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윤혜주 수필집 '깊고 느리게 머무르는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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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 마흔세 번째 작품집

서두르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오래 바라보아야 비로소 들리는 삶의 이야기.
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 마흔세 번째 작품집, 윤혜주의 수필집 '깊고 느리게 머무르는 시선으로'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뒤편과 그 너머를 바라보는 책이다.
작가는 꾸밈없이 감각하고 감응하며 건져 올린 삶의 순간들을 정갈한 문장으로 다듬어, 사람과 자연, 기억과 시간에 관한 깊은 사유를 펼쳐 보인다.
곶감에 내려앉은 하얀 시설(柿雪), 눈보라를 견디는 겨울나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숭어, 골목과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한 끼의 음식과 오래된 물건까지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바라보는 눈은 평범한 것에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발견한다. 상처 입고도 제자리를 지키는 존재에게서 인내를 읽고, 낮고 작은 존재에게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생의 이치를 발견한다.
그 시선은 사람에게로 향할 때 더욱 깊어진다.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시간,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노년과 이별, 이웃의 아픔과 이름 모를 타인의 사연까지 작가는 쉽게 판단하거나 단정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의 이면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정과 견뎌온 시간이 있음을 헤아린다. 가족은 때로 울타리이면서 벽이지만, 서로의 고단함을 나누고 위로하는 가운데 다시 삶을 이어주는 질긴 인연이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느림’은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머무르는 시간이며, 타인의 아픔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위한 거리이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기 위한 성찰의 방식이다. 작가는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며 “기다리는 일의 다른 말이 삶”이라고 말한다.
여섯 부에 걸친 글들은 ‘물다짐의 시간’에서 시작해 ‘틈새 계절의 시간’을 지나 ‘바람새’에 이른다. 그 여정 끝에서 독자는 삶이란 결국 누군가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이해하며, 서로를 괴어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깨달음과 마주하게 된다.
'깊고 느리게 머무르는 시선으로'는 빨리 보고 쉽게 판단하는 시대에 오래 보고,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이해하는 마음의 가치를 되묻는 수필집이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작고 낮은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사랑의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건져 올린다.

■ 윤혜주 수필가
· 경북 포항 출생
· '한국수필'로 등단(2010)
·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 수필대상(2014)
· 포항소재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2014)
·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2015)
· 포항문화재단 문예창작지원금 수혜로 수필집 '못갖춘마디' 출간(2020)
·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2021)
· 한국수필 우수작품상(2022)
· The 수필 빛나는 수필가 60인 선정(2023~2026)
· 좋은수필 올해의 베스트에세이 10인에 선정(2023)
· 김용준문학상(2025)
· 대경일보 '아침산책' 연재(2017~2021)
· 경북일보 '소소한 일상이야기' 연재 중(2022~ )
·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포항문인협회·문장인문학회·수필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