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냉동창고 살해 피의자, 사람 가둬놓고 AI에 '이런 질문'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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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있으면 어떻게 되나” AI에 묻고 26시간 방치

경기 파주의 한 대형카페 냉동창고에서 60대 여성이 감금된 지 20여 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인 30대 카페 주인이 범행 직후 인공지능(AI)에 범행 관련 질문을 던진 정황이 포착되는 등 사전 계획범죄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냉동창고 살인사건이 발생한 파주 카페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냉동창고 살인사건이 발생한 파주 카페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경찰은 구속된 카페 주인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사건의 발단이 된 500억 원대 가짜 백화점 상품권 위조 및 유통에 가담한 공범들로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감금 직후 AI에 “사람 있으면 어떻게 되나”… 사전 계획 정황 잇따라

지난 9일 MBC 보도 및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일 경기도 파주의 한 대형카페 뒤편에 설치된 냉동창고에 60대 여성 B 씨를 감금한 카페 사장 A 씨는 범행 직후 AI에 범행과 관련된 질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AI를 향해 '냉동창고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냉동창고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사건이 발생한 냉동창고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범행 과정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사건 당일 오전 A 씨는 파주 시내에서 B 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이동하던 중 "휴대전화를 밖에 두고 가자"고 유인했다. 이에 B 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차량 대시보드 위에 뒀으며 외부와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범행 장소로 이동하게 됐다.

A 씨는 B 씨를 감금하기 전후에도 여러 차례 냉동창고를 직접 찾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일 오전 11시 13분쯤 A 씨와 B 씨가 함께 냉동창고로 들어간 뒤 잠시 후 A 씨만 혼자 나왔으며 B 씨는 이후 약 26시간 동안 내부 온도가 영하 18도~20도 안팎에 달하는 냉동창고 안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 씨는 이 사이 B 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냉동창고를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결국 감금 약 2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 결과 B 씨의 시신에서는 별다른 특이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과 국과수는 영하 20도 안팎의 극단적인 냉동창고 환경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짜 상품권 대충 보게 하려 했다” 진술 번복… 범행 도구 사전 준비 의혹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카페에 해당 냉동창고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추운 냉동창고 내부에서는 피해자가 가짜 상품권을 꼼꼼하게 살피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CCTV 자료 화면 / 유튜브 'SBS 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CCTV 자료 화면 / 유튜브 'SBS 뉴스'

냉동창고의 설치 목적과 범행 용도를 둘러싼 A 씨의 진술은 수시로 번복되고 있다. 당초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짜 상품권이 들키면 감금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이후 "추워서 가짜 상품권을 대충 보게 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범행의 의도성을 부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범행에 직접 이용할 목적으로 냉동창고를 미리 주문 및 설치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또한 A 씨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며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했다. B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수사관이 지난 4일 오전 A 씨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자 A 씨는 B 씨와 헤어진 장소와 이후 행적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 이에 경찰 수사팀은 약 4시간 동안 사건 발생 현장이 아닌 다른 지역을 수색하는 등 혼선을 겪어야 했다.

500억대 가짜 상품권 위조 공범 입건… 수사망 확대

한편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카페 주인 A 씨에 대한 단독 범행 수사에 그치지 않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500억 원대 가짜 백화점 상품권과 관련된 위조 및 거래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전면 확대하고 있다. B 씨의 시신이 발견된 냉동창고 옆에서는 500억 원 상당의 위조 백화점 상품권이 함께 발견됐다.

파주 카페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파주 카페 사진 / 유튜브 'SBS 뉴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서울에 거주하던 피해 여성 B 씨를 파주 현장까지 데려다준 C 씨를 지난 9일 상품권 위조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C 씨는 상품권 거래를 중개하는 전문 브로커로 파악됐다.

사건의 경위를 종합하면 카페 주인 A 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상품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했고 피해자 B 씨는 제3자의 의뢰를 받아 상품권의 진위 여부를 현장에서 감정·확인하는 중간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집을 나서면서 가족들에게 “큰돈 때문에 일이 있어 해결하러 간다”는 말을 남긴 뒤 지난 3일 오전 브로커 C 씨의 차량을 타고 파주로 이동해 A 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B 씨가 돌아오지 않자 C 씨가 B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실종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브로커 C 씨가 B 씨를 A 씨에게 데려다주게 된 정확한 경위와 함께 500억 원대 가짜 상품권 제조 및 유통 범행에서 C 씨가 담당한 역할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C 씨가 B 씨의 감금 및 살해 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상품권 위조 자체에 대한 사전 계획도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7월 말 한 인쇄업체를 찾아가 “영화 촬영용 소품으로 사용하려 한다”며 5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과 유사한 상품권을 만들어 달라고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인쇄업체 측이 실제 상품권과 동일하게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절하자 A 씨는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재차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위조 상품권 뒷면에 ‘촬영용’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음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