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1개 팡 터져서 광고 45개 찍고, 아직도 그걸로 먹고 산다는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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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45개 몰렸던 '슬기로운 의사생활'…한 배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다

한 작품 출연 이후 광고만 무려 45개를 찍었다는 어느 여배우의 깜짝 고백이 많은 이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키스는 괜히 해서!' 주조연들. / 안은진 인스타그램
'키스는 괜히 해서!' 주조연들. / 안은진 인스타그램

이 고백의 주인공은 바로 대세 배우 안은진이다.

안은진은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자신의 커리어 전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광고 45개, 첫 주연의 두려움, 안면 마비까지 겪은 촬영 현장, '키스는 괜히 해서!'의 글로벌 흥행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공개했다.

"광고 45개 찍었다"…'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바꾼 모든 것

안은진은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했다. 2018년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로 드라마에 첫 발을 디뎠고, 2019년에는 '타인은 지옥이다', '킹덤' 등 한 해에만 6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 바탕 위에서 2020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터졌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역이었다. 엉뚱하고 솔직한 캐릭터는 극 전체에서 두드러졌고, 안은진은 단숨에 대중의 얼굴이 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안은진. /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안은진. / tvN 제공

MC 정재형이 "광고를 한 20개는 찍지 않았냐"고 묻자 안은진은 "45개, 조금 더 많이 찍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작품 하나로 광고 45편이 몰렸다는 건 당시 그의 상업적 가치가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안은진은 "정말 좋았던 건 오디션 가서 이제 연기를 좀 망쳐도 되는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 전에는 오디션 자리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전부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클립이 생긴 뒤로는 오디션 현장에 가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감독들이 연기를 어느 정도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추민하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자존감 높고 건강하고 용기 있는 캐릭터"라며, "그 모습을 저라고 생각해 주셔서 더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아직도 그 이미지로 먹고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5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추민하의 유산이 자신의 브랜드 자산이라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첫 주연의 무게…"주인공 어떻게 하는 거야?"

첫 주연작 '한 사람만' 촬영 당시 주변에게 많이 물음을 구했다는 안은진. / 유튜브 '요정재형'
첫 주연작 '한 사람만' 촬영 당시 주변에게 많이 물음을 구했다는 안은진. / 유튜브 '요정재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후 안은진의 필모그래피는 치밀하게 쌓였다. JTBC '경우의 수'에서 서브 커플로 참여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로 돌아온 뒤, 2021년 JTBC '한 사람만'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표인숙 역이었다.

주연 통보를 받은 날, 안은진은 울지 않았다. 기쁘기보다 막막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주변에 엄청 물어봤다"고 했다. 신예은, 라미란, 김고은에게 전화해 "주연은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라미란의 조언은 단 다섯 글자였다. "하던 대로 해." 신예은은 체력부터 단단히 챙기라고 했다. 김고은은 달랐다. 안은진은 그에게 현장에서 누군가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실질적인 질문을 던졌고, "완전 해결사라서 답이 그 자리에서 바로 나왔다"고 했다. 조언을 메모까지 해뒀다고 했다.

'한 사람만'은 편성 시간대가 늦었고 홍보 노출도 부족했다.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안은진은 "대본이 너무 좋았는데 편성상 너무 늦게 해서 많이 모르시는 드라마"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면 마비 속에서도 카메라 앞에…'나쁜 엄마' 촬영장 비하인드

안은진 일상사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안은진 일상사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2023년 JTBC '나쁜 엄마'는 표면적으로는 흥행작이다. 이미주 역을 맡아 10대부터 30대까지 복합적인 캐릭터를 소화했고, 드라마는 JTBC 수목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전국 12%(이하 닐슨코리아 제공), 수도권 13.6%를 기록했다.

그런데 안은진은 촬영 중 안면 마비를 겪었다. 세수를 하다 얼굴 한쪽이 돌아가는 걸 발견했고, 양치할 때 물이 샜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다. 그대로 현장에 나갔고 점심까지 촬영을 마친 뒤 감독에게 보고하고 병원을 찾았다. 구안와사였다.

병원에 늦게 가면 회복이 더딜 수 있는 질환이다. 초반에 빠른 처치가 중요하지만, 안은진은 그 타이밍을 놓쳤다. 이후 스테로이드 치료와 한방 침 치료를 병행했다. 얼굴이 붓기 시작했고, 주연 배우로서 정면 촬영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쪽 얼굴이 시간차를 두고 움직이는 탓에 생일 파티 장면 같은 분량은 사이드 각도로만 찍었다.

한 달의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드라마 촬영은 미주 분량을 중단한 채 진행됐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은 상태가 지속됐고, 드라마는 그 상태로 끝났다. 안은진은 "갈수록 붙고 끝났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드라마는 JTBC 역대 평일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연인' 촬영 당시의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연인' 촬영 당시의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사극에 몰두한 1년…'연인', 극기훈련 같았던 현장

같은 해 MBC '연인'은 안은진의 또 다른 정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유길채 역을 맡았다. 귀하게 자란 양반가 애기씨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하고, 납치되어 심양으로 끌려가면서도 더 강해지는 과정을 21부작에 걸쳐 그려냈다.

촬영 기간은 1년이었다. 안은진은 '연인'의 공동 출연자인 배우와 나중에 대화하면서 "우리가 그거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현장이 얼마나 소진적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초반에는 "미스캐스팅"이라는 말도 있었다. 안은진은 그 압박을 인정했다. "그때 힘들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까 나 그때 되게 힘들었구나가 명확해진다"고 했다. 당시에는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힘을 냈기 때문에 정작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그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작품은 결국 증명했다. '연인'으로 안은진은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도 이름이 올랐고, 한국갤럽이 조사한 2023년 올해를 빛낸 탤런트 4위에도 들었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가 붙었다.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시청률 저조에 자책하던 날, 헬스장에서 만난 이동욱

안은진은 시청률 압박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 사람만'이 시청률이 잘 안 나오던 시기, 헬스장에서 혼자 자책하며 운동하고 있었다. "다 내 탓인가, 나는 왜 이렇게 그랬을까"를 되새기던 중이었다.

그 헬스장에 이동욱이 있었다. 인사를 건네고 상황을 털어놨다. 이동욱은 "아직 네 탓이라고 생각할 그 정도가 아닌데"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안은진에게 위로를 건넸다. 안은진은 "완전 기분 좋았다, 완전 안심이었다"고 했다. 지나고 보면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그 순간 과도한 책임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는 안은진이 번아웃을 막기 위해 쓰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그는 스스로 "겁이 많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오면 친구들을 만나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법륜스님 강연을 찾아보고, "얘들아 비상"이라고 연락한다고 했다. 번아웃 직전에 미리 조치를 취하는 습관이 자신을 지켜왔다고 했다. 20대 초반 연기과 입학 당시부터 "연기가 심리적으로 나를 갉아먹는다 싶으면 바로 그만두겠다"는 기준을 세워뒀다고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안은진)-양석형(김대명) 커플. / 안은진 인스타그램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안은진)-양석형(김대명) 커플. / 안은진 인스타그램

"현장에서 사랑받지 않으면 연기 못 해요"…정공법으로 만든 신뢰

'연인' 촬영 전, 안은진은 감독에게 직접 말했다. "저는 현장에서 사랑받지 않으면 연기를 못 한다, 도와달라"고 했다. 자신의 약점을 먼저 꺼내는 방식이었다.

감독은 그에 응했다. 개인적으로 대본 공부를 시켜줬고 리딩을 많이 해줬다. 안은진은 그 과정이 '연인' 현장에서 자신을 지탱한 핵심이었다고 했다. 정재형은 "그래서 현장에서 네 소문이 그렇게 좋구나"라고 했고, 안은진은 "김고은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현장 소문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현장 소문이 좋다는 건 배우에게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과 제작진이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를 고른다는 현실과 직결된다. 안은진의 커리어가 꾸준히 좋은 작품과 이어진 배경 중 하나다.

시상식 다녀간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시상식 다녀간 안은진. / 안은진 인스타그램

'키스는 괜히 해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처음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

지난해 방영된 SBS '키스는 괜히 해서!'는 안은진이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작품이다. 고다림 역으로 취업 준비생의 현실적인 모습, 공지혁과의 로맨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단단함까지 다양한 결을 소화했다.

드라마는 방영 내내 전 채널 평일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유지했다. 넷플릭스에서는 9주 연속 차트에 진입했고, 그 중 2주는 비영어권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이 수치로 확인됐다.

정재형은 "외국에서 진짜 잘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안은진은 "직접 체감은 못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너무 좋다"고 했다. 다음 휴가 때 해외에 나가서 체감해보겠다고 했다. 해당 드라마로 안은진은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유튜브, 요정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