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받으면, 더 준다”…요즘 관심 많은 국민연금 연기, 신청 전 따져볼 것
작성일
국민연금 수령 시기 선택, 84세까지 살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
국민연금은 수령 시기를 최대 5년 늦추면 연금액이 36% 늘어나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받지 못하는 연금도 생기기 때문에 단순히 많이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연기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됐다고 해서 반드시 그때부터 연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다면 수령 시기를 늦춰 이후 더 많은 연금을 평생 받는 ‘연기연금’을 선택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연기연금은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연금 지급을 전부 또는 일부 늦추는 제도다. 연금 지급을 연기한 기간에 따라 1개월마다 연금액의 0.6%가 가산된다. 1년이면 7.2%, 최대 5년을 모두 연기하면 36%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월 100만원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5년 동안 전액 연기하면 단순 계산으로 70세부터 월 136만원을 받게 된다. 매달 36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붙는다. 65세부터 70세까지 5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연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 100만원을 받을 사람이 65세부터 연금을 받지 않고 5년을 모두 연기한다고 가정하면 60개월 동안 받지 못하는 연금은 단순 계산으로 6000만원이다. 70세 이후 매달 36만원씩 더 받게 되므로 앞서 받지 않은 6000만원을 추가 연금만으로 만회하려면 약 167개월이 필요하다.
약 13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물가변동과 세금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에서는 83세 10개월 안팎부터 누적 수령액이 역전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84세 이후까지 살아야 연기연금이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조정되고, 연기연금으로 늘어난 금액이 다른 제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연기연금으로 연금액이 증가하면 연금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액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기하는 동안 받지 못한 연금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연기연금은 ‘연금을 더 주는 제도’라기보다 지금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나중에 받는 대신 그 기간만큼 연금액을 가산하는 제도에 가깝다.
연금액을 전부 미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연금액의 50~90%를 10% 단위로 선택해 일부만 연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의 연금 가운데 50만원은 바로 받고 나머지 50만원만 연기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생활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람과 당장 연금이 필요한 사람 사이에서 선택지를 넓혀준다. 연금의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하면서 나머지 금액에는 연기 가산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은 출생연도별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은 1953~1956년생 61세,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65세다.
예를 들어 1969년생 이후라면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고, 연기연금을 선택하면 최대 70세까지 지급을 늦출 수 있다. 반대로 1957~1960년생은 정상 지급개시연령이 62세이므로 최대 67세까지 연기할 수 있다.

연기연금과 함께 최근 달라진 제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급개시연령 이후에도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 일정 수준을 넘는 소득이 있으면 노령연금이 감액될 수 있는데, 이 감액 기준이 올해부터 완화됐다.
기존에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인 A값을 초과하는 소득이 감액 기준이었다. 그러나 2025년 법 개정에 따라 2026년 6월 17일부터는 A값에 200만원을 더한 금액 이상인 경우에만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 대상이 된다.
2026년 A값은 319만3511원이다. 여기에 200만원을 더하면 519만3511원이다. 월평균 소득금액이 이 기준 미만이라면 소득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령연금이 감액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변화는 연기연금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수급개시연령 이후에도 일을 하면서 연금을 받으면 감액될 가능성이 있어 연기를 고려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소득이 새 감액 기준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면서 연금액이 일부 감액될 수 있는 경우 연기연금을 선택해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한다. 다만 소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연기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니며 실제 소득 수준과 생활비 필요액을 함께 따져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유족연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기연금으로 늘어난 노령연금액이 유족연금액 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사망한 뒤 배우자 등 유족이 받게 되는 유족연금까지 연기연금으로 늘어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내가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배우자가 늘어난 연금액을 그대로 이어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연기연금의 가산분과 유족연금은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반대로 수령 시기를 앞당기는 조기노령연금도 있다. 조기노령연금은 정상적인 지급개시연령보다 최대 5년 일찍 받을 수 있지만, 1개월 앞당길 때마다 0.5%, 1년이면 6%씩 연금액이 줄어든다. 최대 5년을 앞당기면 30%가 감액된 금액을 평생 받게 된다.
결국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정상 개시연령을 기준으로 앞뒤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최대 5년 일찍 받으면 감액되고, 최대 5년 늦추면 가산된다. 같은 국민연금이라도 언제 청구하느냐에 따라 매달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연기연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자신의 예상 노령연금액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 곁에 국민연금’을 통해 연기연금 신청에 따른 예상 연금액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상 금액에는 연기 기간에 따른 가산금이 포함되지만 향후 물가 상승에 따른 연금액 인상분은 반영되지 않는다.
연기연금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뿐 아니라 우편, 팩스, 국민연금공단 지사 방문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자신의 소득이 연금 감액 대상인지, 연기했을 때 실제 월 수령액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기초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에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는 신청 전에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5년 연기 시 ‘36% 증액’이라는 숫자만 보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받지 않는 연금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연기연금은 더 큰 월 연금액을 원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단순한 증액 제도가 아니라, 현재 필요한 생활비와 향후 연금 수령 기간을 함께 놓고 수령 시점을 선택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