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은 좋은 분, 모시는 내내 감탄했다”…이 대통령 떠난 정치인이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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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 밝히고 청와대 떠나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강 전 실장은 임기가 종료된 15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강 전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 논란 속에서 지난달 18일 열린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가장 괴로웠던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라고 돌아봤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이었던 강 실장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었다"라며 이 대통령 기자회견 사흘 만인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하게 된 과정을 언급했다.
강 전 실장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며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조를 맞춰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정부 2기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소식을 전했다. 강 실장에 이어 임광현 전 국세청장이 이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
강 실장은 "임 청장은 풍부한 행정경험과 정무감각을 겸비한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세청장으로 조세 정의 확립에 기여했으며 불평등의 벽을 낮춰 국민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책 현장에서 충실히 실천해 왔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특히 국회와 정부를 두루 경험한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국정에 더 크게 반영하고, 당청간 협력으로 국정 성과에 속도를 낼 적임자"라며 "대통령을 최일선에서 보좌하는 최고위 참모로서 민생 회복과 사회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하며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1995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국민께 봉사한다는 사명감을 늘 품어왔지만 막상 비서실장의 소임을 맡게 되니 그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며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변화를 반드시 만들어 내는 게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며 "국민의 하루하루가 절박한 만큼 청와대의 하루도 절박해야 한다. 국민의 고단한 하루를 바꾸는 데 모든 힘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15일 국세청장 출신의 임 실장 인선에 대해 "보은 인사"라며 공세를 펼쳤다. 특히 임 실장의 처남 이승엽 변호사가 이 대통령의 '대장동·선거법·대북 송금 의혹 사건 등을 변호한 사실을 부각하며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가 대통령 개인 변호사 일가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사설 흥신소'로 전락했다"라며 "이 대통령은 국정을 어지럽히는 후안무치한 보은 인사를 당장 거둬들이라"라고 했다. 이어 "임 실장의 처남인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온갖 사법 리스크를 틀어막아 온 핵심 변호인이다. 심지어 헌법재판관 후보로까지 검토됐던 인물이다. 기가 막힌 '대장동 패밀리 보은 인사'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15일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엑스에 올린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강훈식입니다. 이름 앞에 따라붙는 직함이 없는 것이 퍽 오래간만입니다.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습니다. 대체로 사실일 것입니다.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습니다.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습니다.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습니다.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보았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통령께서 사직서를 수리하셨습니다. 만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갈 줄로만 알았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만 거듭 듭니다.
무명의 강훈식을 키워주신 충남 아산의 주민들이 계셨습니다. 한 발 떨어져 있던 의원을 믿고 소임을 맡겨주신 당시 후보님이 계셨습니다.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는 어린 비서실장의 말을 믿고 함께 뛰어준 수많은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좋은 분입니다.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입니다.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입니다.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서실장이 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모든 목소리와 비판해주신 모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조급했던 지난날도 돌아봅니다.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온전히, 빈틈없이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또 인사 올리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