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상관” “끼어들지마”…민주당 의원들끼리 소리 지르고 충돌하는 사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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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고성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청 폐지 이후 후속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균열이 공개적인 충돌로 번진 것이다. 발단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조문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뉴스1
김의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뉴스1

법안 속 한 줄이 불러온 고성

형사소송법 개정 후속 작업으로 상정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19세 미만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검사와 면담하고 영상녹화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녹화물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다.

이 조문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주당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남희 의원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검사 면담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라며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의원은 앞서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인물이다.

반면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은 "검찰 녹화 영상에 증거 능력을 부여되면 검찰에 수사 인력을 둬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김남희 의원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언성을 높이자, 김용민 의원은 "끼어들지 말라"고 맞받았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원칙은 검찰 수사권 폐지"라며 김용민 의원 편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용민·박은정 의원이 회의장을 떠났고 소위는 표결 없이 산회했다. 해당 법안은 의결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난 것으로 파악됐다.

쟁점의 본질...수사·기소 분리 원칙 vs 미성년 피해자 보호

이 충돌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다. 검찰개혁 입법 이후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 어디까지 관철돼야 하는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선이 갈린 것이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형사사건 변호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형사사건 변호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강경파 입장은 명확하다. 검사가 피해자를 면담해 녹화한 영상을 재판 증거로 쓸 수 있게 되면, 검찰은 사실상 수사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는 논리다. 수사권을 경찰에 일원화하고 검찰을 기소 전담 기관으로 만든다는 검찰개혁의 핵심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반면 온건파의 반론도 구체적이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도록 하고 있으며,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졌거나 피해자가 사망·외국 거주·질병·장애·소재 불명 등으로 법정 진술이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증거 사용이 허용된다. 이 장치를 검사 면담 영상에서도 완전히 배제하면, 경찰 초기 수사가 미흡했던 미성년 피해자가 나중에 다시 피해 사실을 진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김남희 의원은 소위 산회 직후 페이스북에 "사망, 행방불명, 장애 등으로 법정 진술이 어려운 19세 미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이 검찰 개혁과 무슨 상관이냐"며 "피해자 보호도 외면하는 억지 조항을 집어넣는 것이 검찰 개혁의 정신이냐"고 되묻는 글을 썼다.

회의장 밖에서도 이어진 신경전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두 개의 행사가 열렸고, 이 자체가 민주당 내 균열을 상징했다.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은 '불가역적 검찰개혁. 공소청 직제안과 수사준칙 대토론회'를 열었다. 정청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김필성 변호사,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 보완수사권 폐지론자들만 패널로 참여했다. 황 교수는 "정부의 공소청 직제안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정 형소법의 핵심을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의원은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는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한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했다.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오른쪽),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가역적 검찰개혁! 공소청 직제안과 수사준칙 대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오른쪽),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가역적 검찰개혁! 공소청 직제안과 수사준칙 대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반면 민주당 공식기구인 경찰개혁추진단(단장 이해식·김남희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양홍석·김예원 변호사 등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론자들을 모아 별도 간담회를 가졌다. 김민석 대표의 "경찰개혁은 검찰개혁보다 더 강력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기조에 따른 행보였다. 김예원 변호사는 "경제적 약자가 당하는 문제에는 전건송치를 활짝 열어달라"고 여당에 제안했다. 전건송치란 검찰이 경찰 결론과 무관하게 모든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기소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방식을 뜻한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압박

이날 오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박은정 의원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향해 "한동훈과 한 팀. 한동훈 편들었던 김지용 검사를 국민주권정부 초대 중수청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검찰개혁 취지에 반하는 반개혁적 인사"라며 "자진사퇴하거나 청와대에서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특정한 위치에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윤석열, 한동훈과 같은 패거리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좀 과도한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당정은 지난 13일 공소청의 '사법통제부' 명칭을 '불송치 사건 심사부'로 변경하는 등 직제안 수정에 나섰지만, 강경파의 압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루 만에 이런 결과로…절충안으로 처리

충돌 다음 날인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하루 전 파행의 핵심 쟁점이 사실상 뒤집혔다. 전날 소위 안에 포함돼 있던 '사법경찰관에 한(限)한다'는 문구, 즉 검사가 녹화한 피해자 영상의 증거 활용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이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스1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스1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수사·기소 분리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19세 미만 아이들의 피해가 알려진 단계부터 검경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검사 단계에서 영상녹화물을 확인한 뒤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되면 피해자가 반복 조사를 받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설명했다.

최종 처리된 개정안에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유지하되, 예외적 상황에서 검경이 협력하도록 하는 취지의 부대의견이 달렸다.

김남희 의원은 법안 처리 후 페이스북에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조항은 삭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피해자가 좋은 경찰을 만나 수사를 잘 받는 것은 아니다"며 어렵게 마음을 열고 피해 사실을 진술한 어린 피해자의 진술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전체회의에서도 검사의 피해자 면담은 예외적이어야 하고 경찰의 초동수사 강화가 우선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법안은 그대로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