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야, 이것이 웬일이냐”…오늘 공개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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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피격 이틀 뒤 딸 박근혜에게 쓴 친필편지 첫 공개
유영하 “암살자(들), 역사 왜곡”…상영 중단·제작진 사과 요구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직후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필편지가 처음 공개됐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사본.  /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사본. / 뉴스1

뉴스1 등에 따르면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편지를 공개하며 영화 '암살자(들)'의 상영 중단과 제작진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마음대로 뒤집을 수 있는 면허는 아니다"라며 영화가 육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역사적 인물과 기록을 활용한 작품인 만큼 사실과 창작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편지였다. 유 의원에 따르면 이 편지는 육 여사가 숨진 지 이틀 뒤인 1974년 8월 17일 오후 10시 작성됐다. 당시 프랑스 유학 중 어머니의 피격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심경을 적어 보낸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라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사본. /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사본. / 뉴스1

편지는 "근혜야 이것이 왼일 이냐"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박 전 대통령은 육 여사를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어머니"라고 표현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가족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맞을 흉탄을 어머니가 대신 맞고 가셨다"며 "내가 맞고 어머니가 살았드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몇번이고 생각해본다"고 적었다.

또 "아버지도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해서 정말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으나"라고 쓴 뒤 자신부터 용기를 내기로 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마음을 크게 먹고 견디라고 당부했다.

유 의원은 해당 편지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편지가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라며 영화 '암살자(들)'이 없었다면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영 중단하고 공개 사과하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영화 '암살자(들)'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틀 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 뉴스1

유 의원이 편지를 공개한 것은 최근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과 맞닿아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형사와 언론인들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특정인을 배후로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당시 박정희 정권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가설로 제기하는 장면 등을 담았다.

유 의원은 영화 도입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됐다고 밝히고 후반에는 실제 영상과 기록까지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면서 관객이 영화적 설정을 실제 역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향해 역사적 사실과 창작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 설명하고 영화 상영을 중단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유족에 대한 공개 사과도 촉구했다.

유 의원은 "영화는 두 시간이면 끝날 수 있지만 그 두 시간 동안 관객에게 심어진 이미지는 실제 역사로 기억될 수도 있다"며 제작진이 자신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도 최근 영화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영 중단과 제작진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상영 중단이나 제작진의 국정감사 출석 등을 요구하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제작진 "특정 역사적 결론 확정하려 만든 영화 아니다"

제작진은 역사 왜곡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암살자(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974년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여러 기록과 자료를 조사한 뒤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든 극영화라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극 중 제시되는 가설이나 설정 역시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제작한 작품도 아니라며 다양한 해석과 비판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했고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극 중 주요 인물 역시 특정 실존 인물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

※ 아래 전문은 유영하 의원이 공개한 편지를 토대로 옮긴 것. 당시 원문의 맞춤법과 표현을 가능한 한 살리고 일부에는 현재 표기를 괄호로 덧붙였다.

근혜야 이것이 왼일(웬일)이냐. 얼마나 놀랐겠니.

근영이를 동경까지 마중을 보내니 그동안의 이야기 잘 듯고(듣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비통한 마음 억제할 길 없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마음을 굳게 먹고 어머니가 않게시는(안 계시는) 우리 가정을 우리들의 힘과 노력으로 다시 가다듬어 나가는 방도를 모색해 나가야 되지 않겠니.

팔십 노령의 할머니가 계시고 이제 철이 들려고 하는 지만이가 있으니 이제는 네가 어머니의 대역을 해주어야 하겠다. 그리고 아버지가 잇지(있지) 않느냐. 아버지가 어머니의 몇 분지일의 역(役)도 못하겠지만은 아버지도 너이(너의) 삼남매(三男妹)를 위해서 좋은 아버지가 되겠음 무슨 희생이라도 하마.

너의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융한(훌륭한) 어머니였다. 한 아내로서 한 가정주부로서뿐 아니라 이 나라의 여성지도자로서 과거도 그러했거니와 앞으로도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위대한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맞을 흉탄을 어머니가 대신 맞고 가셨다. 내가 맞고 어머니가 살았드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몇번이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 대신 자신이 맞고 아버지에게 너이들에(너희들의) 모든 책임과 이 나라의 모든 책임을 나에게 맷기고(맡기고) 가셨다.

이런 엄청난 일을 당하고 보니 그래도 근영이가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훌융하다(훌륭하다)는 것을 새삼 늣겼다(느꼈다). 근혜가 도라오고(돌아오고) 근영이가 있으면 할머니도 전과 꼭 같이 잘 받드려(받들어) 드리고 지만이 잘 가르치고 지도해서 어머니 계실 때와 다름없이 우리 한번 잘해나가보자.

이것이 가신 어머니의 뜻을 받드는 길이요. 어머니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요 호도(효도)하는 길이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해서 정말 마음을 가눌수가(가눌 수가) 없었으나 아버지부터 먼저 용기를 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기로 장적을(작정을) 하였으니 너도 마음을 크게 먹고 참을 수 있는데까지 참아야 하느니라.

훌륭한 우리 근혜 물론 다 잘할 줄 알지만은 앞으로 10시간만 있으면 근혜가 도라온다(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일각이 여삼추같이 기다려지면서도 현관에서 아버지 혼자 너를 마중할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