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금체불 1500억 돌파… 코리안 드림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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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체불액 43.6% 급증, 제조·건설 및 영세사업장 피해 집중… 신정훈 의원 "전담팀 가동해야"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

내국인을 포함한 전체 임금체불 증가율과 비교해 무려 14배가 넘는 가파른 폭증세를 보이고 있어, 취약계층인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노동 착취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외국인 노동자 체불액 43.6% 폭증, 전체 증가율의 14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나주·화순)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액은 총 1,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078억 원에서 무려 43.6%(470억 원)나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체불 피해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 수 역시 2만 2,648명에서 3만 684명으로 35.5%(8,036명)나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합친 전체 임금체불액의 증가 속도와 비교할 때 그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전체 임금체불액이 2024년 1조 9,425억 원에서 2025년 2조 6억 원으로 약 3.0%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외국인 노동자 체불액은 43.6%나 폭증했다. 전체 체불액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5%에서 7.7%로 상승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의 집중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추세는 2026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불과 반년 만에 1만 3,936명의 외국인이 754억 원의 임금을 떼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제조·건설업 및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피해 집중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은 특정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에 기형적으로 집중되어 발생하는 특징을 보였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피 업종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설업과 제조업의 피해가 압도적이었다. 2025년 기준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1만 1,32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체불액 규모로는 제조업이 719억 원으로 가장 컸다. 이 두 업종에서 발생한 체불액만 1,145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체불액의 73.9%를 차지했고, 피해자 수 역시 전체의 72.0%인 2만 2,080명에 달했다.

사업장 규모별 통계는 더욱 뼈아프다. 노동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영세사업장일수록 체불 문제가 심각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716억 원(1만 6,998명)의 체불이 발생했고, 5인 이상 29인 이하 사업장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외국인 체불액의 89.5%인 1,386억 원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노동자 비율도 91.3%(2만 8,029명)에 달해,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근로감독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 지역 피해 최다… 지지부진한 통합지원 로드맵

지역별로는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밀집한 경기도와 서울 지역의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경기도에서만 525억 원의 체불액이 발생해 전국 비중의 33.9%를 차지했으며, 피해 노동자도 1만 68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이 199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경남(132억 원), 충남(126억 원), 경북(105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력 제도 전반을 아우르고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로드맵은 고사하고 대략적인 초안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측은 노사 및 관계부처 간의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정책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홈플러스 전담반 벤치마킹 등 선제적 구제 체계 절실

신정훈 의원은 이처럼 심각한 체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수동적인 민원 접수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현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과거 서울남부지청이 '홈플러스 체불대응전담반'을 구성해 1,54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체불 청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 체불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나 업종, 그리고 반복적인 대규모 체불이 일어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지방노동청 전담팀'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담팀을 통해 다국어 신고 및 상담을 지원하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피해 규모 확인과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청산 지도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신정훈 의원은 "전체 임금체불액이 3% 늘어나는 동안, 방어 능력이 취약한 외국인 노동자의 체불액은 무려 43.6%나 폭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대한민국이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 언제 임금을 떼일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착취의 국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신 의원은 "체불이 터진 뒤에야 책상에 앉아 민원을 접수하는 소극적 행정을 당장 멈추고, 체불 다발 현장에 전담 대응팀을 즉시 투입해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효성 있는 구제 체계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