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강간 저질렀는데, 국가유공자”…최근 6년간 12명 자격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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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자도 국가유공자 자격 회복?
살인·강간 전력자 12명, 왜 유공자 자격을 되찾았나

살인과 강간 등 중범죄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잃었던 일부 대상자가 재심의 등을 거쳐 다시 자격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유공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 가운데 59명이 자격을 회복했으며, 이 중에는 살인 전력자 4명과 강간·추행 등 성범죄 전력자 8명이 포함됐다.

20일 국가보훈부가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국가유공자 자격을 잃은 대상자는 모두 40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9명은 이후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유공자 자격을 다시 취득했다.

국가유공자 자격을 잃은 사람이 다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 자체는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독립유공자법 제39조에 따르면 일정한 사유로 유공자 자격을 상실한 경우 형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다시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이 과정에서는 본인의 뉘우침 정도와 사회적 활동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보훈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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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것은 재취득 사례 가운데 살인과 성범죄 등 중범죄 전력이 있는 대상자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최근 6년 사이 살인죄를 저지른 뒤 자격을 잃었던 4명과 강간·추행 등 성범죄로 자격을 상실한 8명 등 모두 12명이 다시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은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도 확인됐다. 1971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한 대상자는 장기간 재범 사실이 없었던 점과 고령인 점, 노인일자리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한 사실 등이 고려돼 2021년 심의를 거쳐 자격을 다시 취득했다.

같은 해 강간죄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던 다른 대상자도 자격을 회복했다. 해당 대상자는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사실 등이 심의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이나 살인미수죄를 저지른 뒤 국가유공자 자격을 다시 얻은 사례도 있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살인미수와 살인죄로 자격을 잃은 2명에 대해 보훈부가 재등록 불허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당사자들이 제기한 행정심판 절차를 거쳐 자격이 복원됐다.

행정심판을 통한 자격 복원은 이후 보훈심사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훈부 관계자는 중범죄자의 경우 당초 재심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살인미수 사범이 2022년 행정심판을 통해 자격을 다시 취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훈심사위원회가 관련 판례를 반영해 심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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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도 살인죄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잃었던 대상자가 보훈부 자체 심의를 통해 자격을 회복했다. 해당 대상자는 살인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재범 사실이 없었던 점과 13년간의 자원봉사 실적, 고령 등의 사유가 고려됐다. 전립선암을 앓고 있다는 사정도 심의 과정에서 함께 고려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살해한 경우에 해당하는 촉탁살인죄로 징역 7년을 확정받은 대상자도 자격을 다시 얻었다. 이 대상자는 장애인증명서와 만성신장병, 대한노인회 활동, 고령 등의 사유가 심의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격을 다시 취득한 59명에게는 보상금도 지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에게 최근 6년간 지급된 보상금은 모두 13억2000만원이다. 국가유공자 자격을 회복하면 법령에 따라 각종 보훈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등록 여부는 보상금 지급과도 연결된다.

국가유공자의 자격 상실과 재취득은 유공자 개인의 범죄 이력뿐 아니라 보훈 대상자에 대한 국가의 예우 범위와도 관련된 문제다. 법률은 범죄로 자격을 잃은 사람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으며, 실제 재취득 여부는 개별 사례에 대한 심의와 관련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이번 자료에서는 재취득 과정에서 고려된 사유도 사례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재범이 없었다는 점이나 봉사활동, 사회단체 활동, 표창 수상, 고령 등의 사정이 각각 심의 자료로 제시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질병이나 장애 등 개인의 상황도 함께 고려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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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살인미수 사건 이후 행정심판을 거쳐 자격이 복원된 사례는 이후 보훈심사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훈부가 행정심판 결과를 반영하면서 중범죄 전력이 있는 대상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재등록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박준태 의원은 재등록 판단에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중범죄로 자격을 잃은 국가유공자의 재등록 여부는 ‘뉘우친 정도’와 같은 모호한 기준이 아니라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국가유공자의 지위가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돼선 안 되며, 그에 대한 예우 역시 사회적 책임과 국민적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훈부는 현행 법령과 행정심판 결과 등을 고려해 재등록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당초 중범죄자는 재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살인미수 사범이 2022년 행정심판을 통해 자격을 재취득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보훈심사위원회도 해당 판례를 선반영해 심의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6년간 범죄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상실한 405명 가운데 다시 자격을 얻은 사람은 59명이다. 이 가운데 살인 전력자 4명과 강간·추행 등 성범죄 전력자 8명이 포함되면서 중범죄 전력자의 재등록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