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심상치 않은데…정동영·이종석 경질론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말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정보 공유 제한…한미 동맹 위기, 정동영 경질론까지 부상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겨냥한 경질 요구에 사실상 선을 긋는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 반년 넘게 이어지며 한미 관계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거듭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실용적 국익 외교다.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국가 간 이견이 있을 때 우리 정부를 위한, 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애정으로 그 문제를 잘 조정하고 타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가 간 이익 경쟁에서 우리의 국익을 희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장관이나 이 원장의 거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발언 자체도 국익을 앞세운 원론적 수준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압박하는 등 통상 현안을 두고도 양국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견을 피하기 위해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정 장관과 이 원장 등 이른바 '자주파'에 힘을 실어주며 당장의 인적 쇄신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장관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기존에 알려진 평안북도 영변과 남포시 강선 외에 평북 구성을 거론했다. 미국 측은 한미가 공유하는 연합 기밀이 사전 협의 없이 노출됐다며 항의했고, 올봄부터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 대상은 미국이 위성 등으로 수집한 북한 기술 관련 정보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구성 관련 내용이 이미 공개된 정보였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더불어민주당도 구성 지역이 2016년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에 언급됐고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사안이라며 정보 유출 주장을 반박해 왔다.
하지만 정보 공유 제한이 길어지면서 정부 안팎에서도 문제를 인정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에 대한 질문에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 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도 최근 정보 및 방첩 사안에서 한국이 동맹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한미 정보 협력 균열 논란과 관련해 미 정부 차원의 공개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는 강경화 주미대사가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강 대사는 "한미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는 않겠다"며 "현안들이 있다"고 말했다. 송석준 외통위원장이 한미 간 가장 꼬여 있는 문제를 묻자 강 대사는 "정보 협력"을 꼽았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미국 측이 정 장관과 이 원장에 대한 불신을 표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강 대사는 "개인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미국이 두 사람의 거취를 직접 문제 삼았다는 외교가 일각의 관측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다만 강 대사는 "정보 협력과 관련해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미국 측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강 대사는 지난달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과 관련해서도 "(폭발한 지뢰가) 유실됐던 것은 분명히 아니라고 합참이 밝혔고, 북한이 매설한 것이 분명하다"며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보 공유 제한을 결정한 주체를 두고도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올봄 한국에 대한 정보 공유 제한을 지시한 곳은 그동안 국내에 알려졌던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아니라 미국 정보공동체(IC)를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가 결정을 내린 만큼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정보기관 전반과의 협력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DNI는 CIA를 비롯해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과 국가정찰국(NRO), 국가지리정보국(NGA) 등 여러 정보기관의 활동을 조정하고, 외국 정부와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DNI의 정보 공유 원칙을 담은 '정보공동체 지침 403호'는 미국 정보를 보호해야 할 국가 자산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부합할 때만 외국 정부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유받은 측이 해당 정보를 미국 국익에 해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도 붙어 있다.
이종석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정원이 미국에 파견하려던 직원들의 비자 발급이 보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비자 거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지연은 미국의 강화된 입국 절차에 따른 개인 신상 관련 문제이며 한미 정보협력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 본인의 방미가 무산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의원은 지난 6일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이 올해 3월 미국을 방문하려다 반미 성향 등을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고, 국정원도 방미 무산 보도를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튿날인 14일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회 국방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북한 지뢰 도발 규탄 결의안'을 "알맹이 빠진 껍데기 결의안"이라고 비판했다. 결의안에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과 대북 지원 재검토 조항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장 대표는 15일 개통 예정인 신압록강대교와 지난 11일 쿠렌코프 러시아 비상사태부 장관의 방북을 거론하며 북중러가 빠르게 밀착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북한에는 '굴종'하고 중국에는 '사대'하면서 미국에만 '자주'를 외친다"고 꼬집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정 장관을 경질하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 경질은 한미동맹 회복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장관이 지난 12일 "한미동맹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대한민국의 합참의장과 주미대사까지 인정하는 한미갈등을 정 장관 혼자만 부인한다"며 "정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촉발된 정보 공유 문제가 한미동맹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은석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도대체 누가 미국에 굴종하라고 했나"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굴종도 사대도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핵심 축인 한미동맹을 흔들림 없이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정 장관은 경질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이 원장을 포함한 외교·안보 인사들에 대한 경질 촉구를 '2026년판 색깔론'으로 규정하며 "경질해야 할 것은 편향된 동맹관"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