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북한군 포로 2명 귀순 수순?…젤렌스키 “한국 보냈다”, 정부도 사실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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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혀 있던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 땅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이들의 한국행을 직접 공개했고, 한국 정부는 이 발언을 부정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 도중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포로가 된 뒤 줄곧 한국행을 희망해 온 두 사람의 거취가 우크라이나 정상의 입을 통해 처음 확인된 셈이다.

젤렌스키 "생포 쉽지 않아"…포로 1명은 극단 선택 시도하기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두 포로를 붙잡기까지의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포로가 될 상황에 놓이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결국 살아남게 된 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일화를 북한 체제 비판으로 연결했다. 그는 "이것이 북한에서 사람들을 키워내는 방식"이라며 "그들의 자유와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나, 그런 세력에게 전쟁하는 법을 배울 시간을 더 줘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김정은, 병사를 화폐처럼 이용"…北 파병 정면 겨냥
비판의 화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병의 반대급부로 북한의 군사 역량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그는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 선전도 도마 위에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마 평양에서 전사자들을 기리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이 역시 미친 짓"이라고 했다. 또 "북한 지도자는 러시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고 북한군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언급했다.
연설 말미에는 국제사회의 대응 실패를 거론했다. 그는 "제때 막지 못했고 제때 중단시키지 못했으며 러시아가 제때 처벌받지 않은 전쟁이 계속 확산하면서 악도 함께 퍼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부 "필요한 소통·협의 진행"…신병 처리는 확인 안 해
한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다만 발언 내용을 반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한국행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입장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당국자는 "동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고려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쿠르스크서 붙잡힌 두 병사…친필 편지로 "한국 가고 싶다"
두 포로는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포 사실을 알리면서 이들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북한군 병사가 산 채로 붙잡힌 사실이 공개된 것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언론 인터뷰와 국내 탈북민 단체에 보낸 자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혀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우크라이나 내 포로수용소에서 김영미 PD와 만나 탈북민 단체가 보낸 북한 음식 '두부밥'을 먹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는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국행을 요청할 경우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관계 법령에 근거해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혀 왔다.
양국 간 논의는 정상급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회담 직후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3월에는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양국 외교 수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맞게 풀어 가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