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황후’ 왜 서양식 배경 고수했나…조수원 감독 “나비에 이름 지키려 용기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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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원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GV에서 서양식 의상·배경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신민아·주지훈 등이 소감을 전한 ‘재혼 황후’는 11월 4일 디즈니+에서 공개된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의 조수원 감독이 서양식 의상과 배경을 택한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감독은 9일 부산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나비에·소비에슈·하인리·라스타라는 원작 속 이름을 그대로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신민아·주지훈·이종석·이세영도 무대에 올라 작품을 처음 선보인 소감을 전했다.

“이름을 지키고 싶었다”…서양식 설정의 첫 번째 이유

조수원 감독은 GV에서 시청자들이 품을 법한 의문부터 꺼냈다. “왜 서양식 복장이고 서양식 배경이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뗀 감독은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원작 팬덤이 워낙 단단했고 많은 독자가 원작을 사랑했기 때문에 나비에, 소비에슈, 하인리, 라스타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감독은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름을 지키겠다는 결정은 공간과 세계관 설계로 이어졌다. 감독은 여러 공간과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나비에’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불릴 수 있는 공간과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해 보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인물의 이름과 어울리는 무대를 먼저 세우는 방향을 택했다는 것이다.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신민아)가 도망 노예 라스타(이세영)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주지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는 데서 출발한다. 나비에는 이혼을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이종석)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한다. 제국과 왕국이 맞서는 구도의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이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원작 팬이 두렵다…비교 반응도 예상한 선택

감독은 이날 원작 팬에 대한 부담도 숨기지 않았다. 작품을 보여 드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씩 이겨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사실 원작 팬분들이 좀 두렵다. 그분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3부까지 재미있게 봐줬다면 감사하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서양식 설정을 고수한 결정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댓글에서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고민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런 선택을 이어가는 데 제작사와 배우들이 힘이 됐고, 배우들 역시 그런 지점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줬다고 말했다.

감독은 “그 작은 용기들이 작품의 끝까지 잘 이어져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세계관과 콘셉트가 디즈니+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품은 총 10부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 가운데 3부가 먼저 상영됐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주지훈 “뮤지컬처럼 접근”…사극 말투와 선입견 사이

소비에슈 역의 주지훈은 인사부터 객석을 웃겼다. 반응이 크지 않은 것을 두고 “욕을 먹어야 하는 역할이라 이런 반응이면 잘 나온 것으로 알고 있겠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완성된 드라마를 봐야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힌트를 얻은 것은 첫 대본 리딩이었다. 배우들이 모여 함께 연기하면서 너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생각하면 캐릭터와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주지훈은 “‘햄릿’을 무대에 올렸을 때 거부감이 없지 않나”라며 그렇게 쉽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주지훈은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옮길 때 생기는 문제도 짚었다. 가상의 판타지를 실사로 옮기면 중세의 어딘가를 떠올리게 되고 인간의 계급 체계가 보이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황제 앞에서 신하가 10초 정도 절을 하면 말없이도 권력이 느껴지지만, 대본에는 그런 계급과 권력 체계가 따로 창작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사극적인 말투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 선입견을 그대로 갈지 비틀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신민아 “황후 역은 처음”…10부로 압축한 나비에의 감정선

나비에를 연기한 신민아는 황후 역이 처음이라 대본을 봤을 때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원작이 방대하고 에피소드와 인물이 많은 만큼, 10부 안에서 배신과 이혼, 재혼까지 기승전결을 만들고 인물도 축약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나비에가 시청자의 공감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고, 감독과 제작진도 같은 방향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신민아는 “조금 더 사람다운 나비에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큰 사건을 겪으면서도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여성의 감정선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큰일을 겪을 때 나비에가 보여주는 태도와 표정에는 황후가 갖춰야 할 품위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모습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 힘을 실었다고 했다.

서양식 의상에 얽힌 뒷이야기도 나왔다. 신민아는 드레스를 정말 많이 입어서 조금 힘들었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옷이라 쉽지 않았지만 ‘언제 또 이런 옷을 입고 촬영해보겠나’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촬영했다는 말이다. 서양식 설정이 의상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들의 몫으로 남았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재혼 황후' 공식 스틸 (사진=디즈니플러스)

이종석 “왕자 역은 처음”, 이세영 “매 순간이 고비”

하인리 역의 이종석은 배우 생활을 하며 왕자 역할을 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팬들에게 좋은 팬서비스가 될 것 같았다는 것이다. 촬영하면서는 이세영이 이미 몰입된 라스타의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자신도 조금 덜 부끄러워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감독이 말한 배우들의 ‘용기’가 현장에서 서로에게 전해진 장면이다.

이세영은 한동안 착하고 곧은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라스타를 연기하며 인물의 매력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촬영할 때는 매 순간이 고비였다고 돌아봤다. 라스타가 워낙 기행을 많이 벌여 창피해지는 순간도 많았지만 대리만족의 쾌감도 있었고, 할 말 다 하고 해맑게 사는 라스타를 보며 자신도 행복했다고 웃었다.

주지훈은 ‘재혼 황후’를 두고 최초의 로맨스 판타지 장르일 것이라며 “새로운 맛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부 안에 새로운 맛과 아는 맛이 모두 들어 있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내비쳤다.

후반부로 갈수록 달라진다…11월 4일 디즈니+ 공개

신민아는 영화제에서는 3부까지만 공개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각 캐릭터의 매력이 더 묻어난다고 말했다. 그 안에 갈등도 있고 ‘고구마’와 ‘사이다’도 있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종석은 낯설더라도 분명히 재미있으니 그 자체로 즐겨 달라고 전했다.

‘재혼 황후’는 예고편 공개 48시간 만에 누적 조회수 1300만 뷰를 돌파하며 공개 전부터 글로벌 관심을 받았다. 작품은 11월 4일 디즈니+에서 공개된다. 극본과 출연진에는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외에 최대훈, 이봉련도 이름을 올렸다.

감독과 배우들은 첫 공개를 마친 뒤 10일에도 관객과 만난다. 오전 상영과 GV에 이어 낮 12시에는 야외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