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처음…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무려 '이만큼'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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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세계 영화인의 만남의 장으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 20만명을 돌파하며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부대행사에 참여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약 27만 7027명에 달한다. 지난해 제30회 영화제보다 4만명가량 늘어난 수치다. 30회 개최를 기념했던 지난해의 성과를 한 해 만에 넘어섰다는 점에서 올해의 관객 증가는 의미가 크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오픈토크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오픈토크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영화제 측은 개막일 변경과 상영 규모 확대 등 올해 새롭게 시도한 운영 방식이 관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제 초반부터 주요 행사장과 부대 프로그램에 관객이 몰렸으며, 스크린 밖에서 진행된 영화인과의 만남도 높은 참여를 이끌었다. 30회 기념행사에 따른 일시적인 관심을 넘어 영화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제적인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선정하는 'A-리스트 영화제'에 공식 이름을 올린 뒤 처음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경쟁 부문은 두 번째 해를 맞아 아시아 각국에서 제작된 13편을 선보였다. 작품 상영에 앞서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는 경쟁 포토콜도 진행해 관객과 영화인 간 접점을 넓혔다.

경쟁 부문 심사는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비간, 사말 예슬라모바, 이시카와 케이, 정주리, 쩐 티 빅 응옥, 최희서 등 총 7명이 심사위원단에 참여했다. 수상 결과는 15일 오후 7시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부산 어워드 트로피가 주어지며,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부여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들도 대거 참석했다.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양자경을 비롯해 까멜리아상 수상자인 허안화 감독,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부산을 찾았다. 양자경은 15년 만에 부산을 다시 방문했다. 첫 공식 내한에 나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매기 질렌할,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비롯해 이자벨 위페르, 저우쉰, 판빙빙, 고레에다 히로카즈, 마지드 마지디, 라브 디아즈, 린타로 등도 관객과 만났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창동, 나홍진, 김지운, 임권택, 정지영, 배창호, 이명세 감독과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 등이 참석했다.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영화인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부산은 작품을 소개하는 상영 공간을 넘어 영화인과 관객이 교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흘째인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홍진 감독(왼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흘째인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홍진 감독(왼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객 참여 프로그램도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영화제 기간 총 304회의 관객과의 대화(GV)와 72회의 부대 이벤트가 열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샤를로트 갱스부르, 매기 질렌할, 나홍진, 라브 디아즈, 린타로 등은 마스터 클래스와 씨네 클래스, 스페셜 토크를 통해 창작 과정과 영화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김고은, 김민하, 류승룡, 신민아, 주지훈이 참여한 액터스 하우스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지운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판빙빙 배우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품을 소개하는 까르뜨 블랑슈를 비롯해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아주담담 등도 이어졌다.

영화산업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올해 포럼 비프는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8개 세션을 운영했다. 산업과 AI·창작, 제도·정책, 지역·환경 등 네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중예산 영화의 제작 여건과 국제공동제작,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 등을 다뤘다. AI 시대 창작자의 권리와 영화제 공공지원, 부산의 영화산업 지속가능성도 주요 의제로 올랐다. 기술과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영화계가 마주한 과제를 공유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 기반 프로그램 역시 규모를 키웠다. 9회째를 맞은 커뮤니티비프는 남포동 일대에서 관객 주도형 상영과 토크를 진행했다. 관객이 직접 작품을 고르는 리퀘스트 시네마와 영화인과 가까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었다. 오정세 배우는 '남자사용설명서'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로 이틀 연속 관객을 만났다. 구교환, 오정세, 강말금 등 출연진과 박해영 작가, 차영훈 감독이 참여한 '모자무싸' GV도 관심을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초기 개최 중심지였던 남포동의 역사성과 관객 참여 방식이 결합해 원도심의 문화적 활력을 높였다.

6회째를 맞은 동네방네비프는 상영 장소를 역대 최다인 18곳으로 확대했다. 산복도로와 사찰, 시장, 문화재, 대학가, 복합문화공간 등 부산 곳곳에서 영화 상영과 공연, 게스트 만남이 진행됐다. 지역 기관과 단체, 대학, 커뮤니티가 장소별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직접 참여한 점도 특징이다. 영화제 측이 기본적인 행사 기반을 제공하고 지역 파트너들이 각 공간의 특성과 관객층에 맞는 콘텐츠를 더하는 방식으로 지역 참여를 넓혔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인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김영덕 마켓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정 집행위원장,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일인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김영덕 마켓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정 집행위원장,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산업 분야에서는 제21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마켓에는 58개국 1266개사가 참가했으며 방문객은 총 3만484명으로 집계됐다. '중심과 확장'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지식재산권(IP), 시리즈, 다큐멘터리, 기술, 브랜디드 콘텐츠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새롭게 마련된 투자자 서밋은 국제 투자사와 투자배급사가 투자 동향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운영됐다. 한화가 후원하고 ACFM이 이노션,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함께 선보인 '시네마 바이 브랜드'는 감독과 기업 브랜드가 협력하는 새로운 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첫 주빈국으로 태국이 참여하면서 아시아 국가 간 교류도 확대됐다.

마켓에서 구체적인 협력 성과도 나왔다. 10월 12일 한국 콘텐츠 투자사 쏠레어파트너스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금융사 퀘스트리는 업무협약을 맺고 1000억원 규모의 한일 공동 콘텐츠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이노아시아에서는 클링AI가 김성수 감독 등 한국 창작자들과 협력해 AI 기반 영화 제작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프로듀서허브에서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인도네시아 프로듀서협회(APROFI)를 중심으로 필리핀·대만·홍콩의 프로듀서 단체가 참여한 아시아프로듀서얼라이언스(APA)가 출범했다. 아시아 제작자들이 공동제작과 정책 공조를 논의할 상설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 규모 확대와 국제 경쟁 부문의 강화, 지역 프로그램의 확장, 산업 교류 성과를 함께 거뒀다. 상영 중심의 영화제를 넘어 관객과 지역사회, 글로벌 영화산업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