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낸 AI 아이디어, 특허 결실…고양시, '인허가 자동판단'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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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 검토부터 도면 분석까지
복잡한 법령과 도면을 일일이 대조해야 했던 옥외영업 인허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기술이 고양시 현장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특허로 결실을 맺었다.

담당 공무원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법령 검토와 도면 확인, 정화조 용량 및 원인자부담금 산정 등을 AI가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고양시는 향후 시범사업을 거쳐 실제 행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양특례시(시장 민경선)는 ‘AI 기반 옥외영업 가능대상 자동 판단 및 인허가 검증 시스템’이 지식재산처로부터 특허 등록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특허번호는 제10-3021252호이며, 지난해 12월 10일 특허를 출원한 뒤 약 9개월 만인 지난 9월 14일 등록을 마쳤다. 특허권은 고양시가 보유한다.
이번 특허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아이디어의 출발점에 있다. 2025년 고양시 공무원 AI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덕양구보건소 보건행정과 김동은 주무관의 현장 아이디어가 특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공모전에서 발굴된 아이디어를 실제 행정혁신 과제로 발전시키고, 스마트시티과가 특허법인 위임과 출원서 작성 등 후속 절차를 지원했다.
현장에서 민원을 직접 처리하는 공무원이 느낀 불편이 기술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옥외영업 신고와 식품위생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건축법과 주택법, 주차장법, 도로법, 하수도법 등 여러 법령과 조례를 각각 확인해야 했다. 여기에 건축물대장과 도면, 현장 사진 등을 함께 살펴야 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도 적지 않았다.
특히 관련 법령과 조례가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경우 담당자가 각각의 규정을 찾아 대조하고 관계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민원서류와 건축물대장, 도면의 내용을 각각 확인해야 하는 만큼 업무가 반복되는 측면도 있었다. 고양시는 이 같은 기존 업무 특성 때문에 옥외영업 관련 민원 처리에 평균 2주, 14일 이상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개발된 특허 기술은 이러한 절차를 AI 기반의 3단계 자동 판단 구조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람이 모든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각 단계별 검토를 지원하고, 담당자가 최종적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구조다.
1단계에서는 담당자가 민원서류에 포함된 위치와 도면, 체크리스트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건축물대장을 조회해 해당 건축물의 용도에 따른 영업 가능 여부를 우선 판단한다. 기본적인 건축물 정보와 영업 가능 조건을 먼저 확인해 이후 검토 과정의 기초 자료를 만드는 단계다.
2단계에서는 AI가 도면과 사진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건축물대장과 관련 법령·조례의 기준과 대조해 해당 장소의 옥외영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직접 확인해야 했던 여러 자료 사이의 관계를 AI가 분석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정화조 용량과 원인자부담금을 자동으로 산정하고 결과 보고서까지 생성한다. 인허가 담당자가 여러 계산과 문서 작성 과정에 반복적으로 시간을 투입하기보다 AI가 필요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가 실제 행정에 적용될 경우 담당 공무원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반복적인 법령 대조와 기초자료 검토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담당자는 AI가 제시한 판단 결과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면서 민원 상담과 예외적인 사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가 모든 인허가 판단을 독자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특허 시스템 역시 AI의 판정 결과를 인허가 담당자와 관계부서 담당자가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민원인에게 통보하도록 설계됐다. AI를 행정판단의 전 과정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반복적인 검토 업무를 보조하고 최종 책임과 판단은 공무원이 맡는 구조다.
부서 간 협업 방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동안 담당 부서별로 나뉘어 이뤄졌던 법령 확인과 협의 과정을 AI의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 업무 흐름을 단순화하는 방향이다.
행정 현장에서 AI 활용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챗봇을 활용하거나 민원 안내를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실제 행정 담당자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 과정에 AI를 적용하면 행정 처리의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가 이번 특허를 AI 행정혁신의 사례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인허가 업무는 법령과 조례의 기준을 정확하게 적용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자동화 과정에서도 일관성과 검증 체계가 중요하다. 같은 자료와 기준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업무를 AI가 지원하게 되면 담당자별 업무 방식 차이나 검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락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고양시의 AI 행정혁신은 앞선 아이디어 발굴 과정과도 연결된다. 시는 직원 대상 AI 행정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현장의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기술 개발과 특허 출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추진해 왔다.
이번 사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기술 전문가가 아닌 현장 공무원이 업무 과정에서 느낀 문제를 기술적 해결 방식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매일 반복되는 행정업무에서 불편한 지점을 발견하고 이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지식재산으로 발전했다.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지난 13일 시장 집무실에서 발명자인 김동은 주무관과 차담회를 갖고 특허 등록을 축하하며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 주무관은 아이디어를 착안하게 된 배경과 업무 개선 방안을 소개했고, 담당 부서는 향후 시범사업과 기술 활용 방향을 설명했다.
민 시장은 “시민 불편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공무원의 문제의식이 특허 등록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며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행정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AI 기반 행정혁신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인사 가점과 포상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시스템 사용 부서와 협의해 특허 기술 활용 및 시범사업(PoC)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과의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발명자에게 지식재산권 등록 보상금을 지급하고, 2027년 시범사업 착수를 목표로 실제 인허가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