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미국 입국 불발 일파만파... 미국 정부가 직접 밝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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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주한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 때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이 지연된 이유를 묻는 언론 질의에 미국 국무부가 '국가안보'를 거론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JTBC 9일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정 의원의 비자 발급 지연 이유를 묻는 질의에 가장 먼저 국가안보 문제를 언급했다.
국무부는 JTBC에 "비자 심사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에 관한 최고 수준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모든 비자 신청은 미국 법률에 따라 개별 심사한다"고 답했다. 다만 "개별 비자 발급 상황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구체적인 지연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추가 보안 심사나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다. 미주 지역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맡는 외통위 미주반에 배정돼 주미 한국대사관 등을 감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국을 이틀 앞두고도 비자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 미주반 의원 가운데 비자가 보류된 사람은 정 의원뿐이다.
결국 정 의원은 유럽 공관을 담당하는 구주반으로 소속을 바꿨다. 정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허용도 불허도 아닌 상태를 더 기다릴 수 없어 긴급하게 구주반으로 변경신청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해외 국감을 어디로 가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의정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에게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명이었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 위원단 구성에도 차질이 생겼다. 외통위는 정 의원을 제외한 6명으로 규모를 줄여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성준·맹성규 민주당 의원, 고동진·김건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이 미주반 일정에 참여한다. 미주반은 11일 출국해 미국과 브라질, 콜롬비아, 캐나다 공관을 차례로 감사한다.
정 의원의 비자 문제를 두고는 과거 이력이 원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1989년 10월 13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서울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에 참여했다. 당시 학생들은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반대와 도널드 그레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추방 등을 요구했다. 농성 과정에서 방화 시도와 사제 폭음탄 투척이 문제가 됐다. 정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됐다.
정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0월에도 외통위 미주반 소속이었던 정 의원은 미국 국무부로부터 비자를 받지 못해 미주 국정감사 참여가 무산됐다. 정 의원은 당시에도 유럽 국감팀으로 옮겼다. 미주 국감팀에는 김영우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신 투입됐다.

당시 국무부는 비자 문제는 미국법상 비밀사항이라 특정 개인의 비자 문제는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외교소식통은 전대협 결사대의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에 참여한 이력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해 정 의원이 단수비자가 아닌 복수비자를 신청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정 의원은 개인 방문이 아닌 국정감사 목적인데도 비자를 내주지 않은 데 서운함을 나타냈다.
과거 전력으로 인해 정치인이 미국 비자 문제를 겪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 9월에는 장영달 당시 민주당 의원이 민주화운동 관련 전과 문제로 한때 미국 비자를 거부당했다. 2001년에는 임종석 당시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이유 등으로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다만 정 의원은 2012년 단수비자를 받아 미국을 찾아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2014년에도 워싱턴을 방문해 그레그 전 대사를 만났다. 정 의원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20일 "저보고 미국에 못 가는 의원이라 그러는데 갔다 왔습니다. 국정감사도 가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9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자가 여전히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으로 일정을 바꾼 건 한국 휴일과 항공편 예약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미주 공관 국정감사 당시 사진과 2014년 방미 당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정 의원의 과거 반미 활동 전력과 정부·여당의 대미 외교 실패, 한미동맹 신뢰 균열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는지 의문이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유감을 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신망 높은 4선 중진인 직전 여당 대표의 비자 발급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한미 외교 당국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당한 의정활동이 가로막힌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동맹국 국회의 국정감사를 제약하는 것은 동맹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도 내놨다.

외교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한미 양국이 여러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개별 비자 사안을 한미관계 전반과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비자 신청과 심사 결과는 미국 국내법과 절차에 따라 비공개 사항이라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 지연 사유 역시 미국 측이 공개하지 않은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속단과 극단적 주장은 한미동맹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제 미국 비자 문제로 한미동맹에 해를 끼치는 발언들은 서로서로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