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이런 짓까지…‘야차룰’ 등장 속 드러난 충격적인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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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응답률 역대 최고…집단 따돌림·신체폭력 증가
교육부, ‘야차룰’ 등 신종 학폭 엄정 대응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이 해마다 늘면서 올해 피해응답률이 2.9%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4주간 진행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390만 명이 대상이었으며 전체의 81.9%인 319만 명이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지난해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생들이 경험한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 등을 물었다.
말보다 몸으로 번진 학폭…집단 따돌림·신체폭력 비중 증가


학교폭력의 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여전히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으로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이어 집단 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 비중은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반대로 집단 따돌림은 0.7%포인트, 신체폭력은 1.1%포인트 증가했다. 언어나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비중은 줄었지만 또래를 집단에서 배제하거나 몸을 직접 부딪치는 폭력은 늘어난 것이다.
모든 학교급에서 언어폭력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만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 성폭력의 비중이 높아졌고 신체폭력과 강요 비중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피해 경험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과 달리 자신이 학교폭력을 가했다고 답한 학생은 줄었다. 가해응답률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0.8%로 0.3%포인트 떨어졌다. 초등학교는 2.4%에서 1.6%, 중학교는 0.9%에서 0.7%로 감소했고 고등학교는 0.1%로 지난해와 같았다.
반면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은 늘었다. 목격응답률은 6.7%로 지난해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교는 11.0%, 중학교는 6.8%, 고등학교는 2.6%로 모든 학교급에서 전년보다 높아졌다.

피해응답은 늘었는데 가해응답은 줄어든 배경에는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학생 사이의 인식 차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가 지난달 학생과 교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학교폭력 제로센터 담당자 등을 만나 현장 의견을 들은 결과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과격해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피해학생은 폭력으로 받아들이지만 가해학생은 같은 행동을 여전히 장난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상적인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봤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이 부족해지고 공감 역량도 낮아지면서 교우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감도가 높아진 점도 이번 결과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교육지원청에 접수되는 학교폭력 사안은 감소하고 있다. 2025학년도 접수 건수는 5만 6880건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반면 접수된 사건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까지 진행된 비중은 51.7%로 증가했고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된 비중도 22.1%까지 높아졌다.
성 선임연구위원은 “우선적으로는 갈등이나 폭력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갈등 상황이 생기더라도 경미한 사안의 경우 심의보다는 교육적 해결로 유도할 수 있도록 예방교육과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 싸움 붙이고 촬영까지…‘야차룰’ 확산

교육당국이 이번 조사와 함께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야차룰’과 ‘스파링’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이다.
야차룰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별다른 보호장구나 명확한 규칙 없이 맨몸으로 싸움을 벌이는 형태를 뜻하는 은어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서로 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에서 이를 부추기거나 폭행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힘이 센 학생이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들을 모아 서로 싸우게 한 뒤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심각한 형태도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끼리 싸움을 벌이고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경우뿐 아니라 힘센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싸움을 강제로 붙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학생 두 명이 다투는 데서 끝나지 않고 다른 학생이 싸움을 조종하거나 이를 영상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신체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이 동시에 증가한 가운데 교육당국도 이런 신종 폭력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지난 8월 야차룰에 대해 ‘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를 발령해 학교 현장에 전파했다. 교육부는 야차룰이나 스파링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싸움을 강요하거나 심각한 폭행을 가한 경우 엄격하게 심의·조치하도록 시도교육청과 협력을 강화한다.
경찰청도 신학기를 맞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활용한 학교 단위 예방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학교폭력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는 문제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손볼 예정이다.
‘신고하세요’ 넘어 실제 갈등 대처법 가르친다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단순한 신고 방법이나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실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주변 친구가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방어자로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학교급별 교육자료를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더하기 선도학교’도 운영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기간 예방교육에서 벗어나 교원과 학생, 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함께 학교폭력 예방·대처 역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공감과 책임을 학교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학부모 교육의 문턱도 낮춘다.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협력해 맞벌이 직장인 학부모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직장교육을 확대하고, 전국 학부모지원센터와 연계해 학교 수요에 따라 자녀 이해와 학교폭력 예방에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파견한다.
경미한 갈등이 곧바로 학교폭력 심의와 처벌 절차로 넘어가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해결할 기회도 늘린다. 교육부는 올해 3월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관계회복 숙려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하반기에는 관계회복 절차를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학교폭력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학생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교육기관’을 확대하고 피해학생이 집중적인 치유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충북에서는 이달부터 민간 위탁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과 인천에는 2028년 3월 전문교육기관 신설을 추진한다.
심민철 교육부 학생건강안전정책국장은 “실제 갈등 대처 역량을 키우는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과 관계회복 중심의 교육적 해결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장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신종 학교폭력 양상에 대해서도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