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마시며 버텨” 네팔 터널서 9일 만에 구조된 이가 꺼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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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9일간의 생존, 흙탕물로 버틴 남성의 기적

네팔 대홍수로 수력발전소 터널 안에 갇혔던 30세 남성이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는 식량과 식수 없이 어둠 속에서 버티면서 흙탕물과 바위 틈에서 흘러나온 물을 마셨다. 구조대가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라는 믿음도 놓지 않았다.

산제이 사씨 구조 현장 /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산제이 사씨 구조 현장 /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주인공은 네팔 국영 전력기관에서 기계 반장으로 일하던 산제이 사씨다. 그는 지난달 26일 네팔 중북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 내부 통제실에서 근무하다 대홍수에 휩쓸렸다. 당시 터널 안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씨는 다른 직원들을 먼저 대피시키려다 빠져나올 시간을 놓쳤다.

사씨가 갇힌 곳은 지상에서 약 170m 깊이에 있는 터널이었다. 홍수와 함께 암석과 토사가 밀려들면서 출입구가 막혔고, 내부 곳곳의 벽과 장비도 무너졌다. 터널 구조를 잘 알고 있던 사씨에게도 탈출로를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어요. 실수로 미끄러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혀 눈을 다칠까 봐 두려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씨는 홍수 이전에는 터널 내부를 구석구석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과 토사가 지나간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홍수가 나기 전에는 터널 구석구석을 모두 알고 있어 어려움 없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며 "홍수 이후에는 (터널 내부) 구조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는 휩쓸려 갔고, 벽은 무너져 내렸다"며 "잔해들로 언덕과 구덩이가 생겨 터널 내부를 잘 안다는 사실이 더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씨도 터널 안에서 움직이며 출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움직일수록 다른 곳에 고립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이후에는 한곳에 머물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외부와 연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뿐이었다.

먹을 음식은 없었다. 그는 터널 내부에서 구할 수 있었던 물을 마시며 생존을 이어갔다. 흙탕물과 바위에서 스며 나오는 물이 사실상 유일한 수분 공급원이 됐다. 긴 시간 동안 어둠 속에 머무르면서 시간 감각도 흐려졌다.

사씨는 가족을 떠올리며 정신을 붙잡았다. 아내와 어린 딸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살아서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되뇌었다. 그는 "스스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계속 되뇌면서 밖에서 가족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딸(2)과 아내(26)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생각하면 힘이 생겼다"며 "계속 신의 이름을 외우며 기도했다"고 울먹였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그는 터널 안에서 힌두교 만트라를 계속 외우며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

구조의 신호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구조 직전이었다. 사씨는 약 10시간 전부터 굴착기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구조대가 터널을 파고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긴 기다림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지난 4일 구조대는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사씨와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씨를 잇따라 발견했다. 두 사람은 터널 안에서 생존한 채 발견됐고,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당시 사씨의 몸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구조대원들이 그를 부축해 헬기로 옮겼다.

사씨는 구조된 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터널 안에서는)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고작 이틀이나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구조된 이후) 실제로는 열흘 (가까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터널에 남게 된 데에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려 했던 사정도 있었다. 사씨는 구조 직후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그렇게 큰 사고가 났을 때 나 혼자 도망치는 것은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고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렸지만, 자신이 빠져나갈 차례에는 이미 물과 토사가 터널을 덮친 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조는 대규모 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생존자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구조대는 트리슐리 일대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 상당수 작업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이어갔다. 트리슐리 3A에서도 수백 명의 작업자가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일부는 지하 터널에 갇힌 것으로 추정됐다.

사씨는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동료들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 터널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홍수에 휩쓸린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당시 사고를 떠올리며 동료들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난달 26일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빙하 붕괴와 토석류가 겹치면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일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 수많은 주민과 작업자가 실종되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