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생중계 줄여야...이 대통령 SNS도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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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 논란, 정책 완성도 vs 투명성의 딜레마
대통령 반박 어려운 분위기, 정책 결정 과정 왜곡되나

정부 부처 장관 10여 명이 국무회의 생중계 범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한국일보 단독보도다.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공개된 자리에서 충분히 토론하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정책의 문제점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장관들은 지난 2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 총리 주재 장관 초청 만찬에서 국무회의 생중계의 부작용을 논의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필요한 토론은 생중계하되, 이후에는 비공개 회의로 전환해 국무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주를 이뤘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장관들이 생중계 축소를 요구한 이유

장관들이 우려한 핵심은 대통령과 국무위원 사이의 자유로운 토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무회의가 생중계되면 국민이 정부의 정책 논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생중계 도중 장관이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하면 대통령의 체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할 말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장관이 많다고 전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정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19명 장관 가운데 국방·통일·보건복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제외한 10여 명이 참석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국무회의 생중계로 충분한 반론과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장관들은 생중계 자체를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공개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생중계의 취지는 유지하되, 정책을 둘러싼 이견과 세부적인 검토는 비공개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성숙 국무총리 / 뉴스1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성숙 국무총리 / 뉴스1

촉법소년 연령 논의부터 농지 전수조사까지

만찬에서 거론된 사례 가운데 하나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문제였다.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며,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한 참석자는 관련 공론화 조사 결과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생중계 중 “너무 미약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사례를 언급했다. 해당 참석자는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이에 반박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공론화 결과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 전수조사 방침도 정책 추진 과정의 사례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됐다는 문제를 지적했고, 이후 농지 전수조사 방침이 추진됐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책 추진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정책의 파급 효과와 현장 반응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는지를 둘러싼 우려가 나왔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시행령 논란도 사례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쟁의행위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시행령을 통한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이후 법률보다 시행령이 앞선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과적으로 시행령이 아닌 시행지침 개정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들 사례는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반론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장관들이 우려한 것은 생중계 그 자체보다 공개된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 / 뉴스1

비공개 토론에서 정책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

참석자들은 국무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을 때 대통령과 장관들 사이에서 더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놓고 보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문제가 언급됐다. 지난 5월 관련 사안이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을 거치면서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다. 장관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개와 비공개 논의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만찬에서는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필요한 토론 일부만 생중계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국무위원들이 의견을 모았으니 한 총리가 이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 총리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한 총리는 해당 건의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실 내부에서도 생중계 범위를 줄이는 대안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한 총리가 장관들의 건의를 묵살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SNS 활동에 대한 우려도 제기

만찬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활용 방식에 대한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발언 하나하나가 정치적 논란이나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참석자는 SNS 메시지가 많아질수록 책잡힐 거리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국무회의 생중계뿐 아니라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 방식과 빈도에 대해서도 정부 내부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장관들의 건의가 실제 국무회의 운영 방식에 반영됐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가장 최근 국무회의의 생중계 시간은 약 1시간 30분으로,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논의는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과 내부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를 둘러싼 문제를 드러냈다. 장관들이 제안한 방식은 모두발언과 일부 논의를 공개하고, 세부적인 정책 검토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