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거짓말했나... 8년 전 입장문엔 전혀 다른 팩트 담겼다
작성일
8년 전엔 “몰랐다”더니... 지금 와선 “성차별 묵인 안 했다” 주장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았던 노동당 비선조직의 성차별 문제를 두고 내놓은 해명에 의혹이 일고 있다. "처음 접했을 때부터 비판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성차별 실태가 폭로된 당일 용 후보자가 조직원들에게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명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MBN은 성차별 문제가 폭로된 당일 저녁 당시 청년좌파 대표였던 용 후보자가 단체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입수했다면서 용 후보자가 입장문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11일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피해자와 같은 사무실을 썼지만 알지 못했다", "폭로 글을 보고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향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공식 입장은 나중에 내겠다고 했다.
용 후보자는 2017년까지 노동당 비선조직에서 활동했다. 이 조직의 성차별 문화를 알고도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적극 반박에 나섰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차별적 글과 관련해서 저 역시 그 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낡고 잘못된 이야기를 아직도 하느냐'라고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입장문 내용은 이 같은 주장과 배치된다.

당시 비선조직 교육자료에는 여성에게 혼전 순결을 요구하고 낙태를 금기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MBN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폭로 이후 노동당의 사과문 채택 논의 과정에서도 "피해 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며 사과문 채택에 반대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피해 사실을 인정한 뒤에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 후보자가 2018년 노동당 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문 채택에 반대한 정황은 속기록으로도 뒷받침된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노동당 전국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2018년 3월 31일 회의에서 지역선출 위원으로 참여한 용 후보자는 사과문 채택 안건에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용 후보자는 "아직 피해, 가해 사실 여부는 물론 사실관계조차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확인되지 않았는데 입장을 내면 정치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부결을 요구했다. 매체는 이를 두고 성차별을 단순히 묵인한 수준을 넘어 비호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라고 평가했다.
사과문 채택 안건은 2대 2 찬반 토론 끝에 부결됐다. 반대 토론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용 후보자였다. 나머지 한 명인 양부현 기본소득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반대 토론을 하는 이유는 제목도, 주체도, 내용도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비선이 전조직적으로 당의 의결기구에 개입됐고, 의결기구 조직원들이 반여성적인 차별 행위를 했다고 드러날 때 사과문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안과 수정 결의안은 재석 34명 가운데 각각 1명, 8명 찬성에 그쳐 모두 부결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201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이 언더조직에서 혼전 순결 등 성차별 지침과 행위가 만연했다고 폭로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더조직은 노동당 공식 체계 아래에서 운영된 비공개 조직이다. 청년좌파와 알바노조 등 시민단체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 후보자는 당시 청년좌파 대표였다.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언더조직 활동 자체는 인정했다. 용 후보자는 "'언더조직'이라는 비공개 정파에 참여한 것을 부인할 생각이 없다"며 "문제의 비공개 정파는 성차별적 문화 등을 이유로 2017년에 자체 해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문제 제기를 방조하거나 침묵했다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던 당사자는 용 후보자가 문제 제기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면서 진상조사위에 조사와 함께 용 후보자 당직 직위 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폭로 전부터 성차별 문제를 후보자와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은 MBN 인터뷰에서 "2017년에 우리가 좀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대화를 나눴다"며 "용 후보자도 사실 자기는 그렇게까지 심각한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더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JTBC 인터뷰에선 용 후보자를두고 "문제 제기에 공감하거나 해결하려는 태도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소득당) 지도부나 당직자들의 인적 구성을 보면 언더조직과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