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돌싱 121만 명…재혼 대신 ‘이 선택’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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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3.9배 증가한 고령층 이혼, 황혼 이혼의 배경은?
혼자 사는 선택, 재혼 거부하는 노인들의 진짜 이유
결혼하지 않는 무혼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혼한 뒤에도 다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고령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60세 이상 이혼 인구는 121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60세 이상 인구 1520만4000명 가운데 약 8%가 이혼 상태인 셈이다. 2016년 31만3000명이었던 60세 이상 이혼 인구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3.9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령층 전체 인구에서 이혼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8%로 높아졌다.
고령층의 이혼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이혼 상태인 사람의 비율은 2017년까지 3%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5.2%로 올라섰다. 이후 2023년에는 6.5%, 2025년에는 7.7%까지 높아졌다. 과거에는 노년기에 접어들면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60대 이후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이른바 황혼 이혼이다. 황혼 이혼은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자녀가 성장한 뒤 이혼하는 현상을 말한다. 젊은 시절에는 자녀 양육이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했지만, 자녀가 독립하고 은퇴 이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부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생활에 불만이 있더라도 자녀 때문에 참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60대 이후에도 수십 년의 시간이 남을 수 있는 만큼 남은 인생을 자신의 방식대로 보내려는 선택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것도 변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다. 여성의 대학 진학과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1960년대생이 현재 60대에 들어서면서 과거보다 이혼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춘 여성도 늘었다. 배우자의 소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소득이나 연금, 자산 등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계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산분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랜 기간 가사와 육아를 담당한 전업주부의 기여 역시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에 대한 기여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생활에서의 기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이혼 이후의 경제적 불안을 과거보다 낮출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혼 이후의 삶이다. 과거에는 이혼한 고령층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는 재혼이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반드시 재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오랜 결혼생활을 끝낸 뒤 또다시 법적으로 결혼하는 것보다 혼자 생활하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미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할 경우 가족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재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서로 자녀가 있는 남녀가 결혼하면 배우자와의 관계뿐 아니라 양쪽 자녀와의 관계, 재산 문제, 상속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재혼과 달리 노년기의 재혼에서는 경제적 문제와 가족관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70대 정모씨는 이혼 후 재혼하지 않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정씨는 서로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하면 가족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며 초등학교 동창들과 만나며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없는 대신 오랜 친구들과 교류하고 취미나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생활의 중심을 바꾼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생활하는 고령층이 있다는 점도 변화의 한 부분이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에 따른 재산이나 가족관계상의 부담을 줄이면서 정서적으로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려는 선택이다. 이처럼 이혼 후의 삶이 반드시 또 다른 혼인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고령층의 가족 형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과거에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노년기 생활의 기본적인 틀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혼자 사는 사람,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사람, 재혼하지 않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사람 등 생활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고령층의 독립적인 삶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측면도 있다. 배우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노후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제력과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에 맞춰 노후 생활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것을 반드시 가족관계의 단절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반면 혼자 사는 고령층이 늘면서 사회적 과제도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혼한 뒤 혼자 생활하게 되면 주거비와 생활비, 의료비 등을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담당하던 돌봄 역할도 사라지면서 건강이 악화됐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고령층의 이혼 증가가 모두 경제적 취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득과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독거 고령층에게는 생활 안정과 돌봄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수록 일상적인 식사와 병원 방문, 응급상황 대응처럼 가족이 담당해왔던 생활 지원을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