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야구 다 금메달 땄는데…아시안게임 68년 최악 성적표, 동메달만 3개 딴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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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만의 추락, 한국 탁구 아시안게임 결승 무대서 완전 탈락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결승 무대를 단 한 차례도 밟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한 뜻밖의 종목이 있다. 해당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58 도쿄 대회 이후 68년 만에 처음 나온 결과다. 한국은 은메달조차 하나 따내지 못했고, 손에 쥔 메달은 동메달 3개가 전부였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한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팀. /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한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팀. / 뉴스1

바로 한국 탁구에 대한 뼈아픈 소식이다.

하루에 무너진 마지막 희망, 남은 선수 전원 탈락

한국 탁구는 지난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남녀 단식과 복식 토너먼트에서 남아 있던 선수 전원이 8강 이하에서 탈락했다. 앞서 남녀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준결승 문턱을 넘지 못해 동메달을 확보한 상태였고, 단식과 복식에서 추가로 결승에 오른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메달 색깔을 바꿀 기회가 사라졌다. 탁구 일정은 이후에도 이어지지만, 한국은 잔여 일정과 관계없이 동메달 3개로 대회를 끝냈다. 당초 29일로 예정됐던 귀국 일정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종목별 결과는 하나같이 뼈아프다. 여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11위 신유빈(대한항공)은 8강에서 세계 1위 왕만위(중국)에게 게임 스코어 0-4로 완패했다. 함께 8강에 오른 세계 14위 주천희(삼성생명)도 중국 톱랭커 쑨잉샤에게 막혀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단식의 세계 11위 장우진(세아)은 16강에서 세계 41위 펑이신(대만)에게 0-4로 무릎을 꿇었다. 세계 17위 안재현은 32강에서 북한의 리종식에게 예상 밖 패배를 당해 일찌감치 짐을 쌌다.

복식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여자 복식 신유빈-주천희 조(세계 5위)는 8강에서 태국의 수타시니 사웨타붓-오라완 파라낭 조(세계 18위)에 2-3으로 역전패했다. 남자 복식 오준성-임종훈 조(한국거래소·세계 4위)는 8강에서 일본의 마쓰시마 소라-도가미 슌스케 조(세계 20위)에 1-3으로 졌다. 장우진-박규현 조는 32강에서 북한 리종식-유태룡 조에 덜미를 잡혔고, 최근 성장세를 보였던 이은혜-김나영 조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평가받던 홍콩의 두호이켐-응윙남 조에 역전패했다.

임종훈과 신유빈. / 뉴스1
임종훈과 신유빈. / 뉴스1

목표는 금 1~2개였는데…숫자로 보는 68년 만의 추락

대표팀이 대회 전 내건 목표는 금메달 1~2개였다. 목표와 실제 성적의 간격은 크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거뒀다. 당시 여자 복식 신유빈-전지희 조가 21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고, 2002 부산 대회(금 2개·은 3개·동 3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 반등 흐름은 3년 만에 끊겼다.

세계 최강 중국이 버티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많이 가져오기는 원래 쉽지 않다. 그러나 은메달마저 없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중국과 마지막 승부를 겨룰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자 탁구로 범위를 좁히면 더 아프다. 남자 대표팀은 1990 베이징 대회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남자 단체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4개 종목 출전한 신유빈, 25일 4경기·26일 3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에이스에게 쏠린 체력 부담이다. 신유빈은 여자 단체전과 혼합복식에 이어 단식과 복식까지 4개 종목을 소화했다. 25일 하루에만 4경기를 치렀고, 26일에도 여자 단식 8강과 여자 복식 8강을 포함해 3경기를 연달아 뛰었다. 단체전과 혼합복식을 치르며 이미 체력을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였다는 뜻이다.

대회 일정 자체가 빡빡했던 데다 아시안게임 직전까지도 국제대회 출전이 이어졌다. 임종훈과 신유빈 모두 대회 후반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혼합복식과 여자 복식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단식 8강에서 왕만위에게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한 결과는 체력 문제와 무관하게 볼 수 없다.

한국 탁구 최강 에이스 신유빈. / 뉴스1
한국 탁구 최강 에이스 신유빈. / 뉴스1

다만 체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임종훈-신유빈 조는 중국의 린스둥-콰이만 조에 2-4로 역전패했다. 세계 1위 조합으로 금메달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승부처에서 연달아 밀렸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탓에 상대에게 전력이 많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빛 호흡은 여전했지만 새로운 무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지희의 빈자리, 주천희 카드는 시간이 필요했던걸까

여자 탁구에서는 10년 넘게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왼손 귀화 선수 전지희의 공백이 컸다. 신유빈은 전지희와 손발을 맞춰 항저우에서 21년 만의 여자 복식 금메달과 함께 전 종목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메이저 무대에 처음 나선 귀화 선수 주천희였다. 주천희는 여자 단식 8강까지 올랐지만 아직 경험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유빈-주천희는 둘 다 오른손잡이라는 점에서 조합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시간도 필요하다. 여자 복식 8강에서 세계 18위 조에 무너진 결과는 그 숙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중국 만나기도 전에 탈락…북한·홍콩·태국·대만에 잇따라 덜미

최근 한국 탁구는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며 만리장성에 대한 공포를 어느 정도 털어낸 듯 보였다. 그러나 해당 대회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확인했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만나기도 전에 탈락한 사례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북한, 홍콩, 태국, 대만 선수들이 한국의 발목을 차례로 잡았다. 남녀 각 5명의 선수가 저마다 메달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아시아 경쟁국들의 성장세 앞에서 고전했다.

귀화 선수 주천희. / 뉴스1
귀화 선수 주천희. / 뉴스1

장우진이 세계 41위 선수에게 0-4로 진 장면은 상징적이다. 랭킹 30위 차이를 뒤집을 만큼 상대의 기세가 강했다는 뜻이고,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랭킹만큼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 선수에게 쏠린 메달 의존도를 낮추고 더 많은 선수가 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숙제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돈도 인프라도 있는데…왜 메이저 대회에서 퇴보했나

한국 탁구의 환경은 다른 종목이 부러워할 수준이다. 프로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고 스포츠토토 편입 논의까지 나오는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다. 대기업, 공기업, 시군청 실업팀이 있고, 랭킹 포인트 적립을 위한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투어 대회에 연간 수십 차례 출전하도록 지원을 받는다. 남자 에이스급 선수의 계약금은 수억 원을 호가한다. 시장은 커지고 환경은 좋아지는데 정작 메이저 대회에서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랭킹 포인트를 쌓으려고 국제대회에 너무 많이 나서다 보니 경기 수는 늘지만 실력과 체력을 보완할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도 같은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남자 탁구의 경우 유남규, 김택수,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 이상수, 정영식으로 이어진 끈끈한 승부 근성과 원팀의 자신감이 이번 대회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을 턱밑까지 위협하던 패기가 무기력한 경기 속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탁구는 이변이 잦은 종목이지만 스포츠는 결국 기세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에이스 장우진. / 뉴스1
에이스 장우진. / 뉴스1

2028 LA 올림픽까지 남은 2년, 무엇을 바꿔야 하나

시선은 2년 뒤 2028 LA 올림픽으로 향한다. 현재 흐름이 이어지면 올림픽 메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 내용에서 확인된 과제는 일단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임종훈과 신유빈 등 일부 간판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둘째, 오랜 기간 굳어진 혼합복식 조합의 전력 노출을 넘어설 새로운 전술과 조합 실험이 필요하다. 셋째, 주천희처럼 새로 합류한 선수가 국제 경험을 쌓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협회와 지도자, 선수 모두 대회 성적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일본이 10년 이상 투자해 중국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한국 탁구에 10년 뒤 금메달을 위한 장기 계획이 있는지 묻게 만든다. 항저우에서 반등했던 한국 탁구가 다시 아시아 정상권으로 올라서려면 LA 올림픽을 향한 재정비가 필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