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방향 틀더니…심상치 않은 태풍 '수리개' 경로, 한국 영향은?
작성일
제26호 태풍 수리개 정보와 이동 경로, 한반도 영향은?
북서쪽으로 올라오던 제26호 태풍 '수리개(SURIGAE)'가 급격히 방향을 꺾어 일본 남쪽 바다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예상 경로상 한반도는 태풍의 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비바람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 달 넘게 이어진 가을비에 태풍발 높은 파도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외 종목 일정이 잇따라 흔들리고 있다.

■ 오키나와로 가다 '급커브'…도쿄 남쪽 먼바다로
기상청에 따르면 수리개는 29일 오전 9시 기준 일본 도쿄 남서쪽 약 970km 해상에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80hPa, 최대풍속은 초속 29m로 강도 2 수준이다. 같은 날 오전 3시 분석에서는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초속 35m의 강도 3이었다. 불과 몇 시간 사이 한 단계 약해진 것이다.
수리개는 발생 초기만 해도 서북서쪽으로 움직이며 오키나와 쪽으로 다가서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27일을 전후해 북북동쪽으로 진로를 틀었고, 이후 북동진을 이어가며 일본 열도 남쪽 해상으로 궤적이 바뀌었다. 세력이 가장 강했던 시점은 28일 새벽이다. 당시 중심기압 945hPa, 최대풍속 초속 45m의 강도 4까지 발달했다. 오키나와 동쪽 바다를 지나며 정점을 찍은 뒤로는 점차 힘이 빠지는 추세다.
기상청은 수리개가 오는 30일 오후 도쿄 남쪽 약 480km 해상을 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달 1일 오전에는 도쿄 남동쪽 약 310km 해상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이후 일본 동쪽 먼바다로 빠져나가면서 2일께 온대저기압으로 성질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상청의 29일 정오 분석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수리개는 일본 남쪽 해상에서 시속 15km로 북북동진하고 있으며, 중심기압은 990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30m다.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세력을 줄이면서 1일 새벽 이즈 제도 인근 해역에 이를 것으로 봤다. 2일 오전에는 일본 동쪽 먼바다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본 기상청은 30일부터 1일 사이 태풍이 간토 지방 쪽으로 다가설 수 있다고 밝혔다. 도카이·간토 지방 일부가 폭풍역에 들 가능성도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 기상청 예상 경로보다 일본 본토 쪽으로 좀 더 붙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주변국 기상당국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수리개가 시속 10~15km로 북동진하면서 점차 약해질 것으로 봤다. 홍콩천문대 역시 수리개가 류큐열도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일본 남쪽 바다를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전망을 종합하면 일본 본토로 곧장 올라오기보다 남쪽 해상을 따라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경로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태풍이 먼저 스쳐 간 지역에선 이미 피해가 나타났다. 오키나와현 미나미다이토섬에서는 28일 최대순간풍속 초속 29.8m가 관측됐다. 가고시마현 아마미 지역에서는 높은 파도 탓에 일부 여객선이 결항했다. 태풍이 멀어지며 바람은 잦아들고 있지만 너울성 파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태풍이 다가설 이즈 제도에서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바람과 파도가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수리개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으로, 맹금류인 솔개를 뜻한다.

■ 한반도는 '비켜 간다'…대신 가을비 뒤 올가을 첫 추위
한반도는 수리개의 예상 이동 경로와 상당한 거리가 있어 태풍에 따른 직접적인 강풍이나 호우 가능성은 낮다. 이번 주 날씨의 변수는 태풍보다 가을비와 찬 공기다.
오는 30일에는 오후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를 시작으로 중서부와 전북 지역으로 비가 차차 확대될 예정이다. 예상 강수량은 5~20mm로 많지 않다. 30일 아침 기온은 서울과 대전 16도, 부산 18도로 29일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낮 기온은 서울 25도, 전주 26도, 대구 28도 등으로 평년보다 2~3도가량 높겠다.
비가 그친 뒤 10월 첫날인 1일(목)부터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본격적으로 내려온다. 기온이 점차 떨어져 이번 주말에는 서울 아침 기온이 9도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는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도 여전히 발령 중이다. 외출 후에는 손을 씻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권고된다.
이와 함께 29일까지 강원 동해안에는 너울성 파도가 높게 일 것으로 예보됐다. 순간적으로 해안가를 덮치는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 방파제나 갯바위 등 바닷가 접근은 삼가는 것이 좋다.
■ 34일째 비 내린 도쿄…관측 이래 '최장' 신기록
태풍이 향하는 일본 쪽 사정은 다르다. 도쿄 도심은 29일에도 비가 관측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34일 연속으로 비가 내렸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19년 6월 27일~7월 29일의 33일이었다. 이번 기록은 이를 하루 넘어선 것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연속 강우 기록이다.
2019년 기록은 여름 장마철에 세워졌다. 이번 기록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가을비 전선이 서일본에서 동일본 태평양 연안을 따라 오랫동안 머물렀고,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전선으로 거듭 유입됐다. 여기에 제24호·25호·26호 태풍이 연달아 혼슈 쪽으로 다가오면서 비의 양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오랜 비에 도쿄 도심의 9월 강수량(1~27일)은 621.5mm로 평년의 약 3배에 달했다. 1958년 세워진 9월 최다 강수량 기록인 670.9mm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조 시간은 45.8시간으로 평년의 40% 수준에 머물렀다.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간토 지방에는 오는 30일에도 비 소식이 있어 기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현지 기상업체들은 다음 달 1일 이후 전선의 정체가 풀리고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햇볕이 드는 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리개의 진로에 따라 전선의 위치나 활동이 달라져 예보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파도에 막힌 서핑, 비에 쓸려간 크리켓…아시안게임 '날씨 비상'
후반부에 접어든 아시안게임도 날씨에 발목이 잡혔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종목은 바다에서 열리는 서핑이다. 서핑 경기장은 아이치현 다하라시 태평양 연안의 롱비치로, 태평양과 곧바로 맞닿아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파도 상태가 경기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지난 25일 일부 경기와 26일 전체 일정을 미뤘다. 28일 예정됐던 남녀 8강전도 다시 연기돼 당초 예비일이었던 29일로 넘어갔다. 남자 8강은 오전 7시, 여자 8강은 오전 8시 52분 시작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한국의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가 나서는 남자 쇼트보드 경기도 바뀐 일정에 따라 치러진다.
다만 조직위는 연기 사유를 '파도 상태'라고만 밝혔다. 이를 수리개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조직위는 향후 파도 상황에 따라 일정이 추가로 바뀔 수 있다고 안내했다.
비로 인한 차질은 다른 종목으로도 번졌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크리켓 남자 8강전 두 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파키스탄-홍콩, 인도-아프가니스탄 경기로, 비에 경기장이 젖은 탓이다. 이에 따라 시드 순위가 높은 파키스탄과 인도가 경기 없이 4강에 올랐다. 아프가니스탄은 직전 대회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도 비로 취소됐다. 당시 규정에 따라 인도에 금메달을 내줬던 아프가니스탄은 두 대회 연속 날씨에 울게 됐다.
나고야 히가시야마공원 테니스센터에서도 지난 28일 비로 일부 경기가 지연된 끝에 실내 코트로 장소를 옮겼다. 여자 단식 16강에서 맞붙은 필리핀의 알렉스 이알라와 태국의 팟차린 치프찬데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선수는 비로 경기가 지연되자 실내로 이동해 경기를 마쳤고, 이알라가 55분 만에 6-1, 6-0으로 승리했다. 조직위는 기상 상황에 따라 경기 시작 전이나 도중에도 실내 경기장으로 옮겨 무관중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소프트볼 역시 일정이 늦춰졌고,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골프는 연습 라운드부터 차질을 빚었다. 대회 초반에는 제25호 태풍 '두쥐안'의 영향으로 승마 경기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예상 경로대로라면 수리개가 나고야 등 개최지를 직접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태평양에 그대로 노출된 서핑 경기장은 태풍이 멀리서 보내는 너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을비 전선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막바지 대회 운영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