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는데…김경문 떠나고, 한화 감독 ‘이 사람’으로 공식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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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팀에서 9위로 추락한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의 투수진 재편 전략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5대 사령탑을 선임했다. 계약 규모는 3년 총액 20억원이다. 김경문 감독과 손혁 단장의 계약 만료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 만에 나온 발표다.

한화 이글스 전 감독 김경문. / 뉴스1
한화 이글스 전 감독 김경문. / 뉴스1

한화를 새롭게 이끌 사령탑은 바로 류지현 전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한화는 13일 공식 입장을 내고 류 감독이 구단의 목표인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을 달성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지휘봉을 맡겼다고 밝혔다. 단장 자리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감독과 단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구단 수뇌부 개편이 마무리됐다.

3년 20억원, 계약 조건과 취임 일성

계약 기간은 3년이고 총액은 20억원이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6억6천만원 수준이다. 한화는 계약 세부 항목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계약금과 연봉의 구체적 배분은 발표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계약을 마친 류 감독은 구단을 통해 "한화 이글스라는 좋은 팀의 감독을 맡겨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의 팬들과 함께 승리를 자양분으로 강팀을 향해 나아가면서 구단의 비전인 명문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취임 각오를 전했다.

류 감독은 2025년 1월 KBO 전력강화위원회를 거쳐 야구 국가대표팀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한화는 대표팀에서 낸 성과를 선임 배경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구단이 발표문에서 직접 언급한 성과는 2026 WBC 8강 진출과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 류지현 감독. / 뉴스1
한화 이글스 새 사령탑 류지현 감독. / 뉴스1

단장도 바뀐다, 구단 직원 출신 첫 사례

공석이 된 단장직에는 석장현 전 경영지원실장이 내정됐다. 손혁 전 단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생긴 자리다. 석 신임 단장은 2003년 한화 이글스에 입사해 스카우트, 홍보, 운영팀장, 전략팀장을 거쳐 경영지원실장까지 맡았다. 구단은 석 단장이 구단 이해도가 높아 류 감독과 함께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화 이글스 직원 출신이 단장을 맡는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외부 영입 대신 20년 넘게 구단에서 일한 내부 인사를 택한 점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감독은 외부 경력자, 단장은 내부 출신으로 짝을 이룬 구조다. 현장 지도자와 프런트의 역할 분담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구단이 아직 밝히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 임기 끝까지 채운 첫 사례

한화는 지난 10일 김 감독이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계약 만료에 따라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손 단장 역시 시즌 종료와 함께 계약 만료로 동행을 마무리한다. 구단은 김 감독이 2025시즌 팀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준우승을 거두는 등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2024년 6월 제14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첫해에는 시즌 끝까지 5강 경쟁을 벌였지만 8위로 마쳤다. 2025년에는 83승57패4무, 승률 0.593으로 정규시즌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LG 트윈스에 1승4패로 밀려 우승을 놓쳤다.

올 시즌은 달랐다. 한화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노렸지만 마운드가 크게 흔들렸다.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의 공격력을 갖추고도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했다. 144경기에서 57승83패4무를 기록하며 최종 9위로 시즌을 마쳤다. 타선은 리그 상위권이었고, 순위를 끌어내린 요인은 마운드였다.

한화 감독이 중도 퇴진 없이 임기를 끝낸 것은 제9대 김응용 감독 이후 처음이다. 이후 김성근 감독과 한용덕 감독은 시즌 중간에 팀을 떠났다. 역대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시즌 중 경질돼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정식 감독이 된 최원호 감독도 4월에 물러났고, 그 자리를 김경문 감독이 이어받았다.

김 감독은 작별 인사에서 "한화에 와서 1000승도 하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하고 가는 것 같아 감독으로 죄송하다"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에 감사를 전했다. 팬들에게는 "한 경기라도 더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많이 못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8회 응원 소리에 대해서는 "소름이 돋곤 했다. 영원히 못 잊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대1 승리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류지현 감독을 행가레 치고 있는 모습. /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대1 승리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류지현 감독을 행가레 치고 있는 모습. / 뉴스1

류지현은 누구인가

1971년생인 류 감독은 선수 시절 내야수였다. 1994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2004년까지 LG에서만 뛰었다. 은퇴 후에도 LG 코치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2005~2006년 1군 수비·주루코치를 시작으로 2군 수비코치, 시애틀 매리너스 연수코치(2007~2008), 1군 작전·주루코치(2009~2011)를 거쳤다. 이후 1군 수비코치(2012~2015), 작전·주루코치(2015~2017), 수석·작전코치(2018), 수석·수비코치(2019~2020)를 맡았고, 2021년부터 2022년까지 LG 감독을 지냈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길다. 수비·주루코치(2006, 2013), 수비코치(2014), 작전·주루코치(2017~2018, 2023)를 거쳐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수석코치로 일했다. 2023~2024년에는 KBS N SPORTS 야구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KBO 재능기부위원(2023~)과 규칙위원(2024), 전력강화위원(2024~)을 맡은 이력도 있다. 현장과 해설,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WBC 8강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대표팀에서 낸 성과

류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굵직한 성과를 두 개 냈다. 2026년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조별리그에서 호주와의 4차전을 7-2로 이기고 조 2위로 8강행을 확정했다. 2009년 대회 준우승 이후 17년 만의 WBC 1라운드 통과다. 한국은 2013년, 2017년, 2023년 대회에서 모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터였다. 8강전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치렀다.

지난달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끌었다.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류중일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금메달을 함께 땄다. 수석코치로 금메달을 경험한 뒤 감독으로 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대표팀은 당시 B조 조별예선에서 대만, 홍콩, 태국을 차례로 만난 뒤 슈퍼라운드를 거쳐 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국제대회 단기전에서 연이어 결과를 낸 점이 한화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배경으로 풀이된다.

LG 트윈스 감독 시절 류지현. / 뉴스1
LG 트윈스 감독 시절 류지현. / 뉴스1

LG 시절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류 감독의 프로 팀 감독 경력은 2021~2022년 LG 트윈스 사령탑 시절이 전부다. 정규시즌과 단기전 평가가 엇갈린다.

정규시즌 성적은 뚜렷했다. 2년간 159승16무113패, 승률 0.585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87승을 올렸고, 27년 만의 정규시즌 6할대 승률(0.608)을 달성했다. 데이터 야구를 적극 활용해 리그 최정상급 불펜진과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트시즌 결과는 달랐다. 202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졌고,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패해 두 해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 후보 전력을 갖추고도 하위 순위 팀에 덜미를 잡혔다. 데이터와 정석에 기댄 운용 탓에 타선이 침체했을 때 돌파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2023년 후임 염경엽 감독이 과감한 변칙 작전과 플랜 B를 앞세워 부임 첫해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서 대비 효과도 커졌다.

팀을 정규시즌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관리형 지도자라는 평가와, 우승이 걸린 순간의 과감함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함께 붙는다. 이후 국가대표팀에서 WBC와 아시안게임 단기전을 치르며 이 약점을 보완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가 안은 과제, 마운드

류 감독이 넘겨받는 팀의 약점은 수치로 드러나 있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홈런 1위, 팀 득점 2위를 기록하고도 9위에 그쳤다. 공격 지표가 상위권이었는데 순위가 하위권이었다면 실점 쪽에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구단이 마운드 붕괴를 시즌 부진의 핵심으로 본 만큼, 류 감독의 첫 과제도 투수진 재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 시절 류 감독이 리그 최정상급 불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력은 이 대목과 맞닿는다. 불펜 운영과 수비 조직력에 강점을 보인 지도자가 투타 불균형이 뚜렷한 팀을 맡았다는 점에서, 선임 배경에 마운드 정비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한화가 선임 이유로 밝힌 것은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성장'이라는 방향성이고, 투수진 개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5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이 1년 만에 9위로 내려앉았다는 점도 변수다. 2025년 83승이던 팀이 올해 57승으로 26승 줄었다. 승수 낙폭만큼 전력 재건 폭도 넓을 수 있다. 코칭스태프 구성, 외국인 선수 운용, 비시즌 보강 방향은 단장 내정자 석장현과 류 감독이 함께 정해야 할 항목으로 남아 있다.

한화 감독 계보, 15대까지

한화는 2024년 6월 김경문 감독을 제14대로 선임한 데 이어 이번에 류지현 감독을 제15대로 앉혔다. 임기를 채우고 계약 만료로 떠난 감독 뒤를 잇는 것이어서 중도 경질 직후의 선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김성근, 한용덕, 수베로, 최원호 감독이 줄줄이 시즌 도중 물러났던 흐름이 김경문호에서 멈췄고, 류 감독이 이를 이어가는 첫 과제를 안게 됐다.

류 감독은 3년 계약으로 2029년까지 지휘봉을 잡는 구조다. 구단이 내건 목표는 '지속 가능한 강팀'이다. 단기 성적보다 팀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표현으로, 계약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