이 있다. 식약처는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방법을 정하는 대체 입법이 있어야 허가·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현대약품은 2021년부터 품목허가를 추진했지만 자료 보완과 법적 근거 미비 등으로 심사가 길어졌다.
물꼬를 튼 것은 법제처 해석이다. 중앙일보는 법제처가 최근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임신중지 의약품을 품목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뒤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이다. 이 해석으로 법 개정 전에도 허가 절차를 밟을 길이 열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현재 관계부처가 입법 전이라도 조치할 수 있는 사항과 허가·안전사용 기준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식약처 심사와 동시에 의료계와 처방·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사용 대상과 임신 주수, 복용 전 검사, 복용 뒤 환자 관리, 부작용 대응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약사 처벌 조항이다. 정부는 모자보건법 개정 전까지 미프진을 의료기관 안에서 처방·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초기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약사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여성 자기낙태죄와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이들 부분은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같은 조항의 '약제사' 부분은 결정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남아 있다. 약제사가 여성의 요청이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정부가 받은 법률자문에서도 약사가 임신중지약을 조제하면 처벌될 소지가 있다는 검토가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입법 공백 상태에서 일단 미프진을 사용하려면 병원 내 처방·조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초기 2년은 병원 안에서 처방·조제하고, 이후 병원 처방과 원외 약국 조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밖 조제를 허용하려면 약사 처벌 조항 등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미프진 논의가 다시 불붙은 계기는 이 대통령의 검토 지시다. 이 대통령은 미프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낙태 가능 주수나 약물 투약 가능 주수를 법으로 정하려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기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된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경구용 의약품이다. 표준요법은 미페프리스톤에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쓰는 것이다. WHO는 2019년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두 성분을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한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했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약물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허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약물 허가 주수를 대체로 임신 9~10주로 잡는다. 미국은 마지막 월경 시작일부터 70일, 즉 임신 10주까지 승인했다. 캐나다와 호주, 일본, 뉴질랜드, 프랑스 등은 임신 9주, 63일 이하로 허가했다. 영국은 가정 복용을 임신 9주 6일 이하까지 허용하고, 그 이후에도 병원에서 약물적 방법을 쓸 수 있게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경구용 임신중지약물을 허용하지 않던 일본은 2023년 미페-미소프로스톨 병용제품을 처음 승인했다. 일본은 임신 9주 이하 산모에 대해 모체보호법 지정 의사만, 지정 의료기관에서 엄격히 관리하도록 했다.
찬반은 팽팽하다. 여성단체는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신속한 허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약물을 구하려면 병원 처방이 아닌 공신력 없는 온라인이나 지인을 통해야 했고, 부작용을 상담하거나 도움받을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여성들이 충분히 안전하고 저렴하게, 어디서나 쉽게 제공받아야 할 권리를 훼방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임신중절약물을 신속하게 허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 의료계는 반대한다.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과 프로라이프 등은 최근 약물 낙태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법적 근거 없는 수입 허가 시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성명에서 음성적 거래를 개선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표준 진료지침과 사후관리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판매·처방부터 허용하는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도 약물적 유산이 일반적으로 수술적 유산보다 안전하다고 보면서도,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용량과 방법을 달리 투여해야 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임신중지약물이 도입되지 않은 사이 임신중지는 여전히 비급여 수술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비용과 의료기관 정보를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미프진 등을 해외에서 불법으로 직접 사 복용하는 경우도 암암리에 있었다. WHO는 세계적으로 연간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1억2100만명에 이르고, 이런 임신의 60%가 중지로 이어진다고 본다. 그러면서 전체 낙태의 45%가 안전하지 않게 이뤄진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