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터진 25사단에 무인로봇 2대 보유...사고 당일엔 투입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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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지뢰탐지 로봇 왜 투입하지 않았나
3000억 들인 무인로봇, 실전에서 활용 못한 이유

“장병 안전을 높이겠다”며 군이 실전 배치를 홍보한 무인 지뢰탐지·제거 로봇이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육군 25사단에 이미 보급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 YTN이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육군 25사단은 지난 3월부터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KR1’ 2대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21일에도 해당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험한 DMZ 수색로 개척 임무에 앞서 무인 장비 투입 여부를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R1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으로, 방위사업청이 지난 3월부터 일선 부대에 실전 배치를 시작한 장비다. 군은 이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폭발물에 접근하지 않고 원격으로 탐지와 제거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장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은 향후 DMZ 지뢰지대 통로 개척을 비롯해 대테러작전과 위험지역 정찰 등에도 KR1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KR1의 성능을 소개하면서 금속 지뢰뿐 아니라 목함지뢰와 같은 비금속 지뢰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험지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고출력 모터를 적용하고 고속 기동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실제 육군 25사단 역시 지난 4월 야전에 최초 도입된 KR1을 대상으로 운용 및 정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8일에도 25사단 관계자는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작전을 로봇으로 원격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이미 실전 배치와 운용 교육까지 진행된 로봇이 정작 최근 사고가 발생한 DMZ 수색로 개척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25사단 관할 DMZ에서는 수색로 개척 작전에 투입된 장병들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을 잇달아 겪었다. 당시 수색대대장과 공병 중사가 중상을 입었고 다른 장병 1명도 다쳤다. 군 조사 결과 당시 작전에는 간부와 병사 등 18명이 투입됐으며, 공병 요원들이 선두에서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지뢰를 탐지하고 수풀을 제거하면서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강신철 국방부장관, 진영승 합참의장 / 뉴스1
강신철 국방부장관, 진영승 합참의장 / 뉴스1

사고 현장은 군사분계선(MDL)에서 10여m 떨어진 위험 지역과 가까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 지역과도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 작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당시 약 200m를 전진하며 수색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25사단이 보유하고 있던 KR1을 왜 투입하지 않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군 당국은 로봇이 있었음에도 투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작전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들었다. 사고 지역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수풀이 자라 있었고, 이 때문에 무인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YTN의 질의에 해당 환경에서는 무인 지뢰탐지 로봇의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즉 로봇이 부대에 보급돼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장비를 사고 당시 임무에 실제 투입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장비의 탐지 성능과 별개로 수풀이 무성한 DMZ에서 로봇의 이동과 탐지 능력이 어느 정도 발휘될 수 있었는지, 당시 임무 조건에서 사람이 직접 수색하는 것과 무인 장비를 활용하는 방식 중 어떤 운용 절차가 적용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군이 KR1을 실전 배치하면서 DMZ 지뢰지대 통로 개척 등 위험한 임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실제 작전 환경에서의 운용 기준을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산 규모도 상당하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사업에는 올해 1,132억여 원이 배정됐다. 내년도 예산 요구안은 약 1,698억 원 규모로, 올해보다 약 500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방위사업청은 3년간 이 사업에 모두 3,039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R1은 우리 군이 국내 기술로 개발해 전력화한 첫 로봇 무기체계다. 군은 기존 폭발물처리반 요원들이 무거운 특수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폭발물에 접근해 탐지·제거 작업을 수행해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 장비를 개발했다. 방위사업청은 로봇을 원격으로 운용해 폭발물 탐지와 제거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군은 KR1의 실전 배치를 공개하면서 장병 안전과 무인체계 활용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25사단도 사고 발생 사흘 전인 지난달 18일 공개된 자료에서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작전을 로봇을 통해 원격 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해당 장비의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미투입 경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례를 두고 장병 안전을 위해 지뢰탐지 무인 로봇을 실전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작전에서는 활용되지 못했다며 무인체계 운용에 보완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 자체의 원인도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합참은 현장조사를 통해 폭발 지점과 화구 등을 확인하고 사고 당시 장병들의 장비와 지뢰화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폭발물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과거 우리 군이 설치한 지뢰가 유실된 것인지 등도 조사 대상이다.

사고 원인을 밝히는 조사와 함께 당시 수색로 개척 임무의 성격과 지형, KR1의 실제 운용 가능 여부, 로봇을 투입하지 않기로 한 판단 과정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인 장비가 단순히 부대에 보급돼 있는 것과 실제 위험 작전에 적절하게 활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이번 사고는 장비의 성능뿐 아니라 현장 운용 체계까지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