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회 남기고 '시청률 0%' 굴욕… 눈물의 키스도 안 통해 비상 걸린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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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복귀작도 꺾지 못한 시청률 가뭄… 이민정의 씁쓸한 안방 복귀
과거 나오는 작품마다 흥행을 이끌며 ‘시청률 여신’으로 불렸던 이민정이 6년 만에 선택한 TV 드라마 복귀작 ‘그래, 이혼하자’가 종영을 단 3회 앞두고도 0%대 시청률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 중 남녀 주인공의 갈등이 절정에 달하고 숨겨졌던 오해와 상처가 드러나며 감정선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시청률 반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한때 최고 시청률 30%를 넘기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스타 배우의 복귀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심한 흥행 부진과 씁쓸한 성적표에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6년 만의 복귀, 0%대 시청률이라는 잔인한 현실
KBS Drama와 GTV를 통해 동시 편성된 12부작 드라마 ‘그래, 이혼하자’는 배우 이민정이 2020년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후 약 6년 만에 TV 드라마 주연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당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속에 최고 시청률 30%를 훌쩍 넘어서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민정은 그동안 ‘꽃보다 남자’, ‘그대 웃어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명실상부한 ‘시청률 여신’이자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해 왔다. 오랜 공백기를 깨고 선택한 본업 복귀작이었기에 방송 시작 전부터 연예계와 대중의 관심은 이민정의 입지에 집중됐다. 특히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며 꾸준히 화제성을 유지해 왔던 터라 이번 복귀작에 걸린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막상 뚜껑을 연 ‘그래, 이혼하자’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지난달 19일 첫 방송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KBS Drama 0.4%, GTV 0.2%라는 저조한 수치로 닻을 올렸다. 첫 회 이후에도 시청률은 단 한 번도 0%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10일 방송된 8회에서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0.2%까지 떨어지며 자체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16일 방송된 9회 역시 닐슨코리아가 집계하는 주요 시청률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며 주연 배우들의 오해와 갈등이 풀리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했음에도 시청률 지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망한 결혼의 다음 페이지, ‘백미영과 지원호’가 걸어온 길
‘그래, 이혼하자’는 7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을 앞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12부작 드라마다. 토탈 웨딩업체 ‘지앤화이트’를 함께 일구며 성공을 이뤄낸 부부 백미영(이민정 분)과 지원호(김지석 분)가 결국 서로에게 지쳐 이혼을 결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사건들을 담아낸다.

작품의 기획 의도와 설정은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다. 결혼식 날에는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었고 상대방은 내 인생의 구원자이자 꽝 없는 선물상자처럼 느껴진다. 진흙탕 같던 삶에 찾아온 운명 같은 상대였지만 결국 사랑도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미처 풀지 못한 작은 오해들이 쌓이고 쌓여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곪아버린다. 한때는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사랑했으나 이제는 입만 열면 "너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악연을 탓하는 처지가 된다.
"그 둘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같은 결말 대신 드라마는 애석하게도 "결혼은 망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전제로 출발한다. 인생이 계속되는 한 ‘망한 결혼’의 다음 페이지 역시 계속돼야 하기에 드라마는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던 그 둘의 결혼 생활은 이제 완전히 쫑났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이야기를 전개한다.
극 중 이민정이 맡은 ‘백미영’은 지방 양복점 집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란 인물이다. 그러나 뉴욕 유학 시절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그 타이밍에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 캘빈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까지 받으며 인생 최대의 절망에 빠진다. 넋이 나간 채 오직 일에만 파묻혀 살던 시절, 매일 아침 자신의 책상 위에 주스 한 잔을 가져다 놓던 원호의 존재를 3개월 만에야 알게 될 정도로 무디게 버텼다.

"기회 되면 밥이나 한번 먹죠"라는 원호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첫 식사. 몇 달 만에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며 웃음을 되찾았고 불과 몇 달 뒤 백미영은 지원호의 아내가 돼 있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토탈 웨딩업체 ‘지앤화이트’를 창업했고 난임으로 고통받던 끝에 결혼 4년 만에 기적처럼 자연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극은 다시 찾아왔다. 홀로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하던 중 백미영은 아이를 유산하게 됐고 그 가장 처절했던 순간에 남편 원호가 곁에 없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결혼 7년 차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혼 소장을 제출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속전속결로 끝날 줄 알았던 이혼 과정은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이어지며 꼬여만 간다.
김지석이 연기한 ‘지원호’는 오직 드레스를 위해 태어난 남자다. 눈을 감고도 드레스 치수를 재는 전문가이지만, 막상 여자의 마음은 1밀리미터도 가늠하지 못하는 '여알못(여자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미영을 처음 본 순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반해 상처투성이인 그를 자신이 모두 치유해 주겠다며 서둘러 결혼을 추진했다.

신혼 초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으나 쉽게 결실을 맺지 못했고 미영의 제안으로 ‘지앤화이트’를 설립해 회사를 자식처럼 키워냈다. 마침내 미영이 자연 임신에 성공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던 그는,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갈아 넣으며 일을 했다. 그러나 그 과로의 시간 동안 미영이 유산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미영은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미영이 쏟아내는 원망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원호의 마음도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아빠인 자신도 마찬가지였는데 미영은 오직 자신의 상처만을 주장했다. 무늬만 부부일 뿐 실상은 남이나 다름없는 쇼윈도 부부로 지내던 어느 날 원호는 미영으로부터 일방적인 이혼 통보와 소장을 받게 된다.
7년 동안 결혼을 지키려 애썼던 세월이 억울했던 원호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너만 남자 있냐? 나도 여자 만난다!"라는 심정으로 맞불 작전에 나선다. 그러나 진흙탕 싸움이 과열될수록 원호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러고 있는지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감정 폭발한 9회, ‘눈물의 키스’에도 반응 없는 시청률
지난 16일 방송된 9회에서는 그동안 가슴 깊이 쌓아왔던 백미영과 지원호의 오해와 감정이 마침내 폭발했다. 백미영은 지원호가 3년 전 유산의 아픔 따위는 벌써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고 생각해 깊은 실망감과 원망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백미영은 지원호가 낚시터 진달래나무 아래에 아이의 뼛가루를 묻어두고 지난 3년간 아무도 모르게 홀로 찾아와 아이를 추억하며 슬픔을 삼켜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지원호 역시 자신의 상처를 아내에게조차 차마 드러내지 못한 채 홀로 아픔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원호는 성당 고해성사실에서 우연히 백미영이 털어놓는 진심 어린 고백과 눈물을 듣게 됐고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갔다. 3년 만에 서로의 아픔과 진심을 확인한 두 사람은 떠나보낸 아이를 함께 만나러 가기로 약속했다. 서로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 백미영과 지원호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입맞춤을 나눴다.
이처럼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와 감정선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으나 시청자들의 차가운 반응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사람의 ‘눈물의 키스’라는 결정적 장면조차 0%대라는 잔인한 시청률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뼈아픈 편성 악재와 자극적 전개의 한계
‘그래, 이혼하자’의 대참사에는 작품 외적인 악재와 내적인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편성상의 불리함이 치명적이었다. ‘그래, 이혼하자’는 당초 사전 제작으로 모든 촬영을 마쳤으나 이후 편성 자리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 난항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지상파나 대형 OTT 플랫폼이 아닌 케이블 채널 KBS Drama와 GTV에 동시 편성되는 조건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지상파 채널에 비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케이블 및 유료방송 채널인 데다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에 배치된 점은 초기 시청자 유입에 커다란 장애물이 됐다.
작품 자체의 전개 방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도 컸다. 당초 드라마는 현실 부부가 겪는 이혼의 과정과 그 안에서 느끼는 섬세한 감정선을 다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연 드라마 내부에는 전 연인의 갑작스러운 등장, 불륜 의혹, 유산, 추락 사고, 의문의 약을 둘러싼 비밀 등 과도하고 자극적인 사건들이 쉼 없이 내몰렸다.

공감대 높은 현실적인 이혼 부부의 서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막장 사건 중심의 전개로 인해 오히려 인물들의 감정선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엇갈린 평가와 비판이 이어졌다.
이제 ‘그래, 이혼하자’는 17일 방송되는 10회를 포함해 단 3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백미영과 지원호의 관계가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며 재결합과 완전한 이별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남은 방송 동안 시청률 0%대의 늪을 벗어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방송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KBS Drama와 GTV ‘그래, 이혼하자’ 10회는 17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