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왕따설' 휩싸인 손흥민 인스타 상황…분노한 축구팬 “참교육 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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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손흥민 vs 96라인, 대표팀 내분설 둘러싼 논란 계속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주장 손흥민(34·LAFC)의 인스타그램이 팬들의 응원 메시지로 뒤덮였다. 다만 일부 댓글은 은퇴설 당사자로 거론된 선수들을 향한 원색적인 표현까지 담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 / 손흥민 인스타그램
축구선수 손흥민 / 손흥민 인스타그램

■ 59호골 대기록의 날, 라커룸에서 터진 '96라인 은퇴설'

사태의 발단은 지난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이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날 전반 6분 손흥민의 직접 프리킥 선제골과 후반 오세훈(시미즈)의 헤더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자신의 151번째 A매치에서 통산 59호골을 기록하며 차범근 전 감독(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

대표팀은 이 경기로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에콰도르 3-0 승, 우루과이 1-4 패, 베네수엘라 0-0 무, 우즈베키스탄 2-0 승)로 마쳤다. 그러나 대기록과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 황인범(FC포르투)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황희찬(샬케04)과 따로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민재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후 세 선수가 일부 동료에게 대표팀을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96라인 동반 은퇴설'이 불거졌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황인범, 김민재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황인범, 김민재 / 뉴스1

전조는 이미 있었다. 김민재는 지난 2일 베네수엘라전 0-0 무승부 직후 "솔직히 수비 선수들 보면 불쌍하다"며 "다 같이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내놨다. 황인범 역시 축구협회장 부재와 임시 감독 체제를 언급하며 선수들 입장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천수는 김민재의 발언을 두고 "누군가는 머리를 처박고 뛰지 않는 선수가 있다는 말 아닌가"라며 의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인범은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취재진에 "오늘 경기 끝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감정이 많이 오갔던 것 같다"며 "항상 대표팀에 오면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물의 이유를 에둘러 설명했다. 11월 소집 여부에 대해서는 감독이 선택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 "리더십 변화 필요" vs "은퇴 얘기 없었다"…엇갈리는 전언

은퇴설의 배경을 두고는 보도마다 온도 차가 있다. MBC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9년째 대표팀 주장을 맡아온 손흥민의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은퇴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YTN도 96라인 선수들이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손흥민의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 손흥민 인스타그램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 손흥민 인스타그램

세 선수는 경기 후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라커룸에서 현 위원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 위원장은 세 선수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은퇴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면담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선수들이 정확히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당사자들은 말을 아꼈다. 황인범은 은퇴설에 대해 "아니요"라며 고개를 저었고, 소속팀 복귀 길에 은퇴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황희찬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팀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식의 이른바 '왕따설'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졌다.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강인까지 96라인과 손을 잡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표팀 내 잡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불신을 키웠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문제가 논란이 됐고, 2024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요르단과의 4강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가 터졌다. 당시 이강인이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손흥민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로 과거 갈등까지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2024년 탁구 사건 당시 손흥민이 올린 이강인과 화해 인증샷 / 손흥민 인스타그램
2024년 탁구 사건 당시 손흥민이 올린 이강인과 화해 인증샷 / 손흥민 인스타그램

■ 손흥민 SNS엔 "우리가 지킨다"…"96 사건, 참교육 시켜야" 과격 댓글까지

논란이 커지자 팬들은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으로 몰려갔다. 최근 게시물에는 응원 댓글이 줄을 이었다. 팬들은 "우리 주장 응원합니다", "항상 쏘니 편입니다", "손흥민 선수 우리가 지켜요", "우리의 영원한 캡틴" 등의 글을 남기며 힘을 실었다.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 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집 85세 어른이 흥민 선수 보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고맙다고 전해 달래요"라며 "오늘은 시끄러운 일에 흥민이가 얼마나 힘들지 속상하다면서 울먹이시길래 잘 이겨낼 거라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또 다른 팬은 "어느 날 갑자기 은퇴한다는 말 할까 봐 하루하루 조마조마하다"며 "주장 완장도 내려놓을 생각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손흥민이 지쳐 보인다며 "한 템포 쉬어가도 될 것 같다"는 걱정 섞인 반응도 있었다.

9년째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 / 뉴스1
9년째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 / 뉴스1

그러나 응원의 수위를 넘어선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이번 96 사건은 조용히 대한민국을 응원해 온 많은 국민에게 깊은 울분과 상처를 안겼다"며 "학교 폭력과 다를 바 없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참교육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세 명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뛰는 것의 소중함을 잃어봐야 정신을 차린다", "자격지심 있는 선수들 때문에 흔들리지 말라"처럼 특정 선수들을 비하하는 표현도 눈에 띄었다.

은퇴설의 실체와 갈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다른 쪽을 공격하는 여론이 또 다른 상처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도 "뭐가 사실이고 뭐가 사실이 아닌지는 당사자들이 제일 잘 알 것"이라며 섣부른 단정을 경계했다. 대표팀 내부 사정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어느 쪽에도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2024년 아시안컵 당시에도 갈등과 무관한 선수들의 SNS까지 악플 피해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 피로 속 소속팀 복귀…축구계 "중간 역할 필요"

손흥민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곧바로 소속팀 LAFC로 돌아갔다. LAFC는 11일(한국 시각) 홈구장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6 MLS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전반 초반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상대 수비수의 퇴장을 이끌어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장거리 비행과 대표팀 내홍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지만 쉬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선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제대로 못 쉬고 소속팀에 복귀했는데 또 경기에 나섰다"며 안쓰러움을 표하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경기 후 타마라트 임시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A매치를 치르고 온 선수들과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전반 두세 차례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축구계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이번 소집에서 약 6년 만에 A매치를 뛴 골키퍼 구성윤(FC서울)은 지난 10일 K리그1 경기 후 "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안 좋은 분위기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1992년생 손흥민과 1996년생들 사이에 1994년생인 내가 있다"며 "중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간인 나를 계속 뽑았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 뉴스1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때부터 (선수단 내부 갈등) 이야기가 나왔다"며 "내가 대표팀 생활을 할 때는 중간 역할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그게 깨졌다"고 진단했다.

내분설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대표팀은 다음 달 다시 소집된다. 정식 사령탑 선임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은퇴설과 갈등설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팀을 다시 하나로 묶는 일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