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찾아주려다 재판까지… 90대 노인 낙상사고에 법정 선 요양보호사,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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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짚고 신발 벗으려다 중심 잃고 넘어져
법원, 돌발 행동에 따른 낙상사고로 판단
90대 입소자의 보청기를 찾아주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한 낙상사고와 관련해, 전주지법 군산지원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 씨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2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한 낙상사고
사건은 지난해 전북 지역의 한 요양보호센터에서 발생했다.

90대 여성 입소자 B 씨는 물리치료를 마친 뒤 보청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주변을 살피던 B 씨는 요양보호사 A 씨에게 보청기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A 씨는 B 씨에게 "침대에 앉아 계시면 제가 찾아올게요"라고 안심시킨 뒤 보청기를 찾으러 자리를 떠났다.
사고는 그로부터 20초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했다. B 씨가 한 손으로 의자를 짚고 신발을 벗으려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B 씨는 이 사고로 어깨뼈가 골절되는 등 약 10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B 씨는 당시 장기 요양 5등급을 받은 상태였으며, 요양보호센터에 입소하기 전에도 낙상사고를 겪은 이력이 있었다.
검찰은 관리 소홀 주장… 법원은 무죄 판단
검찰은 A 씨가 고령 입소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 씨가 과거 낙상사고를 겪은 데다 혼자 서 있거나 이동할 때 넘어질 위험이 있었으므로, A 씨가 곁에서 부축하거나 침상에 앉도록 한 뒤 자리를 비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A 씨는 당시 사고를 미리 예상하거나 방지하기 어려웠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본 뒤 A 씨의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씨의 나이와 과거 낙상 이력을 고려할 때 혼자 걷거나 서 있을 때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고는 B 씨가 걷거나 서 있다가 발생한 게 아니라, 의자를 짚고 신발을 벗으려다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이러한 이례적인 상황까지 미리 예견하거나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 씨가 B 씨를 침상에 앉도록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고는 피해자의 돌발적인 행동이 개입돼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용어 설명] 업무상 과실치상죄…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쟁점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성립한다.
현행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업무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사고를 예견하고 방지할 수 있었는지,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
재판부의 설명처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 수준을 기준으로, 사고 당시의 환경과 구체적인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