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희대 재제청 거부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 안 해”
작성일
靑 “조희대 재제청 거부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 안 해” 선 그어
손봉기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새 추천위 구성 등 후속 시나리오 주목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거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뉴스1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오전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관련해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에는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에 대해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청구가 이뤄질 경우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가운데 어느 권한이 침해됐는지를 두고 헌재 판단을 받는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날 조희대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

이번 갈등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후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다시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는 당시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를 받은 지 25일 만인 지난 22일 이를 공식 거부했다.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약 30분 만에 반박 입장을 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또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임명권’ vs 대법원장 ‘제청권’

양측 갈등의 핵심은 헌법 제104조에 규정된 대법관 임명 절차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를 사실상 되돌릴 수 있게 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이 있는 만큼 제청된 후보를 반드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그동안 대법관 인선에서는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자를 조율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번에는 사전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 대법원장이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헌법상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날에는 이 문제가 헌재 권한쟁의심판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서 헌법과 법률상 권한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했을 때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다만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사이에 구체적인 협의 절차나 우선순위를 명확히 규정한 조항이 없어 법조계에서도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200일 넘긴 대법관 공석…향후 시나리오는
청와대가 자체적인 권한쟁의심판 청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대법관 인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이후 후임 자리는 6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고,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향후 청와대가 기존 입장을 바꿔 손봉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국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손 후보자의 임명 절차는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렵다.
이 경우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자 제청 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추천위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현재 손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군을 추천했던 위원회 역시 추천을 마친 뒤 해산된 상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제청 절차가 시작될 경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후보자 천거와 심사,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밟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성수 대법관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 조문만 놓고 보면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새 추천위를 구성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법에 국회 부결 이후 절차가 별도로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어서 새 추천위 구성이 반드시 유일한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에도 후보자 낙마 뒤 추천위를 새로 꾸린 사례가 있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끝에 자진 사퇴하자 대법원은 기존 추천위를 다시 가동하는 대신 위원회를 처음부터 새로 구성해 후속 후보자 인선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국회 부결이 아닌 후보자 자진 사퇴였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손 후보자에게 인사청문 과정에서 뚜렷한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방식을 택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청와대가 제기한 문제 역시 후보자 개인의 비위보다는 사전 협의 절차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등에 맞춰져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다시 협의에 나서는 방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양측이 새로운 후보자 제청 방식에 합의하면 장기화하고 있는 대법관 공석을 해소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협의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가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조 대법원장도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을 경우 공석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청와대가 자체적인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향후 손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할지, 새로운 후보군을 구성할지,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설지가 다음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