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5년간 맞고 31번 신고했는데…교도소 갇힌 여성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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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폭행에 31차례 구조 요청…피해자가 가해자 된 이유
가정폭력 신고 뒤 뇌사 빠진 엄마…국가 보호망의 빈틈 추적

5년 동안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여성이 경찰에 구조를 요청한 횟수는 무려 31번이었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보호시설도 병원도 아닌 교도소다. 가정폭력을 세 차례 신고했던 또 다른 여성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3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비극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13일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에서는 연인과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여성 살해 문제를 집중 추적한다. 반복되는 신고에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제도의 허점을 살펴보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국가의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5년간 폭행당하고 31번 신고…피해자는 왜 교도소에 갇혔나

한 여성이 병원으로 실려 왔다. 의료진이 기록한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당시 진료 기록에는 '내원 당시 의사소통 불가능. 호흡부전 시 사망할 수도 있음'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성은 5년 동안 남자친구에게 반복적으로 폭행당한 피해자였다. 온몸에 멍이 들고 의식을 잃을 만큼 심각한 폭력을 겪으면서도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횟수는 총 31번이었다. "살려주세요. 와주세요. 제발"이라는 다급한 구조 요청이 반복됐지만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이 여성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오랜 기간 폭행당한 피해자였지만 결국 형사사건의 가해자가 된 것이다. 방송은 여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교도소에 갇히게 됐는지 사건의 전말을 추적한다. 특히 31차례나 구조 요청이 이뤄지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위험을 막을 기회는 없었는지 살펴본다.

가정폭력 세 차례 신고했는데…3년째 깨어나지 못한 엄마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또 다른 사건은 한 딸이 겪은 비극에서 시작된다. 가정폭력을 신고했던 어머니가 3주 뒤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를 발견한 사람은 딸의 새아버지였다. 그는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며 딸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러나 별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결국 딸이 신고한 뒤에야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뇌사 상태에 빠졌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어머니가 쓰러지기 전까지 가정폭력 신고가 세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신고는 의식을 잃기 불과 3주 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위험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아버지는 아내가 쓰러진 날 폭행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머니는 3년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은 반복된 가정폭력 신고에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한 이유와 당시 대응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추적한다.

연인·배우자에게 살해당한 여성 몇 명일까…국가도 모르는 숫자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은 한 해에 몇 명이나 될까. 충격적인 것은 이 질문에 국가가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범죄의 피해자 수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살해당하거나 폭력을 겪는 피해자의 규모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러한 통계의 빈자리를 메워온 것은 여성 인권 단체들이었다. 관련 단체들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자체적으로 분석하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실태를 알려왔다. 다만 언론 보도에 드러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실제 피해 규모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송은 정부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으며 피해 예방과 보호 정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가해자가 곧 출소한다"…살아남은 피해자들의 두려움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제작진은 가까운 관계에 있던 사람에게 살해당할 뻔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만났다. 이들은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공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해자가 언젠가 출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상은 불안의 연속이다. 한 생존자는 "가해자가 곧 출소한다. 우리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제발 사회가, 국가가 지켜달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생존자들은 같은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에게 "같이 살아서 이겨내 보자"는 메시지도 전했다. 폭력의 기억과 재범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언젠가는 법과 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가해자 처벌 이후에도 계속되는 피해자의 고통을 조명하고, 국회와 정부가 생존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지 묻는다.

잔혹한 여성 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지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살인은 계속되고 있다. 반복된 신고에도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국가, 가해자의 출소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돌아본다.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 예고편 속 장면. / KBS 제공

KBS1 ‘시사기획 창’ 567회 ‘가장 가까운 살인자’는 13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