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 CFTC와 공동 신청에도 합의 취소 거부당했다…영구 금지명령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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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제미나이·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합의 무효화 공동 신청 기각, 500만 달러 합의 유지
정책 변화는 법 변경이 아니라며 영구 금지명령도 그대로 남아

책상 위 제미나이 표지와 나무 망치, 금화와 태블릿이 놓인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책상 위 제미나이 표지와 나무 망치, 금화와 태블릿이 놓인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미국 연방법원이 윙클보스 형제가 세운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나이(Gemini)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합의 무효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제 당국이 직접 “이 사건은 제기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거래소와 함께 신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판결은 10월 15일(현지시각) 나왔고 2025년 1월 합의의 영구 금지명령은 그대로 유지된다.

8쪽 명령문으로 공동 신청 기각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Alvin K. Hellerstein) 판사는 8쪽 분량의 명령문으로 양측의 공동 신청을 기각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판사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입장을 뒤집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제미나이의 2025년 1월 합의를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합의에 따라 제미나이가 내야 했던 민사 벌금 500만 달러는 이미 납부된 상태다.

남은 쟁점은 합의에 딸린 조항이다. 제미나이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허위 또는 오해를 부르는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영구 금지명령을 계속 지켜야 한다. 합의에 담긴 조사 결과를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유지된다. 다만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이 부인 금지 조항을 더는 집행하지 않겠다고 6월에 밝힌 바 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명령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소송이 제기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현재 평가가 판결 취소나 기타 구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제미나이가 규제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는 제미나이가 변호인을 두고 스스로 합의를 택했다고 봤다.

벌금 환급 가능성도 닫혀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합의가 취소되더라도 벌금은 돌려주지 않겠다고 코인텔레그래프에 밝혔다. 결국 이번 공동 신청이 받아들여졌더라도 돈은 정부에 남는 구조였다.

창가 앞 책상에 노트와 펜, 금속 장치가 놓인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창가 앞 책상에 노트와 펜, 금속 장치가 놓인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2022년 소송에서 2025년 합의까지

사건의 뿌리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 심사 과정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2022년 6월 제미나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제미나이 플랫폼의 경매 가격을 기준으로 결제되는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당국 직원들이 심사하던 중 허위 또는 오해를 부르는 정보를 줬다는 혐의였다. 제미나이는 혐의를 다퉜고 소송은 약 3년에 걸쳐 이어졌다.

2025년 1월 합의명령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거래소가 일부 고객이 차입금으로 거래했다는 사실과 안전장치에도 자전거래(자기 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거래자가 특별 수수료 약정을 받았다는 점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거래량 데이터를 제출하면서 그중 일부가 이런 관행과 얽혀 있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합의 시점은 2024년 12월이다. 재판이 열리기 3주도 남지 않은 때였고 법원은 2025년 1월 6일 합의명령서를 접수했다. 크립토뉴스는 2024년 11월 판사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부분 약식판결 신청을 대부분 기각했다고 전했다. 제미나이가 문제의 진술을 한 당사자인지에 관한 부분만 예외였다. 크립토뉴스는 이 기록 때문에 합의가 규제당국 주장이 모두 옳다는 재판 결론의 산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5월에 사건을 내부 검토했고 그 결과 현재 기준으로는 이 사건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검토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내부고발자 의존, 부적절한 규제 압박, 증거 공개를 막으려는 시도 등 집행 부서의 문제가 지적됐다. 크립토뉴스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모두 여섯 가지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

양측은 5월 말 연방민사소송규칙 60조에 따라 합의명령서 전체를 취소해 달라고 공동 신청했다. 전부가 어렵다면 앞으로 효력을 갖는 조항만이라도 없애 달라는 예비 요청이 붙었다. 신청일은 매체에 따라 5월 27일과 28일로 엇갈린다.

판사가 든 이유: 새로 안 사실은 ‘중대한 변화’ 아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양측이 내세운 근거가 사실관계나 법의 중대한 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언체인드에 따르면 판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합의명령서가 작성될 당시 이미 존재했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고 해서 사실관계가 중대하게 바뀐 것은 아니다.” 합의 후 제미나이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내부 문서를 추가로 확보한 점도 같은 논리로 처리됐다.

판사는 제미나이가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미나이는 자사 최고운영책임자와 부하 직원이 회사를 겨냥한 사기 계획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을 2017년 8월 일찍이 알았다. 이후 약 3년간 소송을 싸운 끝에 재판 직전에 합의하기로 “계산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나중에 받은 문서들이 합의를 후회하게 만들었을 수는 있어도 합의 유지가 부당해지지는 않는다고 판사는 덧붙였다.

정책 변화에 대한 판단도 같은 방향이다.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내린 디지털 자산 행정명령, 법무부의 ‘기소를 통한 규제 종료(Ending Regulation by Prosecution)’ 메모,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새 접근법을 하나로 묶었다. 이는 법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집행 우선순위와 정책의 변화”라는 것이 판사의 판단이다. 판사는 이 요소들을 모두 정책 변화로 본 것이다.

판결문은 한 가지 여지를 남겼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집행 우선순위에 대한 재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책을 고려해 합의명령을 애초에 집행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원이 합의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당국이 앞으로 어떻게 집행하느냐는 별개 문제로 남았다.

업계 파장: 우호적 기조도 소급되지 않는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판결이 워싱턴의 우호적인 가상자산 규제 접근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규제 당국과 기업이 함께 철회를 원해도 과거 법원 판결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디크립트는 이 사건을 규제 당국이 자기 사건에서 물러서려는데도 법원이 버틴 드문 사례로 소개했다.

제미나이는 앞으로도 미국에서 영업하고 신제품을 낼 수 있다. 다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옮겨가는 가운데 2025년 합의 조건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 디크립트는 마이크 셀릭(Mike Selig)이 이끄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최근 제미나이의 예측시장과 무기한 선물 상품 확대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사업 확대가 한창일 때 과거 합의가 부담으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기조 변화는 이번 사건 밖에서도 뚜렷하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이 기관은 가상자산 앱이 규제된 파생상품을 제공하도록 허용하는 무조치 공문(no-action letter)을 내줬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연방 감독 아래 두는 방안도 제시한 상태다. 이런 완화 흐름이 이번 사건에서는 닫힌 합의를 다시 쓰기를 꺼리는 판사와 맞닥뜨렸다.

이번 신청이 처음부터 이례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팀 매서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은 합의가 끝난 사건을 규제 당국이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중이 “더 나은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