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졌으니…” 日 명문대 교수 황당 요구에 누리꾼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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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 재산 반환 요구
과거 위안부 역사 왜곡 발언으로 해임 청원
“뻔뻔하다” “역사 공부 다시 해라” 누리꾼 분노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유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과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을 돌려달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역사 왜곡 발언으로 해임 청원까지 제기됐던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더 부유해졌다"… 일본인 재산 반환 요구

아리마 데쓰오(有馬哲夫·73) 일본 와세다대 사회과학종합학술원 명예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한반도에서 처리된 일본인 소유 재산을 문제 삼는 글을 올렸다.

아리마 교수는 "종전 후 일본과 일본인이 소유했던 자산이 미군에 의해 현지 조선인들에게 무상으로 주어졌다"며 "이는 전쟁으로 인해 재산 소유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리마 데쓰오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진 만큼 새로운 협정을 맺어 일본과 일본인이 종전에 소유했던 자산, 즉 귀속재산을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아리마 데쓰오 SNS
아리마 데쓰오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진 만큼 새로운 협정을 맺어 일본과 일본인이 종전에 소유했던 자산, 즉 귀속재산을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아리마 데쓰오 SNS

이어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거론했다. 당시 일본이 미군의 재산 처분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연합국의 점령을 끝내기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당 조약이 과거 일본인이었던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소유한 재산은 그대로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아리마 교수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도 언급했다. 일본이 당시 한국의 국가 예산에 필적하는 규모의 경제협력 자금과 차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부유해진 만큼 새로운 협정을 맺어 일본과 일본인이 종전에 소유했던 자산, 즉 귀속재산을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가 반환을 요구한 귀속재산은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미군정에 귀속된 일본 정부와 일본인 소유 재산을 가리킨다. 토지와 건물, 기업체 등 여러 형태의 자산이 포함됐다.

미군 조치에 "전쟁 범죄" 주장… 위안부·징용 배상도 거론

아리마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후속 게시글을 통해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까지의 한일 협정(내용)은 알고 있어 새 협정을 맺자고 말하는 것"이라며 기존 협정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리마 교수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 문제까지 거론했다. / 아리마 데쓰오 SNS
아리마 교수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 문제까지 거론했다. / 아리마 데쓰오 SNS

이어 미군이 소유자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있던 일본인 재산을 처분한 행위를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약탈을 금지한 헤이그 육전규칙 제47조 등을 제시했다. 다만 해당 재산 처분이 실제 국제법상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그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이 미군의 재산 처분을 인정한 것도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연합국의 점령을 끝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아리마 교수는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한국 측이 합의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배상과 징용 노동자 배상 등을 일본에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일본 측에서도 부당하게 빼앗긴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인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당한 배상 요구와 일본인이 과거 소유했던 재산의 반환 요구를 무리하게 연결한 것이다. 또한 미군의 조치로 재산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를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재산 문제 최종 해결 명시

하지만 기존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이미 양국 간 재산 및 청구권 문제가 최종 해결됐음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 제3항 역시 같은 조 제2항에서 정한 예외를 전제로, 협정 체결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따른 청구권 등에 대해 더 이상 주장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앞서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4조 (b)에도 일본이 한국 등 관련 지역에서 미군정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일본 및 일본인 재산 처분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65년 협정 제1조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에 3억 달러 상당의 생산물과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 한도의 장기 저리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 문제에 대해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리마 교수는 기존 협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협정을 통해 일본인 재산 반환 문제를 다시 다루자고 요구하고 있다.

귀속재산 실제 처리 과정… 무상 이전 주장과 차이

아리마 교수는 종전 이후 일본과 일본인이 소유했던 재산이 미군에 의해 조선인들에게 무상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인 재산이 미군정에 귀속된 과정과 이후 해당 재산이 한국인들에게 이전된 과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미군정은 1945년 12월 6일 군정법령 제33호를 공포해 남한에 있던 일본 정부와 일본인 소유 재산을 귀속시켰다. 이후 해당 재산을 관리하면서 농지와 기업체 등에 대한 처분 절차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귀속농지다. 미군정은 1948년 3월 관련 법령을 공포하고 귀속농지를 기존 소작인들에게 매각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농지를 매입한 소작인들은 정해진 대가를 일정 기간에 걸쳐 현물로 상환하도록 했다. 무상 분배가 아닌 유상 매각 방식이었다.

미군정기에 처분되지 않은 귀속재산은 1948년 9월 체결된 한미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됐다. 이후 한국 정부는 1949년 귀속재산처리법을 제정해 기업체 등을 매각하거나 일부 재산을 국유·공유재산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처럼 귀속재산은 미군정의 귀속 조치와 한국 정부로의 이관, 민간에 대한 매각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처리됐다. 따라서 일본인 소유 재산이 모두 조선인들에게 무상으로 분배됐다는 식의 설명은 실제 역사적 처리 과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위안부 역사 왜곡 논란… 일본서 해임 청원까지

아리마 교수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다시 만난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5.6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다시 만난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5.6 / 연합뉴스

그는 202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비판받았다.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인은 일본인에게 조선인 위안부 문제로 사죄하라고 한다. 매우 이상하다"는 글을 올렸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 병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군보다 여러 측면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에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저서 '위안부는 모두 합의 계약을 했다'를 출간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인 계약 관계에 있었던 사람들로 규정한 논문으로 비판받은 인물이다. 아리마 교수의 저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에 따른 계약 관계로 해석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램지어 교수가 해당 책의 서문을 작성했다.

이에 일본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차별 반대 단체 무빙 비욘드 헤이트(Moving Beyond Hate)는 2021년 10월 와세다대에 아리마 교수의 해임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단체는 그가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역사 부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대학 측에 조사와 해임을 요구했다. 당시 청원에는 6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역사 공부나 다시 해라"… 누리꾼 비판 잇따라

아리마 교수의 재산 반환 요구가 국내에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며 반발했다. 특히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시 일본인 소유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한다는 점에 비판이 집중됐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다", "뻔뻔하다", "역사 공부나 다시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당시 어떤 경위로 한반도에서 재산을 취득했는지 근본적인 배경부터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식민 지배 과정에서 형성된 재산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두고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빼앗겼다고 항의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