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헬스케어, 지갑 앱 결함으로 4011곳서 3시간 만에 45만달러 도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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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P 헬스케어, 지갑 앱 결함으로 4011개 계좌서 45만 달러 도난
키공간 2의46승까지 쪼그라든 결함…3년 만에 서비스 청산

XRP 헬스케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 헬스케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 헬스케어(XRP Healthcare)가 지갑 앱 XRPH 월렛(XRPH Wallet)의 결함으로 대규모 자산을 도난당한 뒤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2026년 9월3일(현지시각) 공격자가 XRPH 월렛에 연결된 지갑 4011곳을 약 3시간 만에 훑고 지나갔고, 피해 규모는 45만~45만2000달러(약 6억~6억1000만원, 1달러 1345원 기준)로 추산된다. 회사는 9월10일 공식 성명을 내고 운영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며 XRPH와 XRPHAI 토큰의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회사와 온체인 분석업체는 사고가 XRP 원장 자체가 뚫린 게 아니라 지갑 앱 코드에 심어진 결함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9월3일 밤, 3시간 만에 벌어진 대규모 자금 인출

9월3일 밤 새로운 수집 지갑 주소가 XRPH 월렛 잔액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계좌 규모가 큰 지갑부터 순서대로 노려졌고, 오후10시30분(UTC, 한국시간 9월4일 오전7시30분) 무렵에는 이미 24만2000 XRP 이상이 흡수된 상태였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XRPL.to는 9월3일부터 4일 사이 발신 지갑 4011곳에서 총 1만281건의 결제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이 중 한 곳은 수집 지갑에 자금을 대준 발신처로 확인돼, 실제 피해자는 4010개 지갑으로 분류됐다.

털린 자산은 XRP 26만7664개, XRPH 2320만개, XRPHAI 243만개에 달했다. 여기에 다른 프로젝트 토큰까지 합친 총 피해 규모는 45만~45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55자를 16자로 잘라 쓴 코드, 키공간이 2조배 넘게 줄었다 / AI 생성 이미지
55자를 16자로 잘라 쓴 코드, 키공간이 2조배 넘게 줄었다 / AI 생성 이미지

55자를 16자로 잘라 쓴 코드, 키공간이 2조배 넘게 줄었다

XRP 헬스케어가 9월8일 공개한 기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근원은 지갑 생성 로직에 있었다. 앱은 XRP 원장의 키 생성 함수 xrpl.Wallet.fromEntropy()에 55자짜리 값을 넣었는데, 이 함수는 원래 순수 바이트값을 받도록 설계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앞쪽 16자만 실질적으로 반영됐고 나머지 14자만 변수 역할을 하면서, 키 조합 가능 범위가 원래 의도한 2의128승에서 2의46승, 약 72조9000억 가지로 쪼그라들었다.

개발팀은 여기에 Math.random() 함수까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때문에 실제 탐색 가능한 범위가 더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공개된 정보와 축소된 키공간의 일부만 탐색해 실제 운영 중인 지갑 9개의 개인키를 재현했는데, 이 중 4개는 이미 도난당한 지갑이었다.

이 결함은 2023년6월13일 앱 코드에 심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키 도출 과정이 결정론적이고 알고리즘 자체가 공개돼 있어, 도난당한 4010개 지갑뿐 아니라 앱이 만든 모든 지갑을 오염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조사팀의 결론이다. 자금이 없어 피해를 면한 지갑도 안전한 게 아니라 아직 표적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앱을 디컴파일한 결과 사용자의 시드 문구가 네트워크로 그대로 전송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XRP 헬스케어 경영진은 채용한 외부 개발자들을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해명하며, 해킹이 공개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도난 자금, XRP 원장 떠나 이더리움서 DAI로

XRP 헬스케어는 9월4일 처음으로 사고를 인정했다. 먹튀 의혹을 부인하며 XRPH, XRPHAI 등 자산이 손상된 지갑에서 도난당했다고 확인하고, 이용자들에게 즉시 월렛 사용을 중단하라고 공지했다. 다음날인 9월5일에는 수사기관에 정식 신고서를 제출하고 다른 거래소·플랫폼과 함께 도난 자금 동결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6일에는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한 결과를 공개했다. 도난 자산은 XRP 원장을 떠나 니어 인텐트(NEAR Intents)를 거쳐 이더리움으로 넘어갔고, 유니스왑 V4(Uniswap V4)에서 스테이블코인 DAI로 전환돼 약 44만5198 DAI가 이더리움 주소 한 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피해자들에게 이더스캔(Etherscan)에서 자신의 거래 기록을 근거로 피해 신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 공개 업데이트 기준으로 이 자금은 아직 움직이지 않은 상태다.

전 리플 개발자들 “예견된 붕괴”…결국 폐업 발표

사고 직후인 9월6일 리플과 인연이 있던 개발자 맷 해밀턴(Matt Hamilton), 벳 구스, 해저드 쿠키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과거 XRPay넷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이 프로젝트의 붕괴가 “시간 문제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벳 구스는 자신이 이 팀의 보조금 신청을 개인적으로 거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서에 협업 관계에 대한 부정확한 주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 헬스케어 생태계에는 처음부터 별도 토큰이 필요하지 않았고, 기술 문서에는 협업에 대한 부정확한 주장이 담겨 있었다”고 말하며 월렛 구조 자체를 비전문적이라고 평가했다. 맷 해밀턴과 해저드 쿠키도 몇 년 전부터 이 프로젝트의 위험 신호와 의심스러운 운영 관행을 지적했지만 경영진이 커뮤니티의 비판을 무시했다고 확인했다.

경영진은 리플 출신 인사들의 비판을 부적절하다고 반박했지만 이를 반박할 기술적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결국 9월10일 회사는 개발 비용 부담, 장기간 이어진 크립토 약세장, 실패한 기업공개 시도까지 겹치며 청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XRPH 월렛 애플리케이션은 영구적으로 네트워크에서 차단되고, 회사는 지식재산권과 글로벌 상표권만 별도로 보유한 채 각 거래소와 개별 상장폐지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XRP 헬스케어는 2024년 공급량 조절을 이유로 XRPH 신규 스테이킹을 중단했고 이후 XRP 원장 검증인 노드로도 참여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상표 확장도 추진했지만 3년에 걸친 개발에도 기업공개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원장은 안전하다”…앱 결함이 남긴 숙제

이번 사고에서 도난당한 모든 거래는 XRP 원장 관점에서는 정상적으로 서명된 유효한 결제였다. 원장은 서명 키가 오프라인에서 역산됐는지, 정당하게 보관된 키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XRP 헬스케어도 이는 합의 알고리즘의 실패가 아니라 지갑 생성 단계의 실패라고 못박았다. 같은 주 XRP 원장은 대출 프로토콜을 담은 v3.4.0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었고, 새로운 권한 위임 보안 개정안도 검증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XRP 헬스케어는 XRPH 월렛으로 한 번이라도 키를 생성한 이용자라면 남은 자산이 없더라도 그 시드 문구를 영구히 오염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드를 다른 프로그램에 다시 불러오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결함은 키가 저장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에 있어, 남은 자산은 전혀 다른 새 지갑에서 새로 만든 키로 옮겨야 한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올해 들어 반복되는 패턴이다. 휴머니티 프로토콜의 개인키 유출 사고와 고마이닝 집단 지갑 탈취 사고 모두 비슷한 자금 이동 경로를 따랐다. 앞서 콜드카드 비트코인 지갑에서도 같은 유형의 낮은 엔트로피 결함이 발견돼 피해 규모가 1억 달러를 넘긴 적이 있다. L1 합의 계층이 아니라 앱 계층의 엔트로피 결함이 올해 지갑 보안의 주요 공격 지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