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김민재 아니었다...0-3 상황에 조커로 활약한 20살 한국 선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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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한국 축구대표팀 막내, 4-1 참패 와중에 맹활약
3-0 상황에서 교체 투입돼 조커로 활약한 선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에 4-1로 참패한 가운데,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한 대표팀 막내 선수에 눈길이 쏠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06년생 축구대표팀 막내 김민수(20·레인저스)다. 0-3으로 끌려가던 후반, 교체 투입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김민수는 과감한 슈팅과 드리블로 꽉 막혀 있던 한국 공격에 숨통을 틔웠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1-4로 패했다. 지난 24일 모레노 감독의 데뷔전에서 오현규, 손흥민, 이동경의 연속골로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던 대표팀은 두 번째 경기 만에 첫 패배를 떠안았다.
결과는 쓰라렸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대표팀에서 이날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뜻밖에도 20살 막내였다. 하프타임에 교체 투입된 김민수는 후반 45분 동안 조커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 유효슈팅 0개, 0-3으로 끝난 전반...하프타임에 꺼낸 교체 카드 4장
전반전은 한국에 악몽 같았다.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가 최전방에 나란히 섰고 황희찬(샬케)과 이강인(AT 마드리드)이 좌우 측면을 맡았지만, 우루과이의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 전개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했다. 에콰도르전과 마찬가지로 강한 전방 압박과 직선적인 공격 전개를 앞세웠지만, 오히려 우루과이의 원터치 패스와 뒷공간 침투에 수비 라인이 번번이 무너졌다.
한국은 전반 13분 다르윈 누녜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27분에는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에게 추가 실점했다. 전반 43분에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0-3으로 전반을 마쳤다. 공격도 답답했다.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상대 골문으로 향한 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측면에서 수비를 직접 무너뜨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최전방 투톱까지 고립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모레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민재, 황희찬,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김봉수(대전)를 한꺼번에 불러들이고 김태현(가시마), 김민수(레인저스), 조현택(울산), 박진섭(저장)을 투입했다. 김민수는 황희찬이 서 있던 왼쪽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에콰도르전에서 약 15분을 소화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민수에게는 두 번째 경기 만에 후반 45분 전체가 주어졌다.

■ 투입 3분 만에 '첫 유효슈팅'...판을 흔든 막내
김민수는 투입 직후부터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경기 흐름을 흔들었다. 후반 3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망설임 없이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이 슈팅이 이날 한국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전반 내내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대표팀이 비로소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기세는 곧바로 이어졌다.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은 김민수는 빠른 몸놀림으로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제친 뒤 오현규에게 공을 내줬다. 오현규의 슈팅 역시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김민수가 직접 만들어낸 기회였다. 투입 직후 짧은 시간 안에 슈팅 능력과 기회 창출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손흥민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14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김민수는 등 뒤로 돌아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뒷발로 공을 흘려주는 재치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후 다시 공을 넘겨받자 드리블로 수비를 흔든 뒤 오른발 슈팅까지 시도했다. 왼쪽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들며 손흥민, 오현규와 끊임없이 연계를 시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전반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던 변수가 김민수의 발끝에서 계속 만들어졌다.

■ 넘어지고 또 일어났다...후반 22분 '집념의 역습'
이날 김민수의 투지가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후반 22분에 나왔다. 우루과이의 코너킥 공격이 끝난 뒤 공을 잡은 김민수는 곧장 역습에 나섰다. 상대 선수들이 연이어 몸을 날리며 저지에 나섰지만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공을 빼앗길 뻔한 순간에도 다시 발을 뻗어 소유권을 지켜냈고,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결국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반칙을 이끌어내며 경기가 멈췄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점수 차와 상관없이 끝까지 공을 지키려는 집념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스무 살 막내의 이 같은 투지는 크게 뒤진 상황에서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도 힘을 보탰다.
공이 없을 때도 쉬지 않았다. 우루과이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들어 압박을 가했다. 0-3이라는 큰 점수 차 속에 투입됐는데도 위축된 기색 없이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꺼내 보였다.

이날 김민수가 보여준 가장 큰 무기는 혼자 힘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동료에게 줄 패스 길이 막히면 망설이지 않고 공을 몰고 들어가 수비수를 제쳤고, 공간이 열리면 직접 슈팅을 때리거나 동료에게 기회를 넘겨줬다. 상대의 촘촘한 압박에 막혀 전반 내내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했던 대표팀에 꼭 필요했던 개인 능력이다. 모레노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후반 기회 가운데 하나만 살려 1-3을 만들었다면 흐름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한국은 후반 17분 수비가 다시 흔들리며 누녜스에게 멀티골을 허용해 0-4까지 끌려갔다. 후반 35분 이강인의 크로스가 손흥민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가며 한 골을 만회한 것이 전부였다. 김민수 역시 골이나 도움 같은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사과하면서도 후반 경기력에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후반전만 놓고 보면 1-1이었다며 우리가 원하는 축구가 조금 더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이 요구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교체 멤버들을 칭찬했다. 모레노 감독은 전반 부진에 대해서는 전술적 문제를 조금 늦게 파악했다고 인정하며,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뒤에야 선수 배치와 운영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며 선수들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하프타임 교체가 곧 반격의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김민수의 역할은 더욱 돋보인다. 선발로 나선 이강인은 손흥민의 만회골을 도운 크로스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크지 않았고, 전반 내내 측면에서 수비를 흔드는 장면이 부족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김민수의 저돌적인 돌파였다. 모레노 감독이 4-4-2 포메이션을 쓰는 만큼,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변수를 만들어줄 수 있는 김민수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 김민수는 누구? '차세대 손흥민'...이적료 160억 원에 등번호 10번
김민수는 축구계에서 '차세대 손흥민'으로 평가받는 유망주다. 슈팅과 드리블을 앞세운 측면 공격수라는 점,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가 실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손흥민과 자주 비교된다. 이날 우루과이전에서 바로 그 손흥민과 주고받은 연계 플레이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다.

2006년 1월생인 김민수는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어린 선수다. 10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축구를 배웠고, 2022년 지로나 B팀에 합류하며 유럽 무대 도전을 본격화했다. 이후 1군으로 올라선 그는 2024-25시즌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8번째 라리가 출전 기록이었다. 같은 시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까지 경험했다. 구단 안팎의 높은 평가 속에 '지로나의 진주'라는 별명도 얻었고, 지로나는 그와의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하며 잠재력을 인정했다.
지난 시즌에는 출전 시간을 늘리기 위해 스페인 2부리그 FC 안도라로 임대를 떠났다. 세군다 디비시온 40경기에서 2403분을 소화하며 6골 4도움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로 성장세를 입증했지만, 이민성 감독이 이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도 겪었다.
올여름 그의 선택은 스코틀랜드 명문 레인저스였다. 레인저스는 지난 8월 27일(한국시간) 김민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60억 원)로 레인저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금액이며, 계약 기간은 4년이다. 구단은 그에게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번까지 안겼다. 20살 선수를 단순한 유망주가 아닌 핵심 전력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민수는 입단 당시 "스페인은 제게 제2의 나라와 같다"면서도 스코틀랜드에 빠르게 적응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또 우승을 위해 레인저스에 왔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합류 사흘 만인 8월 30일 애버딘 원정으로 치러진 2026-27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4라운드에서 선발로 데뷔전을 치렀고, 적극적인 슈팅과 공격 가담으로 팀의 1-0 승리이자 시즌 리그 첫 승에 힘을 보탰다.

성인 대표팀 적응 속도도 빠르다. 에콰도르전 약 15분 출전에 이어 우루과이전에서는 후반 45분을 온전히 책임졌다. 출전 시간이 늘어난 만큼 존재감도 확실히 커졌다.
우루과이전 1-4 참패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대표팀은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를 앞두고 있다. 우루과이전에서 가능성을 증명한 막내가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