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난동' 현장에서 범인 보자마자 의자 들고 달려든 시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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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생 남성, 시민 3~4명과 함께 제압
“흩어진 사람 중 여자에게만 달려들어”
20대 여성 의식불명 피해자 부친 분노
"제 눈앞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은 분도 있어요. 사람들을 더 챙기지 못한 게 지금도 트라우마가 돼서 머릿속에 계속 남아요."
인천 남동구 구월동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의자 A(59) 씨를 시민과 함께 제압한 나현준(31)씨는 14일 위키트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겪은 일에 대해 이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나씨는 전날 여자친구와 식사하기 위해 식당가인 건물 2층을 찾았다 변을 당했다.
나씨는 "갑자기 사람들이 좀비를 만난 것처럼 뛰어와서 무슨 상황인가 하고 봤다. (피의자가) 칼을 든 것을 보고서는 112에 신고하면서 의자를 들고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흉기 난동범이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면서 "전혀 무표정에 아무런 말도 안 했다"고 떠올렸다.
또한 난동범이 여성이나 상대적 약자를 주 타겟으로 골라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나타났다. 나씨는 "여성 위주로 찔렀다. 2층에 식당 사장님이랑 저와 다른 분 셋이서 의자를 들고 말리던 상황이었는데, 가해자가 저한테는 오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 중 여성에게만 계속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난동범이 이동하면서 나씨는 이를 뒤따라갔고, 마침내 3층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제압이 이뤄졌다. 피의자의 몸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흉기를 빼앗았다. 나씨는 당시 함께 제압한 시민이 서너 명가량 되는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제압까지 약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면서 이어 경찰이 도착하며 피의자가 인계됐다고 설명했다.
다행히도 나씨는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는 "칼에 베이거나 부상을 입진 않았다. 단지 칼을 피하다가 넘어지면서 다친 상태라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크게 다치신 분이 많으니 그분들부터 치료하는 게 맞다"며 부상을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우려했다.
나서게 된 이유를 묻자 나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기도 했고 주변에 여성분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최대한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또한 다음에도 이같은 상황이라면 다시 나서겠다고 강조하며 "죄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당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피의자가 전자발찌를 찬 범죄 전과자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걸어 다닌다는 게….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나"라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대낮 식당가 덮친 흉기 난동

사건은 전날 오후 1시 49분쯤 대형마트가 입점한 남동구 구월동 복합상업시설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 전후로 식사를 하거나 영화 관람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붐비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양손에 흉기를 묶은 채 건물 안을 오가며 사람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제압된 A씨는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A씨가 지니고 있던 흉기를 압수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부상자 8명과 옷이 찢어진 1명을 포함해 전체 피해자를 9명으로 파악했다. 부상자 중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심정지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경과를 살핀 뒤 추가 검사를 할 계획이다. 나머지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8명 가운데서 여성은 6명이다. 피의자가 범행 당시 상대적으로 약자를 타겟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중상을 입은 20대 여성의 가족은 병원에서 분노를 금치 못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그 XX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며 격한 말을 쏟아낸 뒤 "지금 경황이 없으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도 딸의 소식에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과거에는 전처를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2019년 출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10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착용 기한은 2029년 2월까지다.
그러나 A씨는 2021년 1~5월 4차례에 걸쳐 외출 제한 시간을 어겨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이후 전자감독과 지도감독에 순응하며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법무부는 "이번 범행과 관련해 전자발찌 훼손이나 훼손 시도, 준수사항 위반은 없었다"고 설명하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전자감독 지도·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 "특단의 대책 강구하라"…전자발찌 관리 점검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환영식과 HMM 본사 제막식 일정을 마친 뒤 사건 당일 저녁 상경해 인천경찰청을 찾았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하준경 정책실장, 한찬식 민정수석이 함께했고,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박찬대 인천시장도 자리했다.
이 대통령은 유승렬 인천경찰청장에게서 사건 경위와 수사 상황, 피해자 상태 등을 보고받고 "무고한 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강력범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함께 피해자 치료·회복, 신변 보호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 및 감독 체계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피해를 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 피해를 막아주신 시민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범죄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전자발찌 착용자를 비롯한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은 물론,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스마트워치 등 피해자 보호수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폭력성 등으로 중대 범죄 위험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경찰의 응급입원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지방정부 등 관계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긴밀히 협력해 실효적인 관리·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