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에 시사회 불참 김혜자, '자필 편지' 2장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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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감기 여파로 시사회 불참… 자필 편지로 전달한 진심
국민 배우 김혜자가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의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팬들에게 진심을 담은 자필 편지를 전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당초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송일곤 감독과 함께 주연 배우 김혜자의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김혜자의 건강상 이유로 참석이 부득이하게 취소됐다. 이달 초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 당시 앓은 감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앞서 김혜자는 지난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행사 현장에서 기침하는 모습과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많은 영화 팬들과 관계자들의 걱정을 샀다.
시사회 현장에서 송 감독은 “선생님께서는 부축을 받아서라도 언론시사회 현장에 오고자 하셨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손편지에 정성스럽게 담아 전하셨다”며 김혜자의 불참에 대해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행사 현장에 직접 전달된 두 장 분량의 자필 편지에는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까지의 고민과 결심의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김혜자는 “제가 오랜만에 영화를 했다. 조금 떨린다”며 운을 뗀 뒤 지난해 가을 송 감독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가 자신의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고백했다.
평생을 연기에 바쳐 온 김혜자는 이제는 “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당초 영화 출연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감독의 진심 어린 설득이 담긴 편지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송 감독은 편지를 통해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한 장면의 연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가 시간 위에 남는 순간입니다’라는 문장을 전달했고 김혜자는 이 문장들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제강점기 산골 마을에 살던 두 소녀 정임과 순옥이 상경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시절을 교차해 조명한다. 6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 단짝을 다시 만난 노인 순옥(김혜자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위안부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영화는 고통과 슬픔에만 집중하기보다 그 시절 소녀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아름다운 청춘과 생의 찬란함에 초점을 맞춘다.
김혜자는 자필 편지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작품 출연을 결심하게 된 핵심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두 소녀를 그저 역사의 아픈 단면으로만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잊히는 것들이 있다.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 작은 일도 다시 우리를 비춰 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편지의 끝자락에서 김혜자는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남았으면, 그 빛이 마음을 어루만져 줬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작품을 향한 김혜자의 진정성과 헌신은 촬영 현장의 동료 연기자들과 제작진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송 감독은 “선생님께서는 작품의 명분에 공감하신 이후부터는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으시고 대사 하나, 시선 하나까지 무수히 연습하셨다”며 배우로서 보여준 절제와 노력에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춘 배우 차미경, 조성하, 박서경 역시 한목소리로 찬사를 보냈다. 배우들은 김혜자에 대해 “연기 영역의 인간문화재이자 보물 같은 분”이라며 “현장에서 선생님의 온기를 직접 느낄 수 있어 배우로서 진심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배우 김혜자의 진심 어린 연기와 울림 있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