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의미 있는 성과들, 체감 못하는 국민 많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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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비서실장 사의 표명한 날, 이 대통령 부부 해외순방 떠나
이재명 대통령이 또 한번 '국민'을 언급했지만, 어느 정도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2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주권자 국민들께서 우리 정부를 만든 뜻을 다시 한번 새기고, 국민들께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향해 공개 발언한 지 얼마 안돼 꺼낸 말이다.
이어 “국민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또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실제 생활에서 정책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국정 운영을 세밀하게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주요 경제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수출 성장률, 국민 소득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놀라운 회복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의 토대가 될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시드 프로젝트도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지표와 국민이 느끼는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의미 있는 성과들을 삶 속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이 계신다”며 “참으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지표의 개선이 민생의 실질적인 변화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국정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가계의 소득과 지출, 고용과 주거 등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경제 회복과 함께 추진하는 정책들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완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삶의 구체적인 영역 속에서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지는 그런 정책들을 우리 국민들께서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개혁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은 본질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기존 이해관계자, 즉 기득권자들의 반발, 또 저항을 너무 깊이 고려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혁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와 새로운 정책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개혁의 속도와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격하고 또 요란한 그런 변화를 바라는 분들도 계시고 일거에 엄청난 변화를 한꺼번에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 그 심정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이고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좀 더 인내하고 대화하고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 깊이 숙고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큰 변화를 만드는 방식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개혁의 목표뿐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과정과 방식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는데,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삶 속에서 그 변화가 느껴질 것”이라며 “시간을 가지고 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강 실장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같은 날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사표 수리를) 어떻게 할지 제가 아직은 결정을 못했다”며 강 실장을 향해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의 근무 여건을 언급하며 “청와대 참모들이 고생이 많고,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상 문제도 있다”고 했다. 또 “비서실장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운데 오랜 기간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노고를 격려하면서도 국민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 국민께서 현장이나 일상 속에서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참모들의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사의 표명 이후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거취와 관계없이 청와대의 업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당부를 전했다. 강 실장은 “제 거취와 관계없이 우리의 대오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삶을 챙기고 대통령님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책무”라고 밝혔다.

강 실장은 또 “청와대가 해야 할 일,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참모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계속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강 실장의 사의가 실제로 수리될지와 후속 인선이 이뤄질지는 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의 사의 표명 당일인 21일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이번 순방은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 일정으로 진행되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참석과 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과 별도 접촉도 진행할 계획이다. 23일에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대한민국 투자서밋 2026’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정책과 자본시장 개혁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후 이 대통령은 멕시코로 이동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초청으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 정상의 멕시코 국빈방문은 16년 만이다. 24일에는 공식 환영식과 한·멕시코 정상회담, 양해각서 교환식, 공동언론발표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 25일에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비즈니스포럼과 K-엑스포 행사에 참석하고, 26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