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질문 미리 보내라”…강선우 1심 판결문에 담긴 통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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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김경 통화 녹취에 김병기 등장
공천 면접 질문 사전 전달 정황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건넨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면접에서 받고 싶은 질문을 김병기 의원에게 미리 보내도록 안내하고 다른 후보자들이 받았던 면접 질문까지 알려준 사실이 1심 판결문에서 드러났다.

15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전날 선고한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 두 사람이 2022년 4월 15~16일 나눈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당시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자 서울 강서갑 지역위원장이었다. 김 전 시의원은 강서구 제1선거구 시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상태였으며, 김병기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었다.
“원하는 질문 텔레그램으로 보내라”…공천 면접 앞두고 오간 대화
판결문에 따르면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과 통화하면서 "김병기 의원이 카카오톡 말고 텔레그램으로 '내일 나한테 이것 좀 물어봐 줘' 하는 거를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기 의원한테 부동산 관련한 거랑, 다른 것도 만약에 좀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는 텔레로 정리해가지고 보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의원에게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싶은지 미리 정리해 김병기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안내한 것이다.
강 의원은 김병기 의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삭제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김 의원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웠대. 기록 남고 이렇게 하니까 일부러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에게 먼저 면접을 본 후보자들이 받았던 질문도 알려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등이 실제 면접에서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강서구 제1선거구 민주당 시의원 후보 공천에는 김 전 시의원을 포함해 3명이 신청했다. 강 의원은 이처럼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김 전 시의원이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질문 내용을 알려주고 답변 준비까지 도왔다.
재판부 “김경 공천 도우려 여러 조언”…1억 수수 뒷받침한 정황
재판부는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현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봤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강 의원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다른 후보자들이 받았던 질문을 김 전 시의원에게 알려주고 원하는 질문을 미리 준비해 김병기 당시 공관위 간사에게 전달하도록 조언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의 공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판단이다.
판결문에는 김 전 시의원과 경쟁했던 다른 출마 희망자의 진술도 담겼다. 강서구 제1선거구 공천 신청자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 의원에게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알아서 하세요", "붙이기는 어려워도 떨어뜨리기는 쉬운 거 아시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A 씨 역시 지역위원장인 강 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공천받을 수 있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지역위원장이 공천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 사이의 금품 거래는 공천 심사가 진행되기 약 3개월 전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이 2022년 1월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강 의원을 만나 공천 대가로 현금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강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보좌관이었던 남 모 씨가 자신 몰래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시의원은 강 의원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의 진술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강 의원이 이후 김 전 시의원의 공천을 돕기 위해 움직인 정황과 현금 1억 원을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한 사실 등을 종합해 강 의원의 금품 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강선우 징역 2년 6개월·김경 징역 1년…두 사람 법정구속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강 의원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김 전 시의원에게는 징역 1년이 선고됐으며, 두 사람 사이에서 금품 전달에 관여한 강 의원의 전직 보좌관 남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공천을 대가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행위가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던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실형 선고와 함께 다시 구속됐다. 석방된 지 22일 만이다. 강 의원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문에 이름이 등장한 김병기 의원은 강 의원의 공천헌금 1억 원 수수 의혹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이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는 점과 함께 강 의원이 김 전 시의원에게 전한 면접 질문 관련 발언도 판결문에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