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알바 대타’였던 여대생…1497일 만에 프로 챔피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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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 알바 대타 계기로 입문…데뷔 1497일 만에 LPBA 첫 정상
이미래 4-2 제압하고 우승 상금 4000만 원…통산 18번째 챔피언

여자 프로당구 정수빈(NH농협카드)이 데뷔 1497일 만에 생애 첫 LPBA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구선수 정수빈 / PBA 투어 제공
당구선수 정수빈 / PBA 투어 제공

정수빈은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이미래(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2(11-1 11-10 10-11 11-7 8-11 11-5)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22-2023시즌 LPBA에 데뷔한 정수빈이 프로 무대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뷔 후 37번째 출전 대회, 날짜로는 4년 1개월 6일 만이다. LPBA 역사상 18번째 투어 챔피언이 된 정수빈은 우승 상금 4000만 원을 받아 통산 상금을 7550만 원으로 늘렸고 상금 순위도 28위에서 15위로 뛰어올랐다. 시즌 랭킹은 종전 25위에서 3위까지 상승했다.

2-0으로 몰아붙인 정수빈…이미래 추격에도 마지막은 11-5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미래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PBA 투어 제공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미래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PBA 투어 제공

첫 세트부터 정수빈의 큐가 매섭게 돌아갔다. 2이닝에서 2점을 올린 뒤 3이닝에는 뱅크샷 2개를 포함해 한꺼번에 8점을 쓸어 담았다. 4이닝에서 남은 1점을 채우며 불과 4이닝 만에 11-1로 첫 세트를 끝냈다.

2세트는 접전이었다. 9이닝에서 정수빈이 4점을 몰아치며 9-8로 뒤집었지만 이미래가 곧바로 2점을 보태 10-9로 다시 앞섰다. 이미래가 세트를 끝낼 기회를 놓치자 정수빈은 10-10 동점을 만든 데 이어 마지막 득점까지 성공해 11-10으로 역전승했다. 세트스코어는 순식간에 2-0이 됐다.

그러나 LPBA 통산 5승을 거둔 이미래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세트에서는 정수빈이 2이닝에 7점을 몰아치며 10-5까지 앞섰지만 마지막 1점을 좀처럼 채우지 못했다. 그 사이 이미래가 차근차근 따라붙어 11-10으로 세트를 뒤집으며 반격에 성공했다.

정수빈은 4세트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이미래가 7-8까지 쫓아왔지만 9이닝에서 남은 3점을 모두 처리하며 11-7로 승리해 세트스코어 3-1을 만들었다. 이미래가 5세트를 11-8로 가져가면서 다시 3-2까지 따라붙었고 승부는 6세트로 넘어갔다.

지난 시즌 역전패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정수빈은 앞서 이미래와 처음 맞붙었던 지난 시즌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8강에서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 세 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한 경험이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정수빈은 6세트 초반부터 뱅크샷 두 차례를 성공시키는 등 3이닝 만에 8-1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10-5로 챔피언십 포인트에 도달한 뒤 10이닝에서 마지막 옆돌리기를 성공시키며 11-5로 승부를 끝냈다. 우승을 확정한 정수빈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며 4년 넘게 기다려온 순간을 만끽했다.

통계학과 학생이 당구장 알바 대타로…1497일 뒤 챔피언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미래를 꺾고 데뷔 첫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 PBA 제공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미래를 꺾고 데뷔 첫 우승을 확정한 뒤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 PBA 제공

정수빈의 시작은 엘리트 당구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숙명여대에서 통계학을 공부하며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그는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 대타를 한 것을 계기로 3쿠션을 접했다. 이후 당구의 매력에 빠져 대학을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택했다.

비교적 늦게 큐를 잡았지만 성장 속도는 빨랐다. 2022-2023시즌 LPBA에 데뷔한 뒤 첫 시즌부터 16강에 올랐고, 2024-2025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는 ‘당구 여제’ 김가영을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처음 4강까지 진출했다. 2024-2025시즌 PBA 팀리그 드래프트에서는 NH농협카드의 지명을 받아 팀리거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첫 우승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난 시즌 9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임경진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8강에서는 김가영을 3-0으로 꺾는 등 정상급 선수들을 연이어 제압했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당시 정수빈은 다음 결승에서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두 번째 찾아온 결승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이번 대회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수빈은 128강에서 김용원을 21-8, 64강에서 조예은을 22-19로 꺾은 뒤 32강에서 오수정을 3-1, 16강에서 이화연을 3-2로 제압했다. 8강에서는 직전 대회 우승자 박정현을 3-0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은 이번 우승 과정의 또 다른 고비였다. 한지은을 상대로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세트스코어 0-2로 몰렸지만 이후 세 세트를 내리 따내 3-2 역전승을 만들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한지은에게 한 점도 허용하지 않고 9-0으로 끝내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에서 만난 이미래는 정수빈에게 특별한 상대이기도 했다. 이미래는 LPBA 통산 5승을 보유한 강자이자 지난 시즌 정수빈에게 0-2로 뒤지다 3-2 역전승을 거둔 선수였다. 정수빈은 이번 결승에서 당시 패배까지 되갚으며 첫 우승을 완성했다. 반면 통산 6승에 도전했던 이미래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PBA 제공
정수빈이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PBA 제공

한편 대회 남자부 PBA 챔피언십은 12일 준결승과 결승을 치른다. 낮 12시 30분 다비드 마르티네스와 조건휘가 맞붙고 오후 3시 30분에는 응우옌꾸옥응우옌과 노종현이 결승 진출을 다툰다. 두 경기 승자는 이날 오후 9시 우승 상금 1억 원을 놓고 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