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여수섬박람회 방문객이 6만7000명인데 '부산 상어' 찾아간 사람이...

작성일

비 오는데도 8만명… 북항 상어 '부캉이' 보러 연휴 사흘간 32만명

23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무태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23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무태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추석 연휴 사흘째인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에는 상어를 보러 온 방문객이 8만명 넘게 몰렸다.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인공수로 주변은 우산을 쓴 사람들로 종일 붐볐다.

23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무태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23일 오후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무태상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뉴스1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친수공원 하루 누적 방문객은 8만3000명이었다. 연휴 첫날인 24일 10만1000명, 25일 13만6000명보다는 줄었다. 그래도 이날 부산에 17.3㎜의 비가 내린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와 비교해도 많다. 섬박람회는 추석 당일 6만7000명이 찾아 개막 이후 하루 최다 방문 기록을 세웠다.

연휴 사흘 동안 친수공원을 찾은 사람은 32만명에 달한다. 공단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계산하면 누적 방문객은 40만5800명이다. 공단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공원 출입을 통제하고 남아 있던 시민들을 귀가시켰다.

처음부터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건 아니다. 19일 8800명이던 방문객은 20일 1만명, 21일 1만3000명, 22일 1만7000명으로 조금씩 늘었다. 23일 3만7000명으로 뛰더니 연휴가 시작되자 하루 10만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 건 길이 3m가량의 상어다. 지난 18일 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수로 가장자리를 따라 헤엄치는 모습이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알려지면서 구경꾼이 늘기 시작했다. 북항에 나타난 상어라는 뜻에서 '부캉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SNS에는 북항을 '자연 아쿠아리움'에 빗댄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상어 '부캉이'가 등 지느러미를 노출한 채 유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상어 '부캉이'가 등 지느러미를 노출한 채 유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가 온 이날도 사람들은 수로 변 난간에 바짝 붙어 물속을 내려다봤다. 부캉이가 등지느러미를 반쯤 내놓고 물살을 가를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부캉이가 잘 보이는 자리를 알려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연휴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구경꾼이 찾아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인근 부산역에서 여행 가방을 끌고 곧장 친수공원으로 온 관광객과 귀성객도 적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KTX를 타고 상어를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

18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상어 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해양경찰서 대원들이 몸길이 약 3~4미터의 무태상어를 몰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부산해양경찰청 제공
18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서 상어 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부산해양경찰서 대원들이 몸길이 약 3~4미터의 무태상어를 몰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부산해양경찰청 제공

오후 들어 비가 그치자 사람은 더 늘었다. 북항 주차장 일대는 차량이 몰려 한동안 혼잡했다. 부산시는 "방문객은 차량 이용을 자제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공원 측은 안전사고에 주의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상어가 잘 보이는 곳으로 알려진 해상육교는 안전 문제로 출입이 막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캉이를 흉상어과에 속하는 무태상어로 추정하고 있다. 무태상어는 한국 연안을 비롯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아열대 바다에 사는 어종이다. 수과원은 최근 수온이 오르면서 국내 연안에서 무태상어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부캉이도 먹이를 쫓다가 북항 수로까지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수과원의 판단이다.

당국은 상어가 처음 발견된 날부터 바다로 돌려보내려 했다. 중앙해양특수구조단과 연안구조정, 경비함정에 위험 어종 퇴치 장비까지 동원됐다. 하지만 무리하게 몰아내면 상어가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는 수과원 권고에 따라 작업은 중단됐다.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머무르는 상어 '부캉이'를 보려는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머무르는 상어 '부캉이'를 보려는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해양경찰서는 이날도 경비정을 몇 차례 수로에 띄워 순찰하며 부캉이를 바다 쪽으로 내보내려 했다. 부캉이는 끝내 수로를 떠나지 않았다.

부산시와 수과원 등은 연휴가 끝난 뒤에도 부캉이가 수로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구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앞서 페이스북에 "무태상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연근해에 분포하며 공격 위험성은 높지 않다"며 "거꾸로 생각하면 북항 친수공원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글을 올렸다.

부캉이 덕에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친수공원 인근 편의점과 카페 등에는 손님이 몰려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한 카페에서는 주문이 한꺼번에 밀려 음료가 나오기까지 한참 걸렸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자체도 부캉이를 지역 홍보에 활용하기로 했다. 부산 동구는 부캉이를 본뜬 캐릭터와 관광 기념품을 만들 계획이다. 캐릭터 이름과 디자인은 다음달 초 전국 공모로 정한다. 동구는 이 캐릭터를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구조 계획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부캉이가 출구를 못 찾는 게 아니라 지내기 좋아서 머무는 것 같은데 굳이 억지로 내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