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쓰려면 돈 들어야 하나”…수사 책임 커진 경찰, '접수 문턱'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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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책임 확대…“피해자에게 수사 감독 부담 전가” 우려
고소장·이의신청서 대리 작성, 법무사 활용해도 50만~100만 원
단계별 점검 장치 시급…“국민 피해만 키운 개혁” 막으려면 시스템 정비해야
[세종·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돼 경찰이 수사책임을 사실상 홀로 지게 되면서,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 문턱 앞에서 겪는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고, 경찰은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안에 이행 결과를 알려야 한다. 개정안은 10월 2일 검찰청 폐지에 맞춰 시행하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우려가 크다. 개정안 국회 통과 전후의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력이 없는 시민의 사건이 보완수사 반복으로 지연되거나 불송치로 묻힐 가능성을 지적한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에 결론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와 함께, 수사 감독의 부담이 피해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턱은 접수 단계부터 논란이다. 고소인은 피해 사실을 알리면 되고, 범죄 성립 여부와 법리를 따지는 일은 수사기관의 몫이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고소장이 형사 사안이 아니라고 보면 돌려보내는 '반려'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2021년 대법원은 사기 피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한 경찰관의 위법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임시 접수한 고소를 한 달간 수리하지 않고 반려 동의를 요청한 경찰관의 처리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무부는 2023년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의무 접수하도록 했다.

반론도 있다. 경찰은 고소·고발 남용을 막고 무고한 시민의 입건을 줄이려면 접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 왔다. 한 현직 수사관은 법조 전문지에 쓴 기고에서 반려 폐지 이후 근거 없는 고소까지 모두 접수해야 해 수사력 배분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수사 인력과 사건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접수 단계의 소극적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법 개정 이후 어느 곳에서 예상했던 부작용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접수 단계에서는 사실상의 접수 거부나 지연이, 보완수사 단계에서는 1개월 이행 기한 안에 이뤄지는 형식적 보완이나 요구·이행의 반복이, 불송치 이후에는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다툴 때 드는 시간과 비용이 각각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먼저, 그리고 크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보완책의 우선순위도 달라질 수 있다.
사법개혁이 '국민 피해만 키웠다'는 불명예로 남지 않으려면 개별 경찰관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을 촘촘하게 정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접수 단계에서는 고소·고발 접수 일시와 처리 경과를 전산에 의무 기록하고 접수 거부·지연 민원을 감독 기관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보완수사 단계에서는 1개월 이행 기한을 관리하고, 기한 내 이행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한 경우 상급 기관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개입하도록 하는 점검 체계가 요구된다. 불송치 이후에는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취약 계층에는 국선 피해자 대리인과 무료 서면 작성 지원을 넓혀야 한다.
여기에 부족한 증거 요건을 안내하는 보완 가이드를 의무화하고 접수 거부·지연 현황을 공개하면 실태 파악과 책임 소재 확인이 한결 쉬워진다. 개혁의 성패는 법 조문이 아니라 피해자가 비용 걱정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창구와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얼마나 갖췄는지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