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헬기, 실수로 군사분계선 넘어 한참 비행... 지작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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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 미흡하고 헬기 추적·통제도 부실
우리 군 헬기, 3월 산불 진화하다 MDL 넘어 북한 지역까지 들어갔다
접경지역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국군 헬기가 실수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동안 북한 지역에서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사들이 임무 지역을 잘못 찾은 데다 전방 군단의 통제까지 허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은 이런 내용의 감찰 결과를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고했다고 연합뉴스가 21일 보도했다.
합참은 지난 3월 23일 육군 5군단 예하 15항공단 201대대 소속 수리온 헬기 1대가 MDL을 넘어갔다고 결론 내렸다. 헬기에는 조종사 2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경기 연천 접경지역 일대에는 대규모 산불이 나 군용 헬기가 진화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수리온 조종사들은 5군단 예하 5사단 지역의 산불을 끄기 위해 출동했다. 하지만 이들은 육안으로 임무 지역을 찾다가 위치를 잘못 판단했다. 결국 인접 부대인 1군단 예하 25사단의 비무장지대(DMZ) 안으로 들어갔다.
군용기가 DMZ에 진입하려면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승인을 받고 북측에 통보하는 등 엄격한 통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 수리온 헬기는 이런 절차 없이 DMZ에 들어갔다. 산불을 끄는 과정에서 헬기는 MDL까지 넘어 한동안 북한 지역에서 활동했다.
일정 고도 이하 항공기에 대한 통제 책임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전방 군단에 있다. 하지만 지작사와 1·5군단 모두 헬기가 MDL을 넘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가 알려준 뒤에야 상황을 확인했다.
산불이 난 연천은 1군단 25사단과 5군단 5사단의 경계선이 지나는 곳이다. 화재 지역이 군단과 군단, 사단과 사단의 경계 부근에 걸쳐 있어 임무 지역을 착각하기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감찰 결과 5군단은 담당자의 임무 과중으로 헬기를 제대로 추적·통제하지 못했다. 1군단은 산불 대응에 집중하느라 5군단 헬기가 자신들의 책임 지역에 들어온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지작사 역시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산불이 난 상황에서 제대 간 정보 공유가 미흡했다. 헬기 추적·통제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감찰 결과에 따라 해당 부대들에 대한 처분을 요구했다. 군은 1·5군단에 각각 '경고', 지작사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헬기 조종사들에 대한 징계는 현재 진행 중이다.
MDL을 넘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나
MDL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그어진 남북 경계선이다. 이 선을 중심으로 남북이 각각 2km씩 물러나 폭 4km의 비무장지대가 설정됐다. 정전협정상 남북 군인은 DMZ 안에서 순찰할 수는 있어도 MDL 자체는 넘을 수 없다. 항공기 역시 MDL 상공을 넘어 상대측으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돼 있다.

MDL 월경은 단순한 규정 위반에 그치지 않는다. 남북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최전방에서는 사소한 오인이 우발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지상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면 우리 군은 경고방송을 한 뒤에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경고사격으로 대응한다. 반대로 우리 항공기가 예고 없이 북측 상공에 진입하면 북한군의 방공 자산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군의 월선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북한군은 지난해 한 해 동안 MDL을 17차례 넘었다. 올해 8월 동부전선에서 올해 첫 경고사격이 이뤄진 뒤로는 한 달 사이 20여 차례 월선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부분 순찰조로 추정되는 북한군 수 명이 MDL을 넘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물러나는 양상이 반복됐다.
이런 월선의 배경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접경지역을 사실상 국경선처럼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MDL 인근의 수풀을 걷어내는 불모지 작업, 지뢰 매설, 철책과 전술도로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에 바짝 다가서면서 남북 병력이 마주칠 위험도 커졌다.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아 줄 완충장치도 지금은 사라진 상태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로 MD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뒀다. 고정익 항공기는 동부 40km·서부 20km, 헬기는 남북 각 10km, 무인기는 동부 15km·서부 10km 범위에서 비행이 제한됐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위반으로 이 합의는 2023년 일부 효력이 정지됐다. 이어 2024년 6월에는 사실상 폐기됐다. 접경 상공에서 항공기 활동을 걸러 주던 안전판이 없어진 셈이다.
정부는 공중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관리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비행금지구역을 포함한 9·19 합의 일부를 선제적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합의를 파기한 상황에서 우리만 먼저 복원할 경우 대북 감시·정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