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경찰이 뭔데 남의 사랑 방해하나”…노인 노리는 로맨스 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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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여성에 금괴 배송료 2500만원 요구
5년간 4000만원 송금·보이스피싱 계좌 연루 피해까지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해외 연인에게 수천만 원을 보내고, 사랑을 믿었다가 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자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 노인들의 사연이 공개된다. 가족과의 사별, 이혼, 은퇴 이후 찾아온 외로움을 파고들어 친밀감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 노년층을 겨냥하고 있다.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2일 방송되는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에서는 노년층을 상대로 벌어지는 로맨스 스캠의 수법과 피해 사례를 추적한다. 해외 연인에게 거액을 보내려던 70대 여성부터 5년 넘게 한 여성을 기다리며 약 4000만원을 송금한 60대 남성,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피해자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여다본다.

“경찰이 왜 남의 사랑 방해하나”…2500만원 송금 직전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경기도 수원에서 순찰하던 정상환 경위는 한 시민으로부터 지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는다. 피해자는 자녀와 떨어져 살던 70대 여성 김 모 씨로, 경찰은 직접 집까지 찾아가 송금을 막으려 했지만 김 씨는 해외에 있는 남자친구에게 돈을 보내는 것뿐이라며 범죄 피해 가능성을 부인한다.

김 씨가 믿고 있던 상대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남성이었다. 남성은 자신이 보유한 금괴를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배송료 2500만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김 씨는 약 6개월 동안 연락을 이어오며 상대를 연인으로 굳게 믿었고, 경찰의 만류에도 “남의 사랑을 방해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송금은 가까스로 막혔다. 정상환 경위는 최근 노인들을 상대로 한 로맨스 스캠이 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쌓은 감정적 신뢰 때문에 주변의 설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5년간 4000만원 송금…‘린다’는 실존 인물일까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제작진 앞으로는 자신이 오랫동안 연락해 온 여성이 실제 인물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대구에 사는 60대 박진호(가명) 씨는 SNS를 통해 나이지리아에 있다는 ‘린다’라는 여성을 알게 됐다. 아내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홀로 키워온 박 씨에게 린다는 한국에 들어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매일 연락을 이어왔다.

린다는 자신이 수단 출신으로 전쟁을 피해 나이지리아 난민촌에 머물고 있으며 한국에 오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호(가명) 씨는 비자 발급비와 항공료 등을 이유로 요구받은 돈을 여러 차례 송금했고, 그 규모는 약 4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처음 연락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린다는 한국에 오지 않았다. 대신 각종 서류와 사진을 보내며 계속 돈을 요구하고 있다. 제작진은 외교부를 통해 린다가 보내온 서류와 비자 등의 진위를 확인하고,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로맨스 스캠을 취재한 전문가를 만나 실제 범죄 수법과 비교한다.

돈 요구 안 하더니…가상화폐 바꿔줬다가 계좌 정지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로맨스 스캠은 단순히 돈을 직접 송금하게 만드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있다. 속초에 사는 60대 김정훈(가명) 씨는 SNS로 들어오는 낯선 메시지 대부분을 로맨스 스캠으로 의심해 왔지만, 우연히 대화를 시작한 홍콩 여성 ‘메이린’에게는 점차 마음을 열었다.

메이린은 유명 가요와 바닷가 사진을 주고받으며 평범한 연인처럼 대화를 이어갔고 한동안 돈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거래처에 보낼 돈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먼저 현금을 보내줄 테니 이를 가상화폐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김정훈(가명) 씨는 메이린을 믿고 받은 돈을 가상화폐로 바꿔 전달했지만 약 한 달 뒤 자신의 모든 계좌가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로 신고돼 거래가 중단됐다. 결국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고, 자신이 범죄 조직의 자금세탁 과정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뒤늦게 알게 됐다.

피해자 노리는 ‘2차 로맨스 스캠’까지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피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작진은 이미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변호사 등을 사칭해 접근한 뒤 돈을 되찾아주겠다며 다시 금전을 요구하는 2차 피해 사례도 확인한다.

처음에는 연인을 가장해 신뢰를 쌓고, 피해 사실을 알아챈 뒤에는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또 다른 인물이 접근하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외로움뿐 아니라 잃은 돈을 되찾고 싶은 절박함까지 범죄에 이용되는 셈이다.

노년의 외로움 파고드는 범죄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방송은 로맨스 스캠의 배경에 놓인 노년층의 외로움에도 주목한다. 60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외롭다고 답한 비율은 70.8%에 달했다. 자녀의 독립과 배우자·친구와의 이별, 은퇴 등으로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시기에 낯선 사람이 보내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표현이 강한 정서적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왜 속았느냐고 묻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범죄 조직에 의지하게 된 감정적 배경을 살피고 가족과 주변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얼굴도 모르는 해외 연인을 믿고 수천만 원을 보내게 된 노인들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진화하는 국제 범죄 조직의 수법을 추적한다.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은 10월 2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추적60분’ 1474회 ‘당신의 외로움을 노린다-노인 로맨스 스캠’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