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손예진, 사극 피하다 24년 만에 복귀한 이유 알고 보니…정지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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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스캔들’로 2002년 ‘취화선’ 이후 24년 만에 사극에 돌아왔다.
조씨부인 해석과 절제 연기, 190만 시청수 성과까지 짚었다.

배우 손예진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로 2002년 영화 ‘취화선’ 이후 24년 만에 사극에 복귀했다. 지난 18일 8부작 전편이 공개된 작품에서 손예진은 금기의 시대에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조씨부인을 연기한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사극을 피해온 이유와 인물 해석,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 방식, 지창욱·나나와의 호흡을 차례로 털어놨다.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19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7위에 올랐다.
24년 만의 사극, 피해온 장르에 다시 선 이유
손예진은 사극을 한동안 의식적으로 멀리했다고 말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초창기에 사극을 찍을 때 몹시 힘들었고, 연기로 잘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버거워 “내가 잘할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는 일이 불편해 연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마음을 돌린 계기는 정지우 감독의 연출 소식이었다. 손예진은 “정지우 감독님이 앞서 만들어졌던 영화들 속 조씨부인의 모습이 아닌 원작에서 조씨부인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싶다고 하셔서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의 다층적인 매력이 돋보여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촬영은 지난해 여름 이뤄졌다. 손예진은 “정말 고생해서 찍은 작품”이라며 공개 전부터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고 돌아본다. 현대극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고, 촬영하는 동안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조씨부인과 조원, 희연이 얽힌 위험한 내기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를 그린다. 여기에 내기에 얽힌 여인 희연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연출은 ‘은교’, ‘썸바디’를 만든 정지우 감독이 맡았다.
손예진이 조씨부인, 지창욱이 조원 역을 맡았고 나나가 세 사람의 관계 한가운데 놓인 희연의 서사를 함께 이끈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인호 도령에게 존재를 들킨 희연’이라는 제목의 클립 영상도 올라와 있어, 희연을 둘러싼 인물 구도가 별도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작품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8부작이 한꺼번에 공개되는 방식이어서 시청자는 회차 제한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손예진이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펼칠 수 있었다”고 말한 대목도 이 구성과 맞닿아 있다.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되지 않는 인물”, 조씨부인 해석
손예진은 조씨부인을 사랑 내기를 제안하는 단순한 인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닌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시대가 주는 가혹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여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이해했다고 설명한다. “조씨부인은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되지 않는 인물이다. 그게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인물의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손예진은 “진짜 민낯은 무엇인가 궁금했다. 어렵고 계속 찾아갔다”고 말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 자아실현을 하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겉모습과 속마음의 간극도 짚었다. “순간순간 보여지는 차가운 모습이 있다. 겉으로는 품위를 지켜야 하지만 그 안에서는 들끓는 욕망이 있다”는 게 손예진이 말하는 조씨부인의 두 얼굴이다. 이 때문에 작품의 의도를 하나의 명확한 감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고, 배우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한다.

정답을 주지 않는 연출, 시적인 감독과의 대화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은 일반적인 디렉션 방식과 달랐다. 손예진은 “감독님이 정확한 디렉션을 주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며 캐릭터가 너무 어렵고 감정의 레이어가 많아 배우들이 갸우뚱하기도 했다고 돌아본다. 감독은 “시적인 분”이어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신 촬영 현장에서는 인물을 둘러싼 질문을 오래 나눴다. 손예진은 이 여자가 겉으로만 여자일 뿐 안에는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인데, 그 그릇을 펼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해 숨겼을 때 억눌린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를 감독과 많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읽힐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명확한 감정으로 “정확하게 이런 걸 드리겠다”고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인 만큼,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할 것 같다는 게 손예진의 말이다. 공개 이후 재밌게 봤다는 반응과 재미없다는 반응이 함께 나오는 데 대해서는 “개인차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말투·표정·리액션까지 눌러 담은 절제 연기
조씨부인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심리전을 이어가는 동안 속내를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말투와 표정, 리액션 하나까지 절제가 필요했다. 손예진은 “호흡도, 표정도, 리액션도 중요했다”고 말한다.
처음 도전하는 사극 말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사극 말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처음 하는 사극 말투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호흡을 가다듬고 말의 결을 맞추는 일이 촬영 내내 숙제였다는 이야기다.
감정이 붙을수록 표현이 과해지기 쉬운 점이 가장 경계한 부분이었다. 손예진은 “감정이 붙을수록 표현을 과하게 하게 되는데 그걸 누르면서 아주 작은 디테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눈빛과 숨의 변화처럼 작은 단위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얘기다.
겹겹이 입는 한복, 곧은 자세가 만든 체력 소모
작품 속 한복은 손예진에게 즐거움이자 부담이었다. 그는 “한복이 너무 예뻐서 푹 빠졌다”고 말한다. 디자이너가 그 시대 양반들이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재현해 줬고, 극 중 다채로운 한복을 소화하는 모습은 공개 후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촬영 현장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손예진은 “옷을 겹겹이 입어야 해서 덥기도 했다”며 “곧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니까,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썼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여름 촬영이라는 점에서 더위까지 겹쳤다.
과거 사극을 피해온 이유로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꼽았던 그는,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면 연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4년 만의 복귀 작품에서 그 부담을 안고도 촬영을 마친 셈이 아니라, 의상이 인물의 품위와 억눌린 욕망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했다는 점이 작품 안에서 확인된다.
지창욱·나나와의 첫 호흡
손예진은 지창욱, 나나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지창욱과는 한 번 부딪힐 때 장면이 길었다고 한다. 그는 “조원도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그런 복잡다단한 인물을 창욱 씨가 디테일하게 잘 표현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나에 대해서는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도시적이고 시크하면서 쿨한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 보면 순수하다”고 말한다. 작품 안에서 조씨부인이 희연을 이용하는 관계라 대본만 봤을 때와 실제 연기할 때의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막상 나나 씨와 붙으면 동병상련의 마음처럼 측은하기도 하고 연민도 느껴졌다”며 “그건 나나 씨가 가진 배우로서의 순수한 이미지 덕분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조씨부인이 희연을 도구처럼 대하는 장면에서도 감정이 단순하지 않았던 배경이다.
공개 3일 만에 190만 시청수, 엇갈린 반응
‘스캔들’은 지난 18일 공개된 뒤 빠르게 성과를 냈다. 넷플릭스 자체 집계에 따르면 공개 3일 만에 190만 시청수를 기록해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7위에 올랐다. 시청수는 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이다.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서사와 연출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지우 감독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위험한 사랑 내기를 색다른 앙상블 연기로 그려냈다는 평도 이어진다. 손예진 역시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고 재미없게 보시는 분들도 있다”고 공개 이후 분위기를 언급했다.
작품은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앞세운 점에서도 이야기를 낳았다. 손예진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같은 모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 연장선에서 사극 복귀작이 이번 시리즈로 완성됐다. 공개 전에는 청소년관람불가 작품 특성상 배우들의 수위 관련 발언이 먼저 알려지기도 했다.
새 예고편과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 CG로 되돌린 청년 시절
넷플릭스 코리아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새 예고편 ‘끝까지 가는 조씨부인과 조원의 내기’를 올렸다. 영상은 조씨부인이 내건 조건 앞에서 조원이 흔들리는 장면을 담아 두 인물의 신경전을 전면에 세웠다. 작품이 공개된 지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에 나왔다.
지난 21일에는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 콘텐츠가 게재됐다.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함께 출연해 유병재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CG와 디에이징 기술을 비롯한 제작 비하인드가 이 영상에서 처음 공개됐다.
유병재가 극 중 10대와 청년 시절 얼굴 구현 방식을 묻자 손예진은 “청년 시절 얼굴은 CG로 만들었다”고 답했다. 20대 시절 출연작인 영화 ‘클래식’ 속 자신의 모습을 참고해 최대한 근접한 얼굴을 구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청룡어워즈 카드뉴스 합성 사진과 손예진의 댓글
공개 직후 온라인에서는 지창욱의 인터뷰 발언도 화제가 됐다. 지난 22일 청룡어워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창욱의 ‘스캔들’ 인터뷰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지창욱은 손예진과의 러브라인에 대해 “다들 ‘전국민 현빈 눈치 보기’라고들 하는데, 저는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았다. 조씨부인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룡어워즈 계정은 손예진과 지창욱을 현빈이 노려보는 듯한 합성 사진을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본 손예진이 “여.. 여보... 여긴 웬일이야”라고 직접 댓글을 남기자 팬들 사이에서 과몰입 반응이 이어졌다.
손예진은 인터뷰에서 게시물이 너무 재밌어서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올가을 현빈은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손예진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의 작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했던 걸 또 하는 건 유독 싫다”, 끊임없는 변신 의지
손예진에게 ‘스캔들’은 새로운 모습을 계속 찾는 이유를 다시 확인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변화하는 게 좋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시는 게 희열이 있다”고 말한다. 캐릭터 속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팬이 있어도 반복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는 “했던 걸 또 하는 건 유독 싫다”며 “그래서 자꾸 새로운 걸 찾게 되고 안 보여드렸던 걸 끄집어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극 복귀 역시 이런 태도에서 나온 선택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손예진은 “앞으로도 그러고 싶고, 그럴 수만 있다면 끊임없이 변신하고 싶다”고 전했다. ‘스캔들’ 8부작은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