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도 없이 떠났다… 오늘(14일) 먹먹한 6주기 맞이한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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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기하고 싶다”던 목소리… 팬들 곁 떠난 지 어느덧 6년

대중을 향해 환한 미소와 함께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던 배우 오인혜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망 직전까지도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재기의 의지를 다졌기에 14일 맞이한 6주기의 슬픔은 팬들에게 여전히 깊은 안타까움과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2020년 배우 오인혜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학교부속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 뉴스1
2020년 배우 오인혜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학교부속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 뉴스1

고 오인혜는 2020년 9월 14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지인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경찰과 소방 관계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한때 호흡과 맥박이 돌아오기도 했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향년 37세라는 짧은 생을 뒤로한 채 대중의 곁을 떠났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자택 주변 CCTV 분석과 출입자 확인 등을 거쳐 타살 혐의점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 조치를 진행한 뒤 사건 수사를 마감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타까움을 더했던 것은 사망 전날까지도 이어진 그의 소통 행보였다. 고인은 개인 SNS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 뷰티 팁을 공유하며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사망 얼마 전 유튜브 채널 '근황 올림픽'에 출연해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솔한 심경을 털어놓아 큰 응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금은 작거나 마음에 안 드는 역할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며 배우로서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와 각오를 드러냈다. 팬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대중과 영화계에 가슴 아픈 충격을 안겼다.

2011년 데뷔와 거장 박철수 감독과의 인연

고 오인혜는 2009년 제작돼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와 연기에 대한 열정은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박철수 감독의 눈에 띄는 계기가 됐다.

배우 오인혜가 2018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 VIP시사회 및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오인혜가 2018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 VIP시사회 및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박 감독의 발탁으로 고인은 감독의 말년 대표작인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 '생생활활' 등 3편의 영화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인 주연급 배우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개봉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감독과 조감독 출신인 두 연출가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제각각 극화해 묶어 선보인 릴레이 형식의 옴니버스 영화였다. 오인혜는 결혼 이후에도 자신의 스승인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는 제자 역을 맡아 수위 높은 전라 베드신을 소화하는 등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 오인혜가 2014년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영화 '설계'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오인혜가 2014년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영화 '설계'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실제 고인은 동글동글한 외모에 웃음이 많은 밝은 성격이었으나 작품의 팜므파탈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도도한 눈빛과 뇌쇄적인 표정 연기를 연출해 내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였을 때 파격적인 노출 신으로 인해 깊은 고민을 거듭했으나 오직 작품을 위해 과감히 촬영에 임했다고 생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대면 30초 만에 그를 전격 캐스팅했던 박 감독 역시 "관능적인 육체에서 나오는 섹시함이 정말 대단했다"라며 오인혜의 과감한 도전과 연기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고인은 박 감독이 이장호, 정지용, 변장호, 정진우, 이두용 등 거장들과 함께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에서 의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 감독은 연이어 '익스트림'이라는 네 번째 작품을 구상하며 고인에게 다시 한번 유부남 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제자 역을 맡길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감독의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 영화계를 흔들었던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배우 오인혜라는 이름을 대중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였다. 출연작인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오인혜는 박 감독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

배우 오인혜가 2014년 서울 강남구 호텔 프리마에서 열린 영화 '설계'(감독 박창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오인혜가 2014년 서울 강남구 호텔 프리마에서 열린 영화 '설계'(감독 박창진)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다. / 뉴스1

당시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오인혜는 가슴 라인이 파격적으로 드러나는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여배우들의 노출 드레스는 드문 일이 아니었으나 이날 오인혜가 선보인 의상의 임팩트는 현장을 완전히 압도했다.

장동건, 판빙빙, 김하늘, 김선아, 한효주 등 당대 국내외 최고의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음에도 오인혜는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독차지했다. 현장에 모인 영화 팬들은 물론, 수많은 여배우의 드레스 차림에 익숙해져 있던 현장 취재 기자들조차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그 파장은 익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강타했다. 영화제 다음 날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으며 등장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까지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IT 업계의 거목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시기였음에도 국내 인터넷 공간은 오인혜의 드레스 이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파격적인 노출에 대한 감탄과 비판적 시각이 팽팽하게 대립했으나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 인물이었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