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다르다...'동메달' 딴 이재성이 당당히 남긴 '군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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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놓쳤지만 '성숙한 발언'으로 오히려 귀감이 된 선수
“군대 안 갑니다”라는 말부터 ‘전역모’ 인증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직후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과 행동이 논란이 된 가운데,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한 선수가 있다.
논란이 된 선수들은 모두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축구의 4회 연속 금메달을 이끈 국가대표들이다.
한국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으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최초의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승 직후 일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축하 분위기와 별개로 논쟁이 시작됐다.

가장 직접적인 발언을 한 선수는 주장 이기혁이다. 그는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귀국 후 입대까지 9일이 남은 상황이었다고 밝히면서 “선수들에게도 군 면제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후 메달을 들어 올린 채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기혁은 이번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선수로, 앞서 2026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강원FC 소속으로 활약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이기도 하다.
양민혁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일본과의 결승전이 끝난 뒤 “사실 이런 메달이나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보상받는 것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니까,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면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
양민혁은 현재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벨기에 KVC 베스테를로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 강원FC에서 뛰던 2024시즌 도중 토트넘과 계약하며 큰 관심을 받았고, 이후 퀸스파크 레인저스, 포츠머스, 코번트리 시티를 거쳐 네 번째 임대에 나섰다. 지난해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해 A매치에도 출전했던 선수인 만큼 해외 무대에서의 선수 생활과 병역 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던 셈이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의 행동도 논란이 됐다. 2007년생으로 만 19세인 박승수는 금메달을 따낸 뒤 이른바 ‘전역모’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했다. 전역모는 군 복무를 마친 장병들이 전역을 기념해 쓰는 모자인데,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선수가 이를 착용하고 병역 혜택을 자축하는 듯한 모습을 공개하면서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사진은 이후 삭제됐다.
박승수는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다. 지난해 수원 삼성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으며 현재 뉴캐슬의 U-21팀에서 뛰고 있다. 아직 1군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EPL 사무국이 2026-2027시즌 주목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을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교체로 세 차례 출전해 총 16분을 뛰었고 결승전에서도 후반 막판 그라운드를 밟았다.
세 선수의 발언과 행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당사자들은 모두 사과했다. 양민혁은 자신의 발언이 병역 혜택만을 위해 뛰었다는 의미로 전달된 데 대해 사과하면서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기혁도 순간적인 흥분과 병역 혜택에 초점을 맞춘 자신의 발언이 잘못이었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다. 박승수 역시 자신의 행동을 경솔했다고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육상 대표팀 이재성의 발언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성은 지난달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서민준, 나마디 조엘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와 함께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38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중국과 대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재성은 두 번째 주자 나마디 조엘진에 이어 세 번째 주자로 달렸다.
경기 자체도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은 전날 예선에서 배턴 인계 구역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 처리됐지만 항소를 통해 판정을 뒤집고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는 한국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이재성에게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메달이었다.
이재성은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병역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M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제가 아직 군대를 안 다녀와서 군대를 가야 하거든요. 이번 아시안게임이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었는데, 그냥 군대 가려고요. 저는 이 동메달이 금메달보다 값진 것 같아서 편하게 군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성 역시 병역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면 체육 분야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해당하지 않는다. 병무청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체육요원 편입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흔히 ‘군 면제’라고 표현하지만 법적으로는 현역병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제도다.
이재성은 이미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얻은 동메달을 “금메달보다 값진 것”이라고 표현하고 군 복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는 국방의 의무를 진중하게 대하는 태도이자, 운동에 진심으로 열정을 다한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재성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 400m 계주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한국 남자 400m 계주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37년 만이었다. 이재성은 당시 한국체대 소속으로 결선에 나서 팀의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2025년에는 더 큰 기록도 만들었다. 이재성은 서민준, 나마디 조엘진, 이준혁과 함께 아시아육상선수권 남자 400m 계주에서 38초49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한국 남자 400m 계주가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 대회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번 나고야 대회에서 세운 38초43 역시 이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가 아시안게임에서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것도 의미가 있다. 이재성은 경기 직후 자신의 레이스를 마친 뒤 무릎을 꿇고 전광판을 바라봤다며 후배들의 기량을 믿고 뛰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주 멤버로 더 큰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재성은 금메달을 얻지 못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음에도 자신이 얻은 동메달의 가치를 강조했다.
같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바라보는 표현 방식이 달랐다는 점에서 그의 한마디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