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선 일하지 마...” 하루 14시간 배달하던 40대 가장이 남긴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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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 후에도 이어진 생명나눔
아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하루 14시간 넘게 배달 일을 이어온 40대 가장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남겼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24일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최정섭 씨(46)가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8일 밝혔다. 최 씨는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평소 밝혀온 장기기증 의사를 가족들이 존중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나누게 됐다.
최 씨는 지난 7월 17일 비가 내리던 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업무를 하던 중 다른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뇌사는 단순히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와는 다르다. 뇌간을 포함한 전체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 회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자발적으로 호흡할 수 없지만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이 유지되면서 심장이 뛰는 경우 장기기증이 가능하다.
최 씨의 가족들은 큰 사고를 당한 그를 떠나보내는 상황에서도 평소 그의 뜻을 떠올렸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난 최 씨는 20대 초반 아버지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의 가장 역할을 맡았다. 어머니와 여동생 역시 건강이 악화하면서 최 씨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가족들의 오랜 투병 생활을 지켜본 최 씨는 평소 장기기증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가족들은 최 씨가 생전에 남긴 의사를 존중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그 결과 최 씨가 기증한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이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될 수 있게 됐다. 한 사람의 생이 갑작스럽게 끝나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 씨는 원래 전기 공사 일을 했다. 그러다 약 1년 전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고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일을 이어왔다.
하루 배달 업무 시간은 14시간이 넘을 정도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만큼 자신의 시간을 갖기도 쉽지 않았다.
평소 최 씨가 좋아했던 취미는 등산이었다. 하지만 배달 일을 시작한 뒤에는 등산을 즐길 여유조차 갖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게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최 씨의 매제 강일규 씨는 “형님은 늘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부디 천국에서는 일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과의 일상을 멈추게 된 최 씨는 생전에 밝혔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이어주게 됐다.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뇌사추정자가 발생하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장기구득기관은 기증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체검사 등을 실시한다. 이후 뇌사판정 대상자 관리와 뇌사 판정 절차가 이어진다.
뇌사 판정 역시 단순히 의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뇌사조사와 뇌사판정위원회 등을 거쳐 뇌사 여부를 확인한다.
기증 동의 역시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 전에 장기 등의 적출에 동의했다면 기증이 가능하지만, 가족 또는 유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적출할 수 없다.
반대로 생전에 본인이 장기기증에 동의했거나 반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가족 또는 유족이 동의하면 기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장기적출을 위한 수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동의를 철회할 수도 있다.

즉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고 해서 실제로 모든 경우에 장기기증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기증 상황에서는 뇌사 여부와 의학적 적합성, 동의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별도로 진행된다.
뇌사 상태에서는 여러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뇌사자의 기증 가능 장기로 신장, 간장, 심장, 폐, 췌장, 췌도, 소장 등을 안내하고 있다. 안구와 손·팔, 발·다리 등도 기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실제 어떤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지는 기증자의 건강 상태와 장기의 상태 등을 확인한 뒤 결정된다. 모든 장기를 일률적으로 기증하는 방식은 아니다.
장기기증을 위한 의학적 확인과 함께 이식받을 환자를 정하는 과정도 별도로 진행된다.
뇌사 장기기증이 결정되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관련 정보를 관리하고 이식 대상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 이식 대상자가 정해지면 해당 이식 의료기관에 통보하고, 장기 적출과 이송, 이식 수술이 이어진다.
이식 대상자는 단순히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순서대로 장기를 배정받는 방식이 아니다. 장기이식정보시스템을 통한 매칭과 이식 대상자 선정 절차를 거쳐 최종 대상자가 결정된다.
장기기증에서 가족의 역할은 중요하다. 생전에 기증 의사를 밝혀둔 경우에도 실제 기증 상황에서는 법에서 정한 가족·유족의 동의와 관련 절차가 확인된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뇌사 기증의 경우 뇌사추정자가 발생한 병원의 의료진이 가족 또는 유족과 상담하고, 기증동의서를 작성하는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장기적출이 끝난 뒤에는 유족에게 시신이 인도된다. 이후 가족들은 일반적인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장기기증을 위해 시신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거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서는 뇌사 장기기증과 관련해 법에 따라 소정의 진료비와 장제비를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