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경고 때려라”…'정몽규 구단' 유리하게 승부조작 지시, 충격 의혹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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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매수 의혹, 한국 축구의 공정성 무너지다

한국 축구계에서 또 다른 심판 판정 논란이 불거졌다. SBS에 따르면 심판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에 유리한 판정을 하도록 현장 심판에게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의 발단은 2023년 K리그2 정규리그 최종전이다. 다음 시즌 1부리그 자동 승격이 걸린 부산과 충북청주의 경기가 벌어지기 전, 경기 배정 심판에게 심판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연락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해당 관계자는 "200만 원짜리 보너스 하나 줄 테니까 마무리 잘해라. 어떻게 해야 잘 끝나는 건 알지 않나. (부산이) 플레이오프에 가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산이 1부 승격을 놓고 플레이오프 경쟁까지 가도록 하지 않고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도록 만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판정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도 있었다. 관계자는 "(상대) 중앙수비수 2명 경고 빵빵 초장에 때려 놓고 가면 편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200만 원은 승강 플레이오프 주심 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전적 대가를 전제로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당시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청주의 중앙수비수 2명은 전반에 경고를 받았지만 부산은 자동 승격에 실패하고 플레이오프로 밀렸다. 부산은 결국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의혹을 받는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3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심판계의 판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프로축구 2부리그 심판이 고등학교 대회에 참가한 심판에게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번 논란에서 정몽규 전 회장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배경에는 부산 구단과의 관계가 있다. 정 전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기 전부터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로 활동했으며, 부산 구단을 운영해왔다.

유튜브, SBS 뉴스

정몽규 전 회장의 여러 논란들

정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심판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절차와 공정성을 둘러싼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3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는 감독 선임을 주도해야 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들이 위촉되기 전 후보군이 추려졌고, 최종 후보자 면접을 정몽규 당시 회장이 직접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 선임 절차가 누락된 사실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일 밤 서울시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밖으로 나와 귀가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2일 밤 서울시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밖으로 나와 귀가하고 있다. / 뉴스1

클린스만 감독은 2023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탈락했다. 전술과 선수단 관리 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고, 계약 기간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였던 만큼 경질 과정에서 잔여 연봉 문제도 발생했다.

후임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절차 논란이 이어졌다. 문체부 감사에 따르면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뒤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홍명보호 2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하는 등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월드컵 탈락 이후 축구협회 운영과 감독 선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었고, 정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약 12시간 동안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정 전 회장이 2024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 혐의의 고발장을 냈다.

이런 가운데 심판 배정과 판정 과정까지 승부조작 사주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 축구의 공정성과 운영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재 핵심 쟁점은 2023년 부산-충북청주전 당시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실제 판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금전적 대가가 실제 제공됐는지 여부다. 축구협회 조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추가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